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호 일자수로 중간 다리 하류에 자리를 잡은 필자 일행. 다양한 수초가 고루 자라있는 포인트였다.

지난 9월 13일 찾은 곳은 한동안 잔챙이가 많이 낚여 찾지 않았던 태안 이원수로다. 마지막으로 찾은 게 10여 년은 된 듯싶다. 9월 초에 이원수로를 다녀온 동료 낚시인으로부터 ‘요즘은 7치부터 턱걸이 월척까지가 잘 낚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처럼 이원수로를 찾게 됐다.

▲ 둘째 날 35cm급 붕어로 손맛을 본 필자.

지난 2000년에 준공한 이원방조제는 약 87만평 규모로, 이 중 낚시가 잘 되는 곳은 일자(1)수로와 기역자(ㄱ)수로 두 곳이다. 두 곳 모두 수로 폭이 넓고 부들, 갈대, 말풀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일부 구간에 여귀가 자라 있어 좋은 포인트 역할을 한다. 참고로 이원호 붕어들은 상류에서 물길이 연결된 황촌수로에서 유입된 것들이나 지금은 이원호가 보유한 붕어 자원도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수로는 길고 도로가 넓어 동호회의 정출지로도 손색없다. 스윙낚시 외에 직공낚시 포인트도 많아 다양한 형태의 낚시를 구사할 수 있는 점이 장점. 미끼의 경우 과거에는 지렁이와 자생새우가 잘 먹힌다고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옥수수와 어분글루텐 같은 미끼가 인기라고 한다.

취재일 필자가 찾은 곳은 일자수로 중류권. 멀리 태안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곳이었다. 며칠 전 지인이 추천한 포인트로 중간 다리에서 볼 때 하류쪽 우안이다. 연안이 석축으로 돼 있어 대물좌대가 필수였다.

오전 11시30분경 현장에 도착해보니 대편성만 돼 있는 포인트가 한 곳 눈에 들어왔을 뿐 우리 외에 낚시인은 보이지 않았다. 수심은 1.3m가량 되었고 바로 앞쪽 여귀를 넘긴 2.2칸 대를 시작으로 4칸 대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옥수수였다.

대를 펴느라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대편성을 하는데 맨 처음 던져 넣은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황급히 챔질하니 7치급 붕어가 얼굴을 보여준다. 이때 즈음 동출하기로 한 황병순 후배가 도착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소나기 입질이 시작돼 후배는 고기를 끌어내고, 대를 펴고를 반복하느라 대편성에 무려 2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다만 씨알이 7~9치가 대부분이라 아쉬웠다. 붕어 활성이 좋아 몸통까지 밀어 올리는 입질이 이어졌고 8치 정도만 되도 힘이 대단해 옆 낚싯대를 걸어 버리기 일쑤였다. 해 질 무렵에는 준척 붕어도 자주 낚여 밤낚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저녁 6시 무렵이 되자 인근 가지수로에서 낚시하던 현지 낚시인들이 속속 자기 자리로 돌아와 케미를 밝혔다. 나도 낮에 들어온 소나기 입질에 고무돼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아 케미 불빛을 바라봤다.

그러나 웬걸? 의외로 밤 입질은 잠잠했다. 다행히 옆 자리의 황병순 후배는 연속 입질을 받아내고 있어 나도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밤 10시까지도 찌는 말뚝. 결국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3시경 일어나 낚시를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3.8칸 대의 찌가 솟아올랐다. 챔질하니 놈이 강하게 저항하며 수초를 감아버렸다. 어르고 달래 뜰채에 담은 붕어는 이원수로에서 처음으로 낚은 턱걸이 월척 이었다.

이번에는 가장 짧은 대인 2.2칸 대의 찌가 살며시 솟았다. 그러나 챔질과 동시에 여귀를 감으며 강하게 저항을 한다. 수초제거기로 여귀를 잘라내며 랜턴을 비추니 월척 이상의 붕어였다. 그러나 실수로 수초가 아닌 원줄을 자르는 바람에 그 녀석은 놓치고 말았다.

오전 6시 무렵이 되자 서서히 날이 밝았다. 전날 낮과 같은 소나기 입질을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이날 오전은 입질이 뜸했다. 붕어가 빠진 자리를 살치가 메우는지 찌가 총알처럼 오르내리는 바람에 짜증만 더해갔다.

이날은 비가 예보되어 있었는데 저기압 영향인지 좀처럼 듬직한 씨알의 붕어는 보이지 않았다. 반면 옆자리의 후배는 낮에도 32cm의 월척을 낚아내 나와는 대조를 이뤘다.

밤 8시가 되자 어디선가에서 오신 현지인 한 분이 ‘어떻게 제일 좋은 포인트에 앉았느냐? 입질은 있느냐?’고 물었다.

그분 말에 의하면 이 구간은 지난 봄 가뭄에 바닥까지 말랐지만 아래 보에는 여전히 물이 남아 붕어들이 물이 차오름과 동시에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차량 번호를 찍어 갈 테니 제발 쓰레기는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 현지인들의 엄포 덕분(?)인지 수로 주변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 필자가 올린 35cm 월척. 과거에는 보기 힘든 씨알이다.

▲ 필자와 후배가 이틀 동안 올린 조과.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 낮낚시를 피곤하게 만든 살치.

▲ 황병순 씨가 낮 시간에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 일자수로 상류에 있는 보.

▲ 드론으로 촬영한 일자수로 상류권.

▲ 여귀 너머로 펼친 대편성.

▲ 밤낚시 풍경. 멀리 태안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밤이 깊어갈 수록 비가 강해져 낚시가 어려웠다. 그 사이 수위는 10cm가량 올라 오름수위 효과를 기대했으나 별다른입질 없이 날이 밝았다.

아침이 되자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더 이상의낚시는 불가능한 상황. 철수를 준비하던 오전 8시15분쯤,가운데 3.2칸 대 찌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찌올림만으로는분명 붕어 입질이었다. 처음에는 힘없이 끌려 나오는 듯하더니 갑자기 수초 속으로 강하게 파고들었다. 결국 수초제거기를 동원해서야 붕어를 끄집어낼 수 있었다.

뜰채에 담긴 붕어는 한눈에 봐도 이번에 잡은 붕어 중 최대어였다. 계측자 위에 올려보니 35cm의 허리급. 이원수로에서도 4짜 붕어가 낚인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대물 붕어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리급을 만나고 나니 이번 출조는 성공한 것 같았다.

이번 조행으로 느낀 사실은 그동안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한만큼 붕어 자원도 상당히 늘었고 씨알도 굵어졌다는 점이었다. 붕어를 방류하며 세어 보니 둘이 낚은 붕어가 대략 60마리는 되는 듯했다. 하나 같이 상처도 없고 비늘도 깨끗하며 빵도 좋았다. 이런 좋은 곳을 그동안 ‘잔챙이 붕어만 나온다’고 기피했다니… 그동안 유명 낚시터만 찾아다닌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이 좋은 낚시터가 앞으로 지금처럼 깨끗하게 유지되기를 바라며 철수를 준비했다.

▲ 드론으로 촬영한일자수로 하류권.중상류보다 수초는 많지 않았다.

▲ 취재 기간 동안 올린 월척을보여주는 황병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