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던 지난 11월 5일은 로즈피싱클럽 밴드의 납회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 때문에 행사 진행을 고민하다가 마침 애도 기간의 마지막 날이라 회원들 모두 묵념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납회를 진행했다.

납회 장소는 경남 진주시 사봉면 봉곡리에 있는 3만평 수면적의 봉대지. 매년 많은 낚시단체가 시조회와 납회를 갖는 곳이다. 아직까지도 배스가 유입되지 않은 토종터로 4짜급 대물은 드물지만 턱걸이 월척까지는 잘 낚이는 곳이다. 마릿수 재미가 좋아 낚시단체의 시조회와 납회터로 인기가 높다.

▲ 진주 봉대지 납회에서 큰 붕어를 낚아 상위권에 입상한 회원들. 왼쪽부터 2위 오성일, 1위 송정주, 3위 정명열 회원이다.

오후 2시경 행사장에 도착한 회원들은 예정대로 젊은 넋들의 명복을 빌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개회식을 마친 후 나는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낚시에 열중인 회원들과 일일이 안부인사를 나누었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시기의 저수지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오후 3시쯤에 회원들이 모여 낚시터 주변을청소했다. 해마다 청소를 하는 곳인데 1년 만에 와보니 또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 특히 쓰레기 중에는 낚시쓰레기보다는 생활쓰레기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현지 주민들 역시 “요즘 낚시인들은 쓰레기를 많이 버리지 않는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마을을 오가는 도중 한적한 낚시터에 무단 투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쓰레기의 종류에 관계없이 말끔히 주변을 청소해 나갔다.

청소 후에는 다 같이 본부석에 모여 저녁식사를 즐겼다. 이번 행사에는 100여 명이 넘는 회원과 가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 회원들의 자발적 협조로 큰 무리 없이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오후 6시가 되니 저수지 수면이 케미 불빛으로 뒤덮였다. 그 자체만으로 멋진 야경이 되어주었다. 다만 최근 며칠 전부터 지속된 기온 저하 때문인지 밤 10시 전까지는 입질이 없었다.

11시쯤 본부석에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따뜻한 국물과 음식으로 추위를 녹이고 배를 든든히 채우는 동안 회원들 간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리로 돌아가 새벽낚시에 열중했다. 이번 납회에는 각 낚시업체에서 많은 협찬이 들어와 상품이 푸짐했는데 그 때문인지 회원들의 낚시 집중도도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새벽 2시가 되었을 쯤 이곳저곳에서 챔질하는 소리와 함께 “월척이다!”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외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수면 위로 물안개가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새 한바탕 쏟아진 입질 덕에 회원들은 대부분 손맛을 볼 수 있었고 계측 시간이 되자 곳곳에서 많은 붕어가 접수됐다.

집계 결과 총 100마리가 넘는 붕어가 낚였고 그중 월척은 3마리였다. 납회 우승은 32cm 월척을 낚은 윤정주 회원이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오성일, 정명열 회원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봉대지는 토종터인 만큼 미끼는 떡밥, 새우, 옥수수 등이 고루 잘 먹힌다. 다만 최근 들어 옥수수 사용자가 늘어서인지 새우보다는 옥수수에 더 큰 씨알이 낚인다. 특히 납회가 치러진 날은 계절적으로 동절기낚시의 시작점이었음에도 옥수수가 잘 먹혀 이색적이었다. 기사를 보고 봉대지로 출조할 낚시인들이라면 참고하면 좋겠다. 행사를 무탈하게 마친 회원들은 다시 한 번 낚시 자리를 청소한 뒤 귀갓길에 올랐다.

▲ 진주 봉대지 최상류 논둑 포인트. 산란철 최고의 명당이다.

▲ 산 밑 포인트에 자리 잡았던 정명열 회원이 낮에 31cm 월척을 낚고 기뻐하고 있다.

▲ 납회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한 로즈피싱 밴드 회원들.

▲ 토종터인 봉대지에서는 옥수수 미끼에 턱걸이 월척 붕어가 잘 낚인다.

▲ 납회 행사에 찬조한 회원들에게 필자가 선물 세트를 증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