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측자 위에 올린 벵에돔. 정확히 50.5cm가 나왔다.

출조일인 10월 10일은 며칠 동안 북풍이 다소 강하게 불어서 연안에 좋은 너울이 일고 있었다. 화북방파제 외항이 큰 고기를 잡기에 좋지만 강한 너울로 인해 낚시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내항에서도 밑밥 운영만 잘한다면 충분히 4짜 벵에돔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적당히 탁한 물색이었다. 테트라포드에 살고 있는 대물 벵에돔을 잡기위해 중요한 건 조류보다는 물색이다. 물이 맑다고 해서 대물 벵에돔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맑은 물엔 잡어 또한 늘어나기에 벵에돔이 올라올 확률이 낮다. 즉 너울에 의한 물색이 방파제에선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주시권 방파제 포인트들은 대물을 잡기 위해서 채비를 발 앞에 붙이면서 낚시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테트라포드 자체가 큰 물고기의 은신처가 되기 때문에 의외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장타낚시보다 꾸준하게 발 앞에 밑밥을 주며 잡어에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찌는 0α와 00를 상황에 따라 선택, 구멍찌가 살짝 잠기게 한 후 미끼가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줄을 잡아주었다. 이때 너울이 강하다면 g7이나 g5봉돌을 물렸다. 비록 잡어가 보인다고 하더라도 너울이 있다면 큰 벵에돔이 뜨기 때문에 꾸준히 낚싯대로 채비를 컨트롤하며 입질층을 찾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비록 잡지는 못 했지만 3번이나 터지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2.5호 목줄로 세팅을 했는데 오늘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결국 2호 목줄도 2.5호 목줄도 남아있지 않아 1.7호 목줄로 교체해 낚시를 해야만 했다.

1.7호 목줄이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 스멀스멀 잠기는 찌를 보고 입질인 것 같아 바로 챔질하니 테트라포드에 박을 줄 알았던 고기가 밖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순간 이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밖으로 빠지는 고기를 브레이크레버로 줄이 터지지 않게 낚싯대를 세워가며 버텨내니 다시 테트라포드 안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빠른 릴링으로 라인의 텐션을 유지하고 낚싯대로 버티기 시작, 낚싯대까지 잠겨 들어가는 상황에서 1.7호 목줄이 버텨줄까 불안한 마음에 목줄을 구비해 놓지 않은 게 후회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서서히 고기가 떠올랐고 한눈에 봐도 대물 벵에돔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뜰채로 떠서 길이를 재보니 50.5cm! 제주시권 방파제에선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5짜 벵에돔을 마주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 제주 화북방파제에서 낚은 50.5cm 벵에돔을 보여주는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