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7]
수생태계의 먹이연쇄
플랑크톤이 호수의
서식 물고기를 결정한다
김범철

▲ 호수와 바다의 주요 1차생산자인 규조류 식물플랑크톤(자료_김영길).
호수, 하천, 바다 등 수생태계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면서 먹고 먹히는 먹이연쇄를 형성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대체로 광합성을 수행하는 1차생산자, 이를 먹고 사는 1차소비자, 그리고 1차소비자를 잡아먹는 2차소비자, 2차소비자를 잡아먹는 3차소비자 등의 단계로 분류한다.
1차생산자 → 1차소비자 → 2차소비자 → 3차소비자 ...
이 가운데 1차생산자는 태양에너지를 생물이 이용 가능한 유기물로 변환하는 가장 중요한 생물이다. 1차생산량이 곧 그 생태계에서 유통되는 에너지의 총량을 결정하여 1차생산이 많아지면 광합성생물을 시작으로 이를 먹고사는 모든 동물의 양이 많아진다.
1차생산을 담당하는 생물의 종류는 서식지에 따라 다르다. 바다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1차생산을 수행한다. 바닷가에서는 식물과 유사한 해초를 볼 수 있지만 전체 면적으로 보면 기여도가 크지 않다. 바다의 대부분은 수심이 깊어 해저에 빛이 도달하지 않으며 해초가 살 수 없다.
플라크톤 등 1차생산자가 생태계 유통 에너지 총량을 결정
호수에서도 바다와 유사하게 식물플랑크톤 위주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개구리밥과 같이 수면에 떠서 사는 식물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호수에서는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호수의 영양염류 농도가 낮아 덩치가 큰 식물은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식물플랑크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개체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적 대비 체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낮은 농도에서 수중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에는 플랑크톤이 유리하다.
호수에서는 특히 인 성분이 부족한데 인은 토양에 잘 흡착하여 저질 속에 축적되어 있으므로 수생식물은 저질토에 뿌리를 내리지 않으면 인의 흡수가 부족하여 성장하기 어렵다.
부레옥잠이나 개구리밥과 같은 부수식물이라도 하수가 유입하여 인 농도가 높은 오염 수역에서만 살 수 있으며 정상적인 호수에 들어가면 양분 부족으로 성장이 멈춘다. 그러므로 호수에서는 가장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면은 식물플랑크톤의 영역이다.
호수와 바다에서는 1차생산자가 단세포의 식물플랑크톤이므로 이를 먹고사는 1차소비자도 작은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동물이어야 한다. 식물플랑크톤은 너무 작아서 대부분 어류가 먹을 수 없다. 먹이가 아가미 세파에 걸러져야 먹을 수 있는데 붕어, 치리, 숭어, 백련어 등 일부 어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식물플랑크톤이 세파를 통과한다. 크기가 3-50마이크론 밖에 안 되는 식물플랑크톤을 잘 먹는 생물은 동물플랑크톤이다.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1차소비자 동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도 종류가 많아 하나의 호수에서 출현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수만 해도 수십 종인데 그 가운데 물벼룩이 속하는 동물플랑크톤은 빗살 같은 여과장치가 있어 물속의 부유물질을 잘 걸러 먹는다. 간혹 남조류가 걸러지면 뱉어내기는 하지만 박테리아이건 조류이건 먹이의 종류보다는 크기에 따라 선호도가 결정된다.
동물플랑크톤은 1mm에 가까운 크기를 가지는 것들도 있는데 이 정도 크기가 되면 물고기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피라미나 빙어 같은 작은 어류는 동물플랑크톤을 잘 먹을 수 있으므로 이들이 2차소비자가 된다. 이후 작은 어류는 큰 어류의 먹이가 되어 먹이연쇄가 이어진다. 호수의 먹이연쇄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식물플랑크톤 → 동물플랑크톤 → 플랑크톤식성 어류 → 대형 어식성 어류
그러나 수심이 얕아 수생식물이 많이 사는 호수에서는 많은 1차생산이 식물에 의해 이루어진다. 갈대와 부들이 빼곡히 사는 식물대는 면적당 광합성량이 플랑크톤 위주의 호수에 비해 10배가 넘는다. 그러므로 팔당호, 우포늪과 같이 식물이 많은 호수에서는 주요 에너지원이 식물이며 에너지의 양도 많다. 식물을 먹는 수생곤충과 새우 등의 미소동물이 주요 1차소비자이고 잉어와 같은 초식어류도 중요한 1차소비자가 된다.
수생식물 → 수서곤충, 초식 어류 → 충식성 어류, 어식성 어류
한편 하천에서는 물이 흐르기 때문에 플랑크톤이 살 수 없고 돌 표면의 부착조류가 주요 1차생산자이므로 전혀 다른 먹이연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부착조류도 식물플랑크톤과 같은 규조류 등의 미소 광합성 조류이지만 돌 표면에 붙어 있어 빗살로 부유생물을 걸러 먹는 동물이 먹을 수 없다. 미끈미끈한 점액질도 분비하여 엉켜있는데 돌 표면이 미끄러운 곳은 부착조류가 많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부유물을 거르는 능력이 아니라 다슬기나 수서곤충과 같이 돌 표면을 긁어먹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천에선 돌이끼 등 부착조류 먹는 다슬기나 수서곤충이 1차소비자
먹이 생물이 밀집되어 있어 작은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것에 비하면 동물이 먹기에는 식물플랑크톤보다 유리하다. 고밀도의 먹이를 먹으므로 에너지가 적게 소요되어 동물플랑크톤보다 몸집이 더 큰 1차생산자도 살 수 있다. 그러나 긁어먹을 도구가 필요하다. 즉, 먹이의 형태에 따라 1차소비자의 종류가 선택되며, 물고기는 1차소비자인 수서곤충을 잡아먹는 2차소비자가 된다. 간혹 은어와 같이 부착조류를 긁어먹는 1차소비자 어류도 있기는 하지만 하천의 먹이연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부착조류 → 수서곤충 → 충식성 어류
하천이라도 상류 산간 계곡에서는 빛이 가려지고 인이 부족하여 광합성생물이 거의 없다. 청정 계곡의 돌 표면이 미끄럽지 않은 것은 부착조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낙엽이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 낙엽을 옆새우 등의 수서곤충과 가재가 먹고 어류는 수서곤충을 먹이로 삼는다. 낙엽 자체는 영양가가 낮은 먹이이지만, 표면에 곰팡이가 살면 버섯처럼 좋은 먹이로 변환되고 어류가 직접 먹기도 한다.
낙엽은 산간 지역의 저수지에서도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폭우가 내리기 때문에 많은 낙엽이 하천에 흘러드는데 최상류의 댐에는 낙엽이 쌓여 수서곤충의 먹이가 되고 어류의 먹이도 된다. 여러 개의 댐이 잇달아 있는 경우에는 낙엽이 최상류의 댐에서 차단되므로 하류의 댐에서는 낙엽의 에너지 기여도가 작다. 산간 계류의 먹이연쇄는 다음과 같다.
낙엽 → 곰팡이 → 수서곤충 → 충식성 어류
수생태계에서는 서식지에 따라 1차생산자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여 이를 먹을 수 있는 동물이 선택되고 서로 다른 먹이연쇄를 형성한다.

▲ 호수의 대표적 1차소비자인 물벼룩. 빗살 장치로 부유생물을 걸러 먹는다(자료_김범철).

▲ 수생식물이 주요 1차생산자인 얕은 호수(팔당호, 자료_변명섭).

▲ 하천의 부착조류를 먹는 1차소비자 수서곤충(날도래 유충, 자료_Wikipedia).

▲ 낙엽을 썰어 먹는 갑각류(옆새우, 자료_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