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만 달리면 무늬오징어가 퍽! 퍽! 문다. 양양 수산 앞바다가 화제의 현장이다. 남해안으로 갈 때보다 2시간가량 운전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조과도 출중해 주중에도 낚시인들이 몰리고 있다.

▲ 에프마켓 석수점 매니저 석상민 씨가 양양 앞바다에서 올린 고구마급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바람이 불기 직전인 오전에 듀엘의 맥캐스트 3호(15g) 노멀 에기로 입질을 받았다.

양양 앞바다 무늬오징어 팁런은 본지 2021년 11월호에 소개한 적 있다. 당시 기사를 본 낚시인들은 강원도에서도 팁런 출조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매우 반겼다. 또한 최근에야 무늬오징어낚시에 입문한 낚시인 중에는 ‘강원도에 무늬오징어가 서식하는 것 자체를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 했다(참고로 강원도 북부에선 이미 지난 2010년 이전부터 무늬오징어낚시가 시작됐다).

현재 양양에서 팁런을 전문으로 뛰는 배는 수산항의 도리호다. 도리호 김세영 선장은 5년 전인 2017년 무렵부터 무늬오징어 탐사를 해왔고 본격적으로 출조 영업을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양양에서 수산물 양식업을 겸하고 있다 보니 수산 앞바다 물속은 손바닥 보듯 꿰차고 있다.

김세영 선장이 낚싯배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10년 전부터 서해에서 즐겨온 두족류낚시 경험 덕분이었다. 그 경험을 바탕 삼아 양양 앞바다 무늬오징어 포인트를 개발했고 낚싯배 사업까지 시작한 케이스다.

지난 9월 23일, 에프마켓 석수점 매니저로 활동 중인 서울의 석상민 프로와 함께 수산항을 찾았다. 석상민 프로는 작년에도 수십 번 이상 양양으로 출조해 출중한 조과를 거뒀다. 그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파하며 수도권에 ‘양양 팁런’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플라이낚시를 거쳐 90년대 중반부터 프로배서로 맹활약한 석상민 씨는 바다 루어낚시에서도 날카로운 감각을 발휘해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6월 오픈한 에프마켓 루어매장이 북적대는 것도 석상민 프로 때문이라 게 낚시인들의 설명이다.

새벽 3시에 에프마켓 석수점을 출발, 느긋하게 운전해 수산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30분. 도리호에는 이미 7명 정도의 낚시인들이 도착해 있었다. 알고 보니 모두 석상민 프로의 팬들이었다. 포인트는 의외로 가까웠다. 수산항 방파제를 벗어나자마자 2분도 안 돼 낚싯배가 멈췄고 곧바로 낚시가 시작됐다. 오늘은 팁런부터 시작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연안으로 붙어 캐스팅을 해볼 예정. 연안 수온이 덜 떨어져 그때까지도 무늬오징어들이 얕은 수심대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석상민 프로가 캐스팅로드와 팁런로드를 모두 준비하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작년 같으면 무늬오징어들이 9월 말에 이미 깊은 곳으로 이동해 팁런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수온 하강이 늦는지 얕은 연안을 노릴수록 입질이 잦더군요. 아마도 10월 초순까지는 캐스팅과 팁런을 병행하는 방식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여느 동해안과 마찬가지로 강원북부 앞바다도 낚시 포인트가 항구 인근이다. 대부분 연안을 따라 남쪽이나 북쪽으로 이동하며 멀어봤자 연안에서 500m~1km 이내 포인트도 많다.

▲ 수산항에서 출항하는 도리호를 타고 무늬오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 하조대 인근 여밭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여느 동해안과 마찬가지로 연안 가까운 곳에서도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

▲ 취재일에 팁런으로 굵은 무늬오징어를 올린 낚시인.

▲ 홍민 씨가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걸자 김세영 선장이 뜰채질을 지원하고 있다.

시즌 초반인 만큼 에기는 3호로 작게 썼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얕은 수심을 감안해 침강속도가 느린 섈로우와 슈퍼섈로우 타입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날은 이 선택이 먹혀들지 않았다. 수심은 고작 1~3m에 불과했지만 아침부터 강풍이 부는 바람에 침강속도가 느린 에기로는 바닥을 찍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취재일은 오전 10시 이후 강풍이 예보돼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가장 먼저 무늬오징어를 올린 사람은 석상민 프로였다. 석상민 프로는 ‘수중여에 바짝 붙였다가 밑걸림 된 에기를 빼내는 과정에서 히트가 됐다’고 설명했는데 그만큼 취재일 무늬오징어들의 활성은 저하된 상태였다.

이처럼 이날 오전에 낚인 무늬오징어 대부분은 철저하게 수중여 주변을 노렸을 때 입질이 들어왔다. 맨바닥에서는 거의 입질을 받기 어려웠다.

오전 12시까지의 낚시 결과 석상민 프로가 원맨쇼를 하듯 혼자 5마리를 올렸을 뿐 다른 낚시인들은 1~2마리 수준이었고 그때까지 꽝을 맞고 있는 낚시인도 절반이 넘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남쪽 동호해수욕장과 북쪽 양양 쏠비치 앞까지 오르내리며 팁런과 캐스팅을 반복했는데 오후로 갈수록 바람이 거세져 2시 이후로는 낚시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결국 취재일은 평소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조황을 거두고 철수하게 됐다.

그러나 취재 후 1주일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석상민 프로한 함께 출조한 일행은 오전에만 총 31마리의 무늬오징어를 낚았고 모두 8~9m 수심을 노린 팁런에 올라왔다. 이날은 물색이 너무 맑아 연안 캐스팅 대신 팁런을 집중적으로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양상이면 오후에도 비슷한 마릿수를 거둬 평년 조황인 70~80마리는 거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불운하게도 오후부터 강한 남풍이 터지는 바람에 3마리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역시 에깅과 팁런은 지역 관계없이 바람 극복이 최대 관건이라는 게 석상민 씨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양양 팁런은 언제까지 호황을 이어갈 것인가. 석상민 씨는 “보통 11월 초순까지는 조황이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올해는 변수가 예상되는데 10월 초 현재까지도 많은 무늬오징어들이 연안 여밭에 붙어있습니다. 수온이 내려가면 성장한 무늬오징어들이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시즌이 연장될지, 어느 순간 갑자기 입질이 끊길 지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10월 둘째 주에 불어 닥친 폭풍이 지난 후 본격적인 팁런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예상이었다.

▲ “동시 히트입니다.” 바람이 터기 전 하조대 연안에서 무늬오징어를 연달아 올린 석상민(왼쪽) 씨와 원주 김성호 씨.

▲ 선두에 서서 얕은 수중여 지대를 노리는 모습. 물색이 맑은 강원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취재일 사용한 팁런 에기. 바람이 강할 때는 수심에 관계없이 30~50g 무게의 팁런 에기가 필요했다.

▲ 취재일 사용한 엔에스의 팁런 장비. 베링 2500번 스피닝릴과 다크호스Ⅱ 팁런 로드다.

양양뿐 아니라 동해안은 연안 수심이 매우 얕다. 연안 캐스팅의 경우 1~2m 수준에 머무는 포인트도 많기 때문에 수심만 놓고 본다면 침강속도가 아주 느린 섈로우나 슈퍼섈로우 타입 에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람이다. 지역에 관계없이 바람은 에깅의 적이지만 유독 강원도에서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취재 당시 양양 앞바다에 강한 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팁 타입 에기로도 수심 3m 바닥을 찍기가 어려웠다. 원줄은 물론 배까지 빠르게 바람에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3호 노멀 에기에 3호 고리봉돌을 스냅도래에 달아 사용했고 그 덕분에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따라서 에기를 준비할 때는 다양한 침강속도를 갖춘 에기를 고루 준비할 것을 권한다.

팁런용 에기도 마찬가지여서 마스크+에기 포함 50g 이상 되는 조합을 많이 준비할 것을 권한다. 강풍에 배가 밀리면 50g 조합으로도 바닥을 찍기 어렵기 때문이다.

▲ 캐스팅용 3호 노멀 에기에 3호 고리봉돌을 단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