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낮 기온은 여름 수준이고 수온 또한 25도 수준을 유지하던 지난 9월 말에 차귀도를 찾았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벵에돔들은 어떤 패턴으로 움직일지 궁금해 대표 포인트인 목여, 염소굴, 중앞개 등의 포인트를 며칠 간격으로 출조해 보았다.

▲ 포인트 이동 중 촬영한 차귀도 최고의 포인트 방어덕(낚시인들이 올라선 곳). 긴꼬리벵에돔 명당이다.사람사진필자가 중압개 포인트에서 올린 4짜 벵에돔. 썰물 조류가 흐를 때 제로찌로 여밭을 노려 입질을 받았다.

차귀도에 남풍이 강하게 불면 방어덕, 목여, 지실이 섬, 장군바위 등 남쪽을 마주하는 갯바위는 하선이 불가능하다. 반면 동쪽에 있는 앞개, 중앞개, 염소굴, 고령, 보섭코지, 보섭코지안통 등은 내릴만한데, 남쪽과는 달리 동쪽은 수심 얕은 여밭이 많고 회유성 강한 긴꼬리벵에돔보다 일반 벵에돔이 잘 낚이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긴꼬리벵에돔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일반 벵에돔이라고 해서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이 구간에서는 40cm 이상의 빅사이즈가 곧잘 낚이기 때문이다. 12월까지는 긴꼬리벵에돔 인기에서 밀리고, 날씨 나쁜 날에 주로 내리는 ‘대타 포인트라’는 인상이 짙지만 2~3월이 되면 5짜급 일반 벵에돔 포인트로 각광받는 포인트다.

9월 말 출조 때 한 번은 염소굴, 한 번은 중앞개에 하선하였다. 염소굴은 썰물에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사리물때 보다는 죽는 물때 또는 조금에 가까운 물때를 선택해야 한다. 강한 조류가 거세게 밀려들면 낚시 자체가 힘들어지는 포인트다. 수심이 4m 전후로 얕기 때문에 잠길찌 채비를 사용하면 밑걸림이 잦다. 그보다는 제로찌를 사용한 가벼운전유동 채비가 유리한 곳. 들물보다는 썰물 때 폭발적 입질이 들어오는 곳으로 이날도 어김없이 마릿수 손맛을 볼 수 있었다.

3일 뒤에는 염소굴 포인트에 내렸다. 이곳 역시 썰물 때 입질이 잦은 명당으로 배대는 곳에서 볼 때 좌측 갯바위의 반탄류의 끝자락, 썰물 조류가 만나는 지점이 히트 포인트다. 이날은 제로찌 채비가 정렬되고 미끼가 2~3m 내려갔다 싶으면 입질이 들어왔다. 대부분 30cm 중반을 넘기는 체고 좋은 일반 벵에돔이었다. 들물에는 거의 입질이 없다가 썰물 3시간 낚시에 10여 수의 벵에돔을 낚을 수 있었다.

며칠 후 다시 차귀도를 찾았다, 이날도 남풍이 강하게 불어 예약했던 방어덕 포인트에는 접안이 불가, 선장의 권유로 중앞개에 하선하였다. 옆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낚시를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 내려 보는 포인트라 편광안경으로 갯바위 주변 물속을 살피니 곳곳에 큰 수중여가 산재해 있었다. 앞서 출조했던 염소굴과 비슷한 여건이어서 이 포인트에서도 일반 벵에돔이 주로 낚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나의 장비와 채비는 시마노 인해 리미티드 1-530 릴대와 0.6호의 갯바위용 전용 합사(시마노사의 PEG5+), 어신찌는 부력 조절이 가능한 00호, 목줄은 1.75호 2.5m를 사용했다. 바늘은 일반 벵에돔 4호의 비교적 작은 크기였다.

초반 1시간가량 갯바위 주변 여밭을 공략해 봤지만 전혀 입질이 없었다. 공략지점을 변경해 전방 15m 정도 거리에 00호 채비에 봉돌을 부착하지 않은 채비로 전층을 탐색하자 이내 채비가 바닥에 닿았다.

필자가 사용하는 00호 찌는 내부의 공기를 조절 할 수 있는 찌여서 나사를 돌려 0호 부력으로 조절, 목줄에는 봉돌을 달지 않고 스토퍼 상단 20cm 정도에 나비매듭만 묶는 변화로 다시 공략을 시작했다.

마침 하선 당시가 중썰물 때라 조류는 우측으로 흐르고 있었다. 갯바위에서 발생된 반탄조류의 끝자락과 우측으로 흐르는 썰물 조류가 만나는 조경지대를 공략 포인트로 삼아 꾸준히 밑밥을 넣다보니 약 1시간 정도 지나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30cm 중, 후반의일반 벵에돔이 올라왔고 약 3시간의 썰물낚시에 여러 마리의 벵에돔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최대어는 동행한 김동현 씨가 올린 43cm였다. 필자에게도 강하게 저항하는 녀석이 걸려들었으나 아쉽게도 바늘이 벗겨져 얼굴은 보지 못했다. 대형급도 간간이 존재하는 무시 못 할 포인트였다.

특이한 점은 채비가 바닥권으로 내려가면 벤자리가 물고 늘어졌다는 점이다. 이전에 낚시했던 염소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차귀도 동편은 벤자리 자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며칠이 지난 후에는 목개 포인에 하선했는데 잔챙이 벵에돔을 피해 30m 이상 원투낚시를 시도한 결과 25~30cm급을 선별해 낚을 수 있었다.

이날은 채비가 수면에 떨어짐과 동시에 밑밥을 한 주걱 날려 채비 주변 1m 이내에 들어가게 했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짧게 묶고 베일을 닫은 채 뒷줄을 팽팽하게 잡아야 입질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돋보인 것은 0.6호 합사였다. 가이드와 마찰이 적어 장타가 수월했고 연신율이 없기에 감도가 뛰어나 약은 입질을 알아채는데 유용했다. 이런 패턴을 유지하며 5시간 가까이 낚시해 약 50수 가까운 마릿수를 거둔 것 같았다. 다만 거의 방생 사이즈라 여간 피곤하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렇듯 9월에만 4번 차귀도를 찾아보았는데 여전히 높은 수온과 남풍 탓에 포인트 하선이 어렵고 씨알 큰 벵에돔을 만나기도 힘들었다. 다만 공략만 잘하면 마릿수 조과는 탁월한 상황이어서 10월 중순을 넘겨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 수온도 내려가고 제법 큰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차귀도는 제주도의 여러 섬 중 특이하게도 수심 깊은 남쪽에서는 긴꼬리벵에돔만 낚이고 얕은 여밭인 동쪽에서는 일반 벵에돔만 낚이는 게 특징이었다.

지난호에 이어 연이어 차귀도 낚시에 관해 글을 쓰는데 7년째 제주도에 거주하면서도 너무 늦게 차귀도의 매력을 알아차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늦게라도 차귀도의 매력을 알아가는 지금은 마치 보석 광산을 캐는 기분이다.

▲ 필자가 중압개 포인트에서 올린 4짜 벵에돔. 썰물 조류가 흐를 때 제로찌로 여밭을 노려 입질을 받았다.

▲ 포인트 이동 중에 촬영한 지실이섬. 돌돔, 강담동 원투낚시 포인트로 명성이 높다.

▲ 필자가 벵에돔을 낚을 때 사용한 제로핏(ZERO FIT) DVC TYPE-D 00호 구멍찌. 공기 양을 조절해 0~00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찌다.

▲ 김동현 씨가 중압개에서 올린 43cm 벵에돔.

▲ 염소굴에서 올린 4짜 벵에돔을 보여주는 김철규 씨.

▲ 중압개에서 벵에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 중압개에서 올린 4짜 벵에돔을 자랑하는 김동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