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알리는 처서가 많이 지났는데도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밤에도 고온현상이 나타나던 지난 9월 17일. 모처럼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에 있는 무량소류지로 출조했다. 이곳은 약 3천평 정도 되는 규모로 경남 고성과 경계 지점이다. 행정구역상 고성군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는 낚시인도 꽤 많다.

이날은 로즈피싱클럽 내 ‘호형호제클럽’의 가족모임 정출이라 평소보다 챙길 게 많았다. 부부조사도 많기 때문이다.

토요일 근무를 마친 후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부산에서 출발,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30분 무렵. 나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낚시에 한창이었다.

회원들은 주로 좌안 중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낮임에도 중치급 붕어로 손맛을 즐기고 있었다. 본부석에 행사 물품을 내려놓고 제방권으로 이동한 뒤 나도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긴 대로 먼 곳을 노려볼 생각으로 6칸 대까지 펼쳤다. 그리고 미처 낚싯대 4대를 펴기도 전에 찌가 몸통까지 솟는 입질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아쉽게도 이 고기는 바늘이 빠지며 놓치고 말았다.

연이어 정면으로 편 6칸 대에 또 다시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정확히 챔질해 걸어내니 월척 붕어였다. 제방권은 수심이 4~5m라 손맛도 좋았다.

대편성을 마무리 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많은 비가 내릴 것을 염려해 오후 5시쯤으로 저녁식사 시간을 앞당겼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니 기분이 배로 좋았다.

▲ 상류에서 바라본 통영 무량소류지.

▲ 황주연 회원이 떡밥 미끼로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 무량소류지는 제방에도 앉을 자리가 많다.

▲ 제방 중간에서 마릿수 조과를 거둔 고성철 회원.

▲ 배추밭 앞에 앉은 양수호 회원.

▲ 필자가 수심 5m 제방 포인트에서 올린 월척.

▲ 행사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필자의 차에 실어 분리수거했다.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회원들은 서둘러 밤낚시를 시작했다. 낮부터 월척을 낚고 난 뒤라 밤에는 더욱 왕성한 입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케미를 꽂고 난 2시간여 동안 필자를 비롯한 회원 모두 입질을 받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 때문일까?

밤 9시쯤이 되서야 28cm급 한 마리가 올라왔다. 동시에 좌안 중류 밭자리에 앉은 양수호 회원이 “걸었다!”라고 소리치며 붕어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달려가 보니 37.5cm나 되는 대물 붕어였다. 미끼는 옥수수. 낚기는 양수호 회원이 낚았는데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곳은 토종붕어만 서식하는 곳이다 보니 이런 대물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로 시간이 조금씩 흘러 밤 11시가 됐고 회원들이 모두 모여 본부석에서 야식을 즐겼다. 필자가 준비해온 코다리 음식에 술 한 잔씩을 곁들이며 정겨운 대화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야식 시간에 필자는 서찬수 씨와 이곳을 찾았던 조행을 들려주었다. 이곳에서 하룻밤에 4짜 3마리와 준척 월척급 50마리를 낚았다고 하자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그때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지금은 4짜급 이상으로 성장한 대물 붕어가 많아졌을 것이라는 기대에 모두 사기가 충천된 표정이었다.

새벽 1시가 되자 필자를 비롯한 몇 명만 새벽낚시를 이어가고 나머지 회원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 전까지는 초저녁처럼 입질이 없다가 3시30분경부터 정신없이 입질이 들어와 아침까지 이어졌다. 이 시간에만 필자 혼자 준·월척급 10여 마리를 낚았고 함께 밤을 샌 회원들도 큰 손맛을 만끽했다. 폭발적인 입질은 오전 7시 무렵이 되자 다시 끊겼다.

한편 무량소류지에는 몇 해 전만 해도 잔챙이가 엄청나게 낚였는데 이상하게도 올해 출조 때는 잔챙이가 거의 없어 의아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작년에 물을 다 빼고 고기를 모두 건져냈다”고 이야기해 주어 의문이 풀렸다. 잔챙이들이 모두 그때 잡혀나가고 큰 놈들만 땅속으로 박혀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이곳은 연중 만수위를 보이는 곳으로, 한겨울에도 상류 물골쪽 땅 속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부상으로 벌꿀 한 병과 회원들 십시일반으로 걷은 금일봉을 전달했다. 낚은 붕어는 동네 주민 분들이 필요하시다 하여 한 분에게만 적당한 양을 나눠 드렸고 나머지는 최근 물이 말라버린 인근 저수지에 방류해주었다.

무량소류지는 생미끼인 새우도 잘 듣는 곳이다. 다만 동자개가 많고 녀석들의 성화가 심할 때는 옥수수를 미끼로 쓰는 것이 좋다.

낮에는 옥수수 미끼에도 심심찮게 입질이 들어오는 곳이므로 밤낚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이곳은 낚시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해 주민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스스로 치워야 할 것이다. 좌안 중류 밭자리는 낚시 당일 주민들이 배추 씨앗을 심어 놓았으므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

▲ 밤새 월척을 올린 회원들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양수호, 황주연, 황출성 회원.

▲ 출조 때 올라온 붕어들.

▲ 로프피싱 내 호형호제 조우회원들의 단체촬영.

▲ 1등을 차지한 양수호 회원이 상품으로 받은 벌꿀과 금일봉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