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곡낚시터는 수도권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낚시터로 중부고속도로 대소IC를 나오면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방 인근 특좌대는 벌써 낚시인이 입실해 부지런히 캐스팅을 하고 있다. 상곡지 출조는 오늘이 두 번째인데 7~8년 전 후배와 함께 출조 한 적 있었다. 그때 월척 붕어를 몇 수 낚았었던 기분 좋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오랜만에 출조 하니 감회가 새롭다.

상곡낚시터는 깊은 산중에 울창한 산림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약 8천평의 수심 깊은 준계곡형지다. 배스나 블루길 등 외래종이 유입 안 된 순수 토종터로 오로지 토종붕어만 방류한다. 제방 보수공사와 바닥 준설공사로 수심이 더욱 깊어졌는데 하필 올해 가뭄으로 인해 물을 채우지 못해 한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다가 장마가 시작되면서 저수지에 물이 채워졌다. 결국 7월 말에야 개장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 야트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상곡낚시터. 풍경이 좋고 자연미가 넘치는 곳이다.

상곡낚시터는 수상좌대, 1인 방갈로, 잔교에서 낚시가 이루어진다. 노지 입어료는 3만원으로 관리소 앞 잔교에서만 노지낚시가 가능하고 낚싯대 편성은 3대로 제한을 두고 있다. 1인실 방갈로는 총 20개로 입어료 포함 5만원. 평일, 주말 요금은 동일하다. 낚싯대 편성은 노지와 같이 3대까지만 펼 수 있다.

좌대는 총 12개가 있는데 2인용부터 4인용까지 출조 인원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2인용은 10만원, 3인용은 12만원, 4인용은 15만원으로 입어료 포함 가격이며 평일과 주말 가격은 같다. 수상좌대는 모두 연안에 배치돼 있어 좌대 뒤편 주차 후 바로 걸어서 진입이 가능한데 낚시 짐을 옮기기 매우 편리하다.

관리소에 먼저 들러 김은주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는 요즘 조황을 물었더니 “얼마 전까지 큰 붕어들이 잘 나오더니 요즘 들어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조황이 좀 떨어지네요. 여기는 오히려 날씨가 추우면 잘 나오는 곳이거든요”라고 말해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오늘도 늘 그랬듯이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즐기자는 가벼움 마음으로 오늘 낚시할 7번 좌대에 올랐다. 마치 계절이 다시 여름으로 회귀한 듯 낚싯대를 몇 대 편성하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낚싯대는 3.2칸부터 4.4칸까지 총 6대를 편성했다. 3.2칸 대 찌를 세운 곳은 수심이 거의 4m에 육박할 정도로 깊다. 미끼는 딸기글루텐과 옥수수를 준비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입질이 왔는데 빠르게 솟구치는 입질에 5치 붕어가 나왔다. 아무래도 외래종이 없는 곳이다 보니 떡밥에는 잔 붕어가 입질하는 것 같았다. 순수 토종터에서는 치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좌대에 낚시인들이 속속 입실하고 있기에 저수지 풍경을 담기 위해 나섰다.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수를 놓고 있는 풍경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잔교에서 낚시하던 낚시인이 한 마리 걸어낸다. 물가에 내려앉은 구름의 반영 사이로 토종 붕어가 얼굴을 내미는데 마치 구름도 함께 낚여서 나오는 듯했다. 잔교 옆 좌대에서도 무언가를 낚고 있다. 낚싯대의 휨새가 심상치가 않고 한참을 실랑이를 하는데도 쉽게 얼굴을 보여주질 않는다. 함께 동출한 조사가 뜰채를 들고 달려들어 협공을 펼친 끝에 건진 고기는 잉어였다.

저수지 이곳저곳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관리소로 향하던 낚시인이 “대물 붕어 낚았는데 사진 찍고 싶으면 찍으세요”라고 소리쳤다. 그 얘기에 귀가 솔깃하여 “사짜 붕어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계측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사짜는 될 거에요” 라고 말한다. 보통은 다음날 아침 조황 체크 때 사진을 찍는데 혹시 그 새 붕어 씨알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계측하러 갔다.

낚은 이는 경북 달성에서 출조한 강성구 씨. 신형 1인 방갈로 뒤편 노지에 바짝 붙인 구형 잔교에서 새우 미끼로 4짜 붕어를 올렸다. 강성구 씨는 1.7칸부터 2.8칸까지 짧은 대 위주로 글루텐과 새우 미끼로 허리급과 4짜 붕어를 낚았다고 한다. 계측해 보니 눈금이 42cm를 가리킨다.

▲ 상곡낚시터에서 인기가 높은 제방 옆 4인실 최신 좌대. 왼쪽으로 보이는 시설은 1인실 방갈로다.

▲ 경북 달성군에서 온 김상구 씨. 1인용 방갈로 뒤편 연안 잔교에서 짧은 2칸 대로 4짜 붕어를 낚았다.

▲ 김상구 씨의 조과. 허리급 월척부터 4짜까지 풍족한 손맛을 봤다.

▲ 관리실 앞 연안좌대. 실내에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 관리실 앞 수상잔교. 앞뒤 공간이 넓어 낚시텐트를 치기도 좋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좌대로 바로 돌아와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찌불을 밝혔다. 자생새우를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새우 채집망을 담갔다가 20분 만에 꺼내니 좋은 씨알의 새우가 한 가득이다. 어림잡아도 100마리는 넘어 보였다. 새우가 이렇게 많이 채집된다는 것은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옥수수와 새우를 꿴 낚싯대를 차례대로 배치한 후 대물 붕어의 입질을 기다렸다. 밤 9시쯤 드디어 4.4칸 가장 긴 대에 어신이 포착되었다.

스멀스멀 찌를 중후하게 올리는 입질에 챔질했더니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강렬하다. 물 밖으로 꺼내었더니 월척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준척급 붕어다. 역시 새우 미끼에 씨알이 좋은 붕어가 나오는 것 같아 모두 새우 미끼로 교체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이후로는 정적만 흘렀다. 고즈넉한 산 속 소류지에 초록빛 요정만 반짝이고 있다. 가을날 상곡지 밤하늘에는 저게 다 별인지 믿기 어려운 하늘이 펼쳐진다. 탐욕스럽게 별을 바라보았다. 이런 욕심은 얼마든지 괜찮을 것이다. 자정을 넘어서 간간이 들어오는 새우 입질에 몇 수의 준척급 붕어를 더 낚고서는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철수하는 낚시인의 자동차 소리에 잠이 깼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는 밖으로 나와 잠시 아침 인사하는 붕어를 만나고는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이번 출조는 가을의 한가운데서 대물의 꿈을 안고 출조하였으나 아쉽게도 월척을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백이 있는 낚시여행은 언제나 근사하다. 상곡지 주변의 숲들이 붉게 물들 11월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낚시터를 떠났다.

▲ 수상잔교 우측 연안좌대에서 잉어와 한판승부를 벌이는 낚시인.

▲ 경기도 양평에서 온 김형국 씨가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 준척급 붕어로 손맛을 본 필자.

▲ 서울 면목동에서 온 염인태 씨가 올린 대물 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