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하지 연밭에 자리를 잡고 찌를 던져 넣고 있는 필자. 주로 긴 대를 이용해 연 가까이 찌를 세웠다.

작년 겨울부터 올 여름까지 장기간 가뭄으로 인해 낚시터마다 갈수 상태가 심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서 가뭄은 다소 해갈됐으나 전남권은 적은 강수량으로 일부 지역은 아직도 저수율이 낮은 상태다. 특히 도서지방은 생활용수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9월 27일 가을 시즌을 맞아 완도군 노화도와 보길도의 낚시터들의 여건과 조황을 살펴보기 위해 출조에 나섰다.

답사 당일 오전,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광주에서 2시간30분 도로를 달려 해남군 송지면에 있는 땅끝선착장에 도착했다. 땅끝항에서 노화도 산양항까지 도선이 운항되고 있으며 아침 7시부터 30분 간격으로 배가 뜬다. 산양항까지는 30분이 걸린다.

산양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노화도의 대표적인 저수지인 양하지(노화읍 신양리, 수면적 6천평)를 둘러봤다. 상류권은 연으로 덮여 있고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수심은 50cm~2m 정도를 유지했다.

그 다음엔 인근에 있는 대물터인 등산지(노화읍 동고리, 수면적 5천평)로 이동했다. 제방에 올라보니 푸른 것은 뗏장수초요, 검붉은 건 마름이었는데 수면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연안 곳곳이 황폐하게 드러나 있을 정도로 갈수 상태가 심했다.

노화도의 대표적인 둠벙인 충도리쌍둠벙(노화읍 충도리, 수면적 1천평)은 1m 정도 수심을 유지하고 있었고 연안으로 부들과 뗏장수초가 폭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진입로는 대체적으로 괜찮았지만 일부는 잡풀로 막혀 있었다.노화도의 낚시 여건이 제법 괜찮아 보였지만 물색이 검고 수초가 삭아가는 과정에서 악취와 가스가 발생하는 듯했다.

그 외 노화도의 유일한 계곡지인 구석지(노화읍 구석리, 6천평)는 그동안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낮은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상류권이 메말라 여전히 육초대가 번성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 밤낚시 준비를 끝낸 필자의 자리. 해가 진 후 차량통행이 줄어들고 모기가 사라지면서 낚시하기 좋은 여건이 되었다.

▲ 필자가 양하지에서 오전 7시에 낚은 31cm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노화도와 연결된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의 통리지를 찾았다. 통리지는 마름으로 수면이 완전히 덮여 있어 수초작업을 해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초가 꽉 찬 상황이었다. 이렇듯 노화도, 보길도의 붕어터들의 여건은 그다지 좋지 않아 고민을 하다가 대를 드리우기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듯 보인 노화도 양하지에서 하룻밤낚시를 하기로 했다.

양하지 상류에는 연밭이 형성되어 있고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가 잘 발달해 있다.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잉어, 장어, 메기, 동자개 등 서식어종이 다양하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자랑한다. 새우와 참붕어가 자생해 그것을 채집해서 미끼로 사용한다.

연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포인트를 물색하던 중 현지 낚시인 오시탁 씨를 만났다. 수년 전부터 낚시로 알고 지낸 지인인데, 이번 출조 땐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연락 없이 조용히 왔으나 역시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오시탁 씨에게 낚시터 여건을 물어보니 필자가 돌아 본 그대로였고 태풍이 오기 전에는 저수지가 모두 말라가고 있었다고 한다. 단, 보길도의 통리지만이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하는 정도였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비가 와야 가뭄이 완전히 해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50cm~70cm 수심을 유지하고 바닥의 걸림은 있으나 심하지 않았다. 주로 긴 대를 이용해 미리 준비한 지렁이와 새우를 병행하여 미끼로 꿰었고 연 가까이 찌를 세웠다. 그러자 잡어들의 입질과 잔 씨알 붕어의 입질이 극성을 부려 옥수수로 미끼를 바꿨다.

해질녘까지 잔 씨알 붕어의 입질을 몇 차례 받는 동안 맞은편 산 아래 연안으로 출조객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른 저녁을 먹고 옥수수 미끼를 그대로 꿰어 찌를 세웠다. 입질이 오면 모두 붕어였으나 씨알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두워져 찌불을 밝히고 새우와 옥수수를 병행하여 미끼에 변화를 줬다.

밤낚시 여건은 아주 좋았다. 모기도 없고 낚이는 붕어 씨알도 조금씩 굵어져 준척급이 잘 낚였다. 새우보다는 옥수수에 입질이 빨랐고 잡어 입질을 피하기 위해 모두 옥수수로 바꿨다. 새벽까지 붕어 입질은 이어졌으나 월척 입질은 받지 못한 채 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아침낚시를 놓치기 아까워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입질에 집중하니 마침내 31cm 월척 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 기대감을 갖고 집중했으나 더 이상의 굵은 씨알은 낚이지 않았다. 철수 때 건너편 연안에 앉은 낚시인들의 조과를 확인하니 낱마리의 월척과 함께 18~27cm 붕어를 10마리 넘게 낚아놓고 있었다.

앞으로 노화, 보길도는 많은 양의 비가 더 내려서 용존산소량이 늘고 수면 위 마름도 삭아 내려야 가을 시즌과 동절기에 씨알 굵은 붕어를 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산된다.

내비 입력 송지면 송호리 1127-21(해남 땅끝항), 노화읍 신양리 1014-1(노화도 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