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캠핑 브랜드 코베아가 창사 40주년을 맞았다. 1982년 고(故) 김동숙 회장이 창업해 올해로 40돌을 맞은 코베아는 캠핑을 넘어 등산, 낚시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해외 진출을 강화해 글로벌 아웃도어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 인천 서운동의 사옥 1층 역사관에서 미소 짓고 있는 김상현 코베아 대표이사. 역사관엔 창업주 고 김동숙 회장이 걸어온 길과 글로벌 아웃도어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금처럼 캠핑이 국민레저로 각광받기 이전엔 가스버너, 가스난로 등 가스기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낚시인이었다. 1991년 정부가 국립공원내 취사야영금지조치를 내린 뒤 야외에서 가스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레저공간은 저수지나 바다와 같은 물가였다. 물가를 가장 많이

코베아는 버너, 랜턴, 난로 등 가스기기 전문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낚시인에게 코베아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코베아가 1986년 출시한 가스랜턴 ‘ET086’은 낚시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낚시용품이었다. 민물 밤낚시에서 칸델라 애용자가 많았던 당시에 화학원료를 쓰지 않고 가스원료를 사용해 불을 밝히는 가스칸델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코베아 가스난로 ‘파워센스’는 낚시인이면 한 번쯤 사용해봤을 ‘최애’ 장비로 통한다. 밤낚시를 즐기는 민물낚시에서 가스난로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사용하는 필수장비다. 삼각 형태가 독특했던 이 가스난로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화력이 강해 단번에 낚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파워센스’는 지금도 많이 찾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이제 코베아는 낚시인에게 가장 친숙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됐다.

지난 9월 28일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은 코베아의 인천 서운동 본사를 찾았다. 창업주 고(故) 김동숙 회장의 장남인 김상현 대표이사를 만나 40돌을 맞은 코베아의 발자취와 비전을 들어보았다.

코베아는 자신만의 버너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산악인의 열망에서 시작됐다. 1972년 신천지산우회 창립회원이었던 창업주 김동숙 회장은 산에서 처음 본 스베아의 석유버너를 보고 토종 석유버너를 만들어보기 마음먹고 1982년 코베아를 창업했다. 당시 회사명은 ‘코베아상사’였다.

‘코베아’란 이름은 김 회장이 한 번 보고 마음을 뺏긴 스베아에서 따왔다. ‘코리아(Korea)’와 스웨덴의 버너회사인 ‘스베아(Svea)’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코베아의 첫 제품인 석유버너 예열기가 한 해에 12만개가 팔릴 정도로 크게 히트를 쳤다. 세계적인 버너를 만들겠다는 열망은 1987년 국내 최초의 자동점화식 가스버너 ‘TKB-8712’를 통해 이뤄졌다. 기존 제품보다 월등하게 편리한 이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날개 돋힌 듯 팔렸고 지금까지도 판매되고 있는 초스테디셀러다.

“코베아 창업 당시 얘기는 저도 들은 것을 전할 수밖에 없는데요. 80년대 초는 석유버너와 같은 액체연료버너를 사용하는 시대였죠. 그런데 이 버너는 예열을 해야 하고 펌핑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선대 회장님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액체연료버너시대는 막을 내리고 머지않아 사용하기 편리한 가스버너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일찍부터 가스기기 개발에 주력하셨죠.”

가스버너로 승승장구하던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1991년 정부는 국립공원내 취사야영금지조치를 내렸고 이 여파로 등산용품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코베아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고 그 활로를 해외에서 찾았다.

화구가 두 개여서 물가 등 야외나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핸디 트윈스토브(KB-9110)’가 코베아의 막힌 숨통을 트여줬다. 출시 당시 국내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해외에선 큰 인기를 누리면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이로 인해 1996년엔 수출 100만불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00년에는 1,000만불탑을 수상하면서 코베아는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코베아는 가스기기업체에서 캠핑아웃도어기업으로 성장한다. 그 배경엔 앞을 미리 내다본 김 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2000년 들어 시작된 주5일제 근무에 발맞추어 캠핑과 등산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001년 ‘비젼코베아’를 설립하고 캠핑용품을 만들었다.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문등반장비를 만드는 ‘트랑고’를 인수했다.

비젼코베아가 만든 첫 텐트 제품인 ‘캐슬’이 큰 인기를 끌었다. 뒤이어 ‘와이드 빅돔’, ‘아웃백’, ‘퀸텀골드’ 등 역시 높은 판매고를 보였고 코베아의 축적된 기술로 만든 가스등, 가스버너가 함께 인기몰이를 했다. 코베아는 유수의 해외 캠핑 브랜드를 제치고 대한민국 1위 캠핑 브랜드에 올라섰다. “선대 회장님은 매우 활동적이셨습니다. 호탕하시고 잘 웃으셨죠. 사람들을 잘 챙기셨어요. 산악활동을 하실 때는 후배 양성에도 늘 힘쓰시고. 그래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을 하실 때는 직접 겪어보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으셨습니다. 등산이라는 취미가 일이 된 것이기에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일을 즐기셨죠. 캠핑시장에 뛰어드셨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접 해보고 써보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셨고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제품들이 개발되었습니다.”

▲ 코베아의 첫 제품인 석유버너 예열기. 창업연도인 1982년에 출시되어 한 해에 12만개가 팔렸다.

▲ 화구가 두 개인 ‘핸디 트윈스토브(KB-9110)’. 해외에서 먼저 호응을 얻은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 코베아 사옥 1층 역사관을 안내하던 중 발걸음을 멈춘 김상현 대표이사. 사진 속에서 창업주 고 김동숙 회장과 부인인 강혜근 여사가 미소 짓고 있다. 2011년 코베아 경영을 이어받은 강혜근 회장은 남편의 품질우선 고객중심의 기업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 “선대 회장님인 아버지를 따라 저수지로 바다로 낚시를 다녔죠.”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 옛 기억이 떠오른 듯 미소 짓고 있는 김상현 코베아 대표이사.

2011년 10월 11일, 김동숙 회장이 숙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코베아는 큰 변화를 맞는다. 부인인 강혜근 여사가 회장에 올랐다. 국내 최대 캠핑업체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시선도 있었다. 강 회장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라는 김동숙 회장의 기업정신을 이어받아 고객우선경영을 실천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다음해, 자라섬을 통째로 빌려 고객 300가족을 초청하는 ‘코카프(KOCAF, Korea Camping Festival)’을 개최했다. 코카프는 국내 대표 캠핑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코베아의 정신을 실현시킨 대표적인 친고객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러한 품질우선 고객중심 기업정책은, 텐트 방수기능 강화를 위한 국내 최초의 ‘레인 테스트 룸‘ 설치, 소비자 만족도 우선의 애프터서비스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한국서비스진흥협회로부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에 10년 연속 선정됐으며 지난해엔 강 회장이 ‘대한민국 리더십 대상’ 고객만족경영 부문 대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강혜근 회장)나 저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경영을 맡게 되었고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했습니다. 선대 회장님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오신 직원 분들과 함께하면서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많이 물어보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라는 회장님의 경영철학 대로 소비자가 구입한 코베아 제품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고객중심의 애프터서비스를 펼치고자 노력했습니다.”

코베아는 캠핑, 등산, 가스기기 분야에서 낚시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아웃도어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2020년 코베아 브랜드의 낚싯대를 출시하고 낚시시장에 진출했다. 김상현 대표이사는 낚싯대 개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낚시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코베아는 사실 낚시와 인연이 깊습니다. 선대 회장님이 낚시를 좋아하셔서 가스칸델라 같은 낚시용품을 개발하시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초 산에서 취사야영을 금지시켰을 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가스기기 내수시장은 낚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낚시인들은 물가에서 고기를 잡고 음식을 요리해 먹는 것을 즐기는 분들입니다. 선대 회장님인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녔던 추억이 낚싯대 시장 진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캠핑을 가서 좀 더 액티브한 여가활동으로 낚시를 접목하면 참 좋겠다 생각했죠. (강혜근)회장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나중엔 이해를 해주시고 적극 밀어주고 계십니다.”

창사 40주년을 맞은 코베아는 현재 캠핑, 등산, 낚시 등 다양한 레저분야에서 1000여 종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1,000여 개에 이르는 업계 최대의 전국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을 비롯해 유럽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40여 개국의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아웃도어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창립기념행사 개최를 고려하기도 했는데 코로나19를 감안해 직원들끼리 모여 자축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회사로서는 40주년 에디션 제품을 출시해 창사 40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봐주셨으면 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입니다. 사옥 1층에 있는 역사관엔 회사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그중 출시되어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도 잘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을 모아 요즘 트렌드에 맞춰 재탄생시켰습니다. 가스랜턴, 가스버너, 테이블 등이 있는데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 감성과도 잘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회사 생산직부터 시작해 일을 배워 차근차근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40년이라는 시간이 여러 의미로 다가오긴 합니다. 요즘은 일을 하면서 선대 회장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봐 와서 그런지 저보다 몇 살 어린 코베아가 친동생처럼 느껴집니다.

2020년에 루어, 바다루어용 낚싯대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낚시 장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단기간에 스펙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따르긴 합니다. 현재 프로스탭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반응이 좋습니다. 올 겨울 시즌을 바라보고 송어루어로드를 개발하고 있고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창사 40주년을 맞은 코베아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고객들과 소통하여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해외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여러 나라와 협업하여 코베아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는 코베아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 김상현(우) 코베아 대표이사가 피싱태클 개발실에서 올 겨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송어루어로드에 대해 전우용 개발팀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코베아가 창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놓은 40주년 컬래버레이션 에디션. 과거 출시되어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도 쓸 수 있는 제품을 현대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