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누렇게 변한 황금들녘에 낱알은 비늘이요, 넓은 들판은 붕어의 체고이니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꾼의 눈이로다. 추수가 시작된 만큼 꾼들도 가을걷이에 나선다.

하절기 왕성한 성장을 한 마름이 찬바람이 불면서 서서히 삭고 있어 붕어터는 좋은 포인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저수지권은 일부 가뭄의 영향으로 저수율이 낮은 상태로 붕어 몰황과 호황이 분명히 갈리고 있다. 이에 비해 수로권과 대형 호는 조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기복이 심한 편이다.

▲ 드론으로 촬영한 방축지. 절반이 넘는 수면(좌측)이 연밭으로 이뤄져 있다.

▲ 필자와 함께 출조한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동이 튼 이후에 첫 월척 붕어를 낚았다.

“함평의 시골집 저수지에서 굵은 씨알의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고 있고 물색도 좋다”라며 출조를 권유했다. 성호연 씨는 민물낚시를 즐기면서 주변의 조황정보도 늘 공유하는 사이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와는 각별한 사이로 친분이 매우 두텁다.

10월 둘째 주 연휴가 끝난 12일, 광주에서 약 40분 도로를 달려 성호연 씨의 시골인 전남 함평군 월야면 용월리에 있는 방축지에 도착했다. 방축지는 만수면적 1만1천 평의 저수지로 그중 6천5백여 평은 연꽃단지로 조성되어 있다. 저수지 중앙에 달맞이공원이 형성되어 있고 섬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연안에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연결되어서 마치 저수지가 둘로 나뉜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연, 줄풀, 뗏장수초 등 수초 형성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외래어종은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으나 붕어도 개체가 많아 이맘때면 잔 씨알부터 준척급까지 마릿수 손맛터로 주변 꾼들에게 알려져 있다. 성호연 씨 설명에 의하면 월척급 이상 4짜급까지 대물 붕어 자원이 풍부하다고 한다. 2년 전 필자가 처음 출조하여 월척급 붕어로 손맛을 만끽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이곳은 유사시 소방헬기가 물을 퍼가는 곳으로 저수지 중앙의 수심이 매우 깊다. 따라서 잔챙이 마릿수터로만 보기에는 낚시터의 스케일이 큰 편이라 하겠다.

동행 출조한 아피스 송귀섭 이사와 정성훈 고문과 함께 연안을 돌아봤다. 연꽃단지는 연과 줄풀 등 수초로 빼곡하게 덮여있어 대를 드리울 수 없고 반대편 공간은 삭은 마름과 말풀, 줄풀, 뗏장수초가 형성되어 있으며 수심은 1~2m 정도라 여건이 좋았다.

송귀섭 이사는 달섬 버드나무 아래, 필자와 정성훈 고문은 추모공간 뒤편에 포인트를 정했다. 간단하게 수초작업을 한 후 줄풀과 삭은 마름사이에 찌를 세웠다. 수심은 1~1.5m. 나란히 앉은 정성훈 고문도 비슷한 여건에서 대편성을 마쳤다. 연안 곳곳에 짬낚을 즐기는 현지꾼들의 왕래가 잦았다. 미리 준비한 새우와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하여 찌불을 밝힐 때까지 낱마리 붕어를 낚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연안 곳곳에 있던 현지 낚시인들이 대부분 철수하고 한 명만 남아 우리 일행과 같이 찌불을 밝혔다. 날이 저물자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다. 이후 전혀 입질을 받지 못해 지렁이로 모든 미끼를 교체했다. 자정이 지나고 새벽시간까지 전혀 입질 없이 파라솔에 이슬만이 비 오듯 흘렀다.

‘이렇게 끝이 나는가’했지만 새벽에 상황이 바뀌었다. 오전 6시, 새벽을 여는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질 무렵 강한 물파장 소리와 함께함성이 들려왔다. 필자 우측에 자리한 정성훈 고문이 정확히 40cm 붕어를 낚았다. 긴장과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는 새벽녘의 4짜 붕어의 소식은 건너편 송귀섭 이사에게까지 전해졌다.

새우에 입질을 받았다는 정성훈 고문의 말을 듣고 모든 미끼를 다시 새우로 바꿨다. 여명이 터오기 직전 줄풀 언저리에 세워둔 찌가 한 마디, 두 마디 오르더니 옆으로 슬슬 이동했다. 잔뜩 긴장하며 가볍게 대를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면서 온힘을 다해 챔질로 이어갔다. 강하게 저항하며 쉽게 끌려오지 않던 39cm 월척 붕어는 결국 필자의 품에 안겼다.

▲ 달섬으로 이어지는 다리. 저수지가 둘로 나뉜것 처럼 보인다.

▲ 방축지 연안 포인트. 남쪽 방향(좌측)으로 수초가 발달한 지역이 좋다.

▲ 필자의 낚시자리. 어둠이 내려 밤낚시를 위해 찌불을 밝혔다.

▲ 방축지에서 낚은 배스(위)와 블루길. 자잘한 씨알이 많아 미끼 손실이 많다.

▲ “어서 오시게.” 송귀섭 이사가 아침에 입질을 받고 손맛을 즐기고 있다. 이때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 아침 여명과 함께 월척 붕어를 낚은 필자.

날이 밝아오자 현지 낚시인들이 연안에 앉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붕어의 입질이 아침 운동을 하듯 이어졌다. 필자는 입질 빈도가 적어 옥수수 글루텐과 옥수수로 다시 한 번 미끼에 변화를 줬다. 옥수수 글루텐의 효과로 아침에 마릿수 입질을 받았다.

낮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고 모두 철수준비를 했다. 현장 조황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 일행과 함께 철수 때까지 유일하게 찌불을 밝히고 밤낚시를 즐긴 광주 낚시인 박종수 씨를 찾았다. 그의 살림망에는 제법 굵은 씨알의 붕어가 가득 담겼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필자 일행이 새벽에 4짜 붕어를 비롯해 월척 붕어를 낚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며 미끼를 뭘 사용했는지 물어왔다. 새우 미끼로 입질을 받았다고 하니 “그럴리가요? 정말요?”하고 되물었다.

현지 낚시인들은 새우 미끼에 입질이 없는 걸로 알고 오로지 글루텐만을 사용한다고 했다. 또한 이곳에 현지 꾼들은 밤 시간에 붕어 입질이 없다고 하여 이른 아침부터 초저녁까지만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낚이는 붕어 씨알은 잔 씨알부터 27cm까지이며 보통 10여수 이상 손맛을 본다고 했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필자 일행이 새우를 미끼로 쓴 것이 묘수였다. 만약 현지인들의 말대로 글루텐 미끼를 쓰고 초저녁에만 낚시를 집중했더라면 4짜와 39cm 붕어는 아마 낚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방축지에 4짜 붕어가 실존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연이 삭아 내리는 늦가을~초겨울에 맞춰 연꽃단지 내에서 낚시를 한다면 방축지의 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 방축지 단골꾼 박종수 씨가 오전에 ‘일타이수’ 손맛을 봤다.

▲ 박종수 씨의 밤낚시 조과.

▲ 정성훈 고문이 새벽에 낚은 40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