[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8]

산소결핍과 어류의 내성
추워지면 붕어낚시 포인트 
수심이 깊어지는 이유

김범철

산소는 모든 동물의 생존에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육상동물은 산소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다. 대기 중에는 산소가 풍부하여 20%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속 사정은 다르다. 산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 기체여서 부족해지기 쉽다. 이산화탄소와 비교하자면 정반대의 상황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소량이어서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에 종종 결핍 현상이 나타나지만 물속에는 풍부하여 오히려 과포화된 이산화탄소가 수면에서 대기로 방출된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는다는 용해성 차이에서 비롯된다.

부양영호에서 자주 발생하는 산소결핍현상 
호수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은 주로 부영양호에서 일어난다. 부영양호란 식물플랑크톤이 많이 증식한 호수를 말한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할 때는 산소를 생성하지만 죽어서 분해될 때는 산소를 소비한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므로 광합성은 표수층에서만 일어나며 산소도 표수층에서만 생성된다. 호수의 심수층에서는 빛이 없어 산소의 생성이 없고 플랑크톤 분해만 일어나므로 산소가 소비되기만 한다. 심수층에 산소가 공급되려면 산소가 많은 표수층의 물이 아래층으로 가라앉아야 하는데, 여름에 성층현상이 일어나면 위아래 층의 물이 섞이지 않는다. 

여름에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하면 표수층의 수온이 상승하여 25도 이상에 이른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이 밀도가 작아져 가벼운 물이 되므로 표수층에 머무르며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심수층에는 표면보다 수온이 5~10도 낮은 물이 가라앉아 있는데 밀도가 크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머무른다. 이를 성층현상이라 부르며, 부영양호에서 성층현상이 일어나면 표수층의 산소가 심수층에 전달되지 않아 산소 고갈이 일어난다. 

바람이 불면 표수층 5m 정도까지는 혼합되어 산소가 전달되지만 그 이하 수심에서는 산소가 없는 혐기성 조건이 형성된다. 물론 플랑크톤이 적은 빈영양호에서는 성층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산소 고갈이 적게 발생한다.

부영양호에서 성층현상이 일어나는 여름에 수심 5m 이하의 저질을 채취하여 조사해 보면 산소고갈로 인하여 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개나 새우, 수서곤충 등의 저생동물은 호수 가장자리의 수심이 얕은 곳으로 피신해야 생존할 수 있다. 호수 중앙부의 넓은 지역은 사실은 동물이 거의 없는 죽음의 영역이다. 어류의 경우에도 산소가 없는 수층은 피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주로 호수 가장자리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어류의 저산소에 대한 내성은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계류에 사는 어류, 연어과 어류 등은 수온이 낮은 곳에 살고 있으므로 냉수어종(Cold water species)이라고 부르는데 높은 산소농도를 요구하며 저산소를 견디지 못한다. 유속이 빠른 계류의 찬물에는 산소가 늘 풍부하여 저산소에 대한 내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온이 높고 유속이 느린 곳에 사는 붕어, 잉어, 미꾸라지 등의 어류는 온수어종(Warm water species)이라고 부르며 저산소에 내성이 강하다. 심지어 산소가 전혀 없는 물에서도 잠시 머무르며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성층현상 일어나 산소 고갈되는 호수 중앙부는 죽음의 영역 
산소가 없어지면 수면에서 공기를 마시는 능력이 산소 부족을 견디는 중요한 조건이다. 

열대지방의 부영양호에서는 틸라피아라는 물고기가 수면에서 공기를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붕어에 견줄만한 저산소 내성을 가지고 있다. 호수의 부영양화가 심해지고 산소 부족이 증가하면 붕어와 잉어의 우점도가 높아진다. 어떤 호수에서 낚시를 할 때 잡어의 입질이 없고 붕어가 주로 낚인다면 산소 부족이 심한 곳이라고 유추할 수 있으니 반길 일은 아니다.

호수에서 산소 부족은 여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얼음이 얼면 겨울에도 일어날 수 있다. 결빙 초기의 맑은 얼음 아래에서는 빛이 투과하므로 광합성이 가능하고 산소가 수중에서 생성된다. 그러나 결빙 후 눈이 쌓인 상태가 오래가면 산소 부족이 일어나는데, 특히 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눈이 녹지 않고 하얗게 빛을 반사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눈이 빛을 반사하면 얼음 밑에서 빛 부족으로 암흑상태가 되면서 산소 부족이 일어나는데, 얼음 때문에 수면에서 공기를 마실 수 없으므로 어류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를 호수학에서는 동계어류폐사(Winter kill)라고 부른다.

하천에서도 산소 부족이 발생하는데 하수가 다량 유입하면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면서 산소가 많이 소비되어 산소 고갈이 일어난다. 

주로 강우 초기에 도시하천에서 발생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유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하수도 바닥의 오염물 찌꺼기가 일시에 하천으로 배출되어 산소 고갈이 발생한다. 이런 하천에서는 강우 초기에 물고기가 죽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반복되면, 민감한 어류는 사라지고 내성이 강한 잉어 붕어만 남는다.


물속 산소가 부족하면 큰 개체가 먼저 죽어 
물고기의 저산소 내성은 종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물고기의 크기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독성물질이 유입하여 어류폐사가 발생할 때는 작은 어린 개체가 민감하여 먼저 죽는다. 반면에 산소 부족이 일어나면 큰 개체가 먼저 죽는다. 세포가 크거나 체구가 크면 체표면에서 산소를 받아들이는 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겨울에 산소 고갈이 일어나 물고기가 죽는 호수에서는 큰 물고기가 없고 잔챙이만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낚시인에게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호수 심수층에 산소가 공급되는 것은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의 냉각기에 일어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표수층의 수온이 낮아지면 밀도가 커져서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고 심수층의 물이 표수층으로 올라오는 혼합현상이 나타나면서 심수층에 산소가 공급된다. 그러면 부영양호일지라도 물고기가 생존할 수 있는 범위가 깊은 곳으로 확대된다. 가을이 되면 낚싯대가 길어져야 하고 수심이 깊은 곳을 노리는 이유이다.

▲ 잉어. 잉어과 어류는 저산소에 내성이 강한 온수어종이다.


▲ 열목어. 연어과 어류는 높은 산소를 요구하는 민감한 냉수어종이다. 


▲ 산소 부족으로 발생한 어류폐사. 산소 부족이 발생하면 큰 개체가 먼저 죽고 독성물질로 유입됐을 때는 작은 개체가 먼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