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낚미인 회원들과 빅게임 출조에 나섰다. 다음날 25일 경북 울진에서 빅게임을 하고 청주공항으로 이동해 제주로 넘어가는 일정. 하드한 스케줄이지만 좋아하는 빅게임을 이틀 연속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떠 있었다.

울진 빅게임에서는 지깅을 했다. 낚미르 임승준 대장님이 “폽핑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하고 권유해 이날 폽핑에 도전하게 됐다. 비록 울진에선 던지기 연습으로 끝났지만 제주도에서는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제주에서 맞은 운명의 9월 26일. 뭐가 그리 설렜는지 새벽 3시30분에 잠이 깼다. 차귀도 고산포구에서 물곰호에 승선해 자리를 배정받은 후 낚시 준비를 마쳤다, 배정받은 자리가 약간 불편해 이 자리에서 캐스팅을 원만하게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물곰호 강원우 선장님의 ‘해 뜨기 전부터 낚시를 시작해야 한다’는 재촉에 나도 모르게 착한 학생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제주도 서쪽 차귀도 해상이었다. 강 선장님이 안내방송을 통해 알려준 대로 열심히 캐스팅에 임했다. 사실 폽핑만큼은 완전 초보이다 보니 이날도 뭔가를 잡는다는 기대감은 없었다. 그저 경험을 쌓는다고나 할까….

서서히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동료 회원들의 입에서 히트 소리가 터져 나왔고 곳곳에서 우당탕탕 부시리 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 와중에도 강 선장님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어군 포착됩니다!” “내리세요!” “캐스팅 하세요!”를 반복했다. 마치 빅게임 교장 선생님처럼 능수능란하게 낚시 리듬을 조율하는 모습에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나에게도 첫 고기가 히트됐는데 30cm가 갓 넘는 아기 잿방어였다. 빅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잔챙이라 낚이는 게 신기한 사이즈였지만 나의 첫 고기이다 보니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교장 선생님’의 무덤덤한 스파르타식 진행에 우리 모두는 또 다시 모범생 모드로 바뀌었다.

그렇게 오전 피딩타임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입항했다. 강 선장님이 추천한 중화요리집에서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시부터 다시 오후낚시에 돌입했다. 식사하고 차 마실 때엔 귀엽게까지 보이던 선장님은 낚싯배를 타자 다시 혹독한 조련사로 변신했다.

그 덕분일까?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회원 두 명이 동시에 히트했고 드랙 풀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나는 속으로 ‘씨알이 잘아도 좋으니 제발 한 마리만 더 낚아보자’는 오기가 생겼고 그 욕심에 쉬지 않고 지깅과 폽핑을 반복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대물을 걸면 내가 끌려갈까 싶어 “선장님 저 히트되면 도와주세요! 끌려가면 로드라도 잡아주세요”라며 선장님께 말을 붙여봤지만 강 선장님은 의미심장한 표정만 지을 뿐 어군 안내방송하는 데만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오후 5시가 됐다. 강 선장님이 “지깅은 끝내고 폽핑을 할 겁니다. 여긴 제가 예전 이 시간대에 큰 녀석을 올린 곳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했다.

그리고 그 예언은 들어맞았다. 나의 두 번째 캐스팅에 수면을 거칠게 튕기며 달려오던 펜슬베이트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마치 수영선수가 접영하듯 불쑥 솟구쳐 펜슬을 삼켜버리는 잿방어를! 그리고 사정없이 풀리는 드랙 소리에 정신이 얼얼했고 릴링은커녕 로드를 잡고 있는 것도 버거울 정도의 괴력이 전해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물고기의 힘. 이게 황소지 물고기란 말인가?

상황을 파악한 강 선장님이 곧바로 내 옆으로 달려와 코치를 시작했다, 동시에 낚미인 임승준 대장님도 뭔가를 히트하면서 순식간에 뱃전은 아수라장이 됐다.

선장님은 “물고기한테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됩니다. 핸들 돌리세요, 낚싯대 세우세요, 내리면서 다시 감으세요”를 반복해 말하며 나의 파이팅을 도와주셨다.

선장님이 시키는 대로 이를 악물고 파이팅을 펼쳐 나갔지만 막판에는 내가 힘이 다 빠져 고기가 배 밑으로 들어 갈까봐 걱정됐다. 힘이 너무 빠져 온몸으로 로드를 안기도 했다.

결국 내 혼을 쏙 빼놓은 녀석이 뜰채에 담겼다. 괴력의 고기는 부시리가 아니라 잿방어. 길이는 무려 135cm가 나왔다. 강 선장님은 “여성이 낚은 잿방어로는 국내 최대어일 겁니다”하고 말하며 엄지를 세웠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내가 이 녀석을 낚았단 말인가.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135cm 잿방어를 낚은 뒤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이 묘미로 빅게임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기록어가 될 잿방어를 낚게 해준 물곰호 강원우 선장님 그리고 낚미인 임승준 대장님, 앞장서서 내 일처럼 나의 낚시를 도와주신 낚미인 회원 여러분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장미르 씨가 낚은 135cm 잿방어의 계측 기록은 줄자가 조금 휘어져 있어 정확한 기록 판독이 어렵다. 정미르 씨의 잿방어 공식 기록 판정은 연말에 치러지는 낚시춘추 연최대어상에서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편집자 주>

▲ 차귀도 해상에서 폽핑으로 올린 135cm 잿방어를 자랑하는 필자. 처음 경험하는 강한 저항에 깜짝 놀랐다.

▲ 낚싯배 위로 올리자마자 계측을 했다.

▲ 135cm 잿방어를 히트한 마리아사의 덕다이브 F230 펜슬베이트 9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