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은 물낚시 마감기와 다름없다. 급격하게 낮아진 기온과 수온 탓에 붕어 입질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물낚시인들은 이때를 마지막 대물낚시 찬스로 여긴다. 서리가 내릴 즈음, 월척급 이상의 대물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 전날 초저녁에 36cm를 올렸던 윤창석 씨가 둘째 날 아침에도 큰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목줄이 터지는 바람에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용인 송전지에서 대물 소식이 들려온 건 10월 말이었다. 송전지는 지난 추석 때 제방 공사를 이유로 배수를 시작했는데 이후 10월 중순까지 공사가 지속돼 낚시에 큰 지장을 겪었다. 매일 조금씩 수위가 줄자 조황은 급락했고, 붕어가 낚여도 월척에 못 미치는 잔 씨알이 주류를 이뤘다. 그 바람에 ‘올해 송전지 붕어낚시는 끝이구나’ 싶었는데 시즌 폐막을 한 달 앞두고 희소식이 전해졌다.

나에게 소식을 알려온 윤창석 씨는 송전지 서울집좌대 단골로 “10월 중순을 기해 배수가 멈추고 현재는 아주 조금씩 수위가 오르고 있다. 오름수위 효과라기보다는 본격 겨울을 앞두고 대물 붕어들이 마지막 먹이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근황을 전해왔다.

서둘러 촬영 준비를 한 뒤 서울집좌대를 찾은 시기는 지난 10월 25일, 윤창석 씨 외에 남양주에 사는 정광열 씨가 촬영에 동행했다. 오후 3시경 송전지 배터에 도착하자 평소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예년 같으면 평일에도 낚시인들로 북적댈 시기지만 추석 이후 이어진 불황 탓인지 우리 외에 다른 낚시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집좌대는 송전지 중상류 우안 묘봉골에 있었다. 내가 올라탄 6번좌대는 낚시인들에게 유명한 ‘장어집’ 맞은편 연안에 있었는데 전날 다른 좌대에서 낚시한 정광열 씨가 미리 들어와 있었다. 맞은편 3번좌대에는 윤창석 씨가 혼자 들어갔다.전날 장어집 인근 좌대에서 40cm 1마리와 35~36cm 2마리를 올린 정광열 씨는 10월 들어 벌써 3번째 송전지 출조였다. 앞선 두 번의 출조 때마다 허리급 월척을 낚았고 첫 출조에서는 4짜 포함 월척만 5마리를 올렸다고 말했다(터트린 붕어만 3마리가 넘었다).

▲ 촬영에 동행한 정광열(왼쪽) 씨와 윤창석 씨가 취재 기간 중에 올린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 정광열 씨의 낚시 자리. 3.6칸 이내의 비교적 짧은 대로 입질을 받아냈다.

▲ 정광열 씨가 아침 시간에 올라온 50cm급 향어를 보여주고 있다. 송전지에서는 이맘때 어쩌다가 가끔씩 굵은 향어가 올라온다.

서둘러 대를 펴고 수심을 재보니 1~1.2m 수준. 초겨울 수심치곤 얕은 곳에서 붕어가 낚인다 싶었다. 그러나 다른 집 좌대에서는 2~3m권에서도 입질이 들어왔다는 것으로 보아 최근 며칠 사이에는 수심에 관계없이 입질이 활발한 것 같았다.

대를 모두 펴고 나니 어둑해졌다. 그리고 의외로 이른 시간에 입질이 들어왔다. 시계가 8시 무렵을 가리킬 즈음 맞은편 3번좌대에 탄 윤석창 씨의 전자케미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왔어!”라는 짧은 외침과 동시에 묵직한 물파장 소리가 수면에 울려 퍼졌다. 한참을 버티다가 뜰채에 담긴 녀석은 36cm급. 윤창석 씨는 체구만 봤을 때는 4짜로 착각했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윤창석 씨가 씨알을 제대로 감 못 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헤드랜턴을 놓고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붕어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채비가 모두 엉키는 바람에 헤드랜턴 없이는 채비 재정비가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결국 윤창석 씨는 늦은 시간에 관리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밤 9시경 관리인이 배가 끌고 와 헤드랜턴을 전달하고 갔다(결과론이지만 한창 입질이 들어올 때 배가 들어왔다 나간 것이 이날 밤 조황이 낱마리로 끝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두 번째 입질은 밤 9시경 나와 함께 좌대를 탄 정광렬 씨에게 연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첫 입질은 원줄이 터져 놓쳤고 두 번째 입질은 받침대 앞까지 끌고 왔다가 바늘이 빠져 놓쳐 버렸다. 세 번째 입질은 찌를 옆으로 질질 끌고 가는 걸 챘는데 결국 파이팅 끝에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전날보다 5도 이상 기온이 떨어진 영향인지 입질도 미약하게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정광열 씨에게 들어온 연속 세 번의 입질에 긴장한 나는 밤늦게까지 버텨보았지만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밤 11시경 좌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전날 밤을 샌 정광열 씨도 체력이 바닥났는지 곧바로 나를 따라 들어왔다.

다시 잠에서 깬 것은 새벽 2시 무렵. 채비 엉킴에 대비, 자기 전 4대의 낚싯대에만 미끼를 달아 놓았는데 나와 보니 맨 우측 3.2칸 대 찌가 물속에 잠겨있었다. ‘자동빵’임을 감지하고 챔질하자 “우우우욱~” 하는 저항과 동시에 붕어가 어디론가 박혀버렸다. 꼼짝달싹 않는 대를 붙잡고 1분 정도 버티다가 결국 포기하고 채비를 끊었다.

풀이 죽어 맞은편 윤창석 씨의 찌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갑자기 전자케미의 색상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윤창석 씨에게 급히 전화를 걸자 부리나케 방에서 뛰쳐나와 낚싯대를 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고기도 어디론가 처박혀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결국 이번 취재 기간 우리가 낚아낸 붕어는 윤창석 씨가 올린 36cm 1마리 외에 내가 철수 직전 올린 50cm급 향어 1마리가 전부였다, 그러나 비록 좌대 위로 끌어내는 것은 실패했지만 밤새 총 5마리의 붕어가 바늘에 걸렸다가 빠지거나 채비가 터져 놓친 것으로 볼 때 강추위와 관계없이 대물 붕어가 활발히 회유하고 있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 10월 중순 이후 월척과 4짜를 다수 배출한 송전지 묘봉골.

▲ 낚시를 마친 촬영팀과 서울집좌대 안주인 정혜인 씨와의 기념촬영.

▲ 취재일에 입질이 활발했던 경원F&B의 알파글루텐과 마루큐 딸기글루텐.

▲ 윤창석 씨가 첫날 밤낚시로 올린 36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정광열 씨가 4짜 붕어를 낚아낼 때 사용한 강원산업의 록시골드 낚싯대.

▲ 정광열 씨가 취재일 전날 송전지에서 밤낚시로 올린 40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팀이 철수한 후 송전지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한동안 북적였다고 한다. 폭발적인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한 좌대당 하룻밤 서너 마리 가량의 붕어가 낚였고 그중 한두 마리는 허리급과 4짜가 섞여 올라왔다.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입질 시간이었다. 초저녁인 밤 10시 이전에 집중적으로 입질이 왔고 새벽에는 잠시 뜸했다가 오전 5시 무렵~9시 사이 두 번째 입질 찬스가 찾아왔다. 따라서 무리하게 날밤을 새기보다는 적절한 낚시 시간 안배로 체력을 비축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미끼는 글루텐이 잘 먹혔으며 요즘 대물낚시인들이 즐겨 쓰는 옥수수에는 큰 재미가 없었다는 게 낚시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송전지의 초겨울 대물 피크는 길게는 11월 한 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면에서 막바지 저항을 하고 있는 송전지 향어.

많은 낚시인들이 대를 접기 시작할 11월은 알고 보면 큰 붕어를 만날 수 있는 호기다. 시기적으로 밤새 서리가 내리고 물그릇에 살얼음이 얼 정도로 추울 때가 바로 그때다. 본지에서는 2013년 12월호에 이 짧은 시기를 지칭하는 ‘서리붕어’라 명명하고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