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낮에는 30도에 육박한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출조는 저수지에서 시원한 물이 솟아난다는 충남 아산의 냉정낚시터로 가을 낚시여행을 떠났다.

▲ 관리소 앞에는 50석 규모의 전층좌대와 연안 좌대가 배치되어 있다.

▲ 군산에서 출조한 조현구 씨가 관리소 앞 전층좌대에서 낚은 대형 떡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주말 출조여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가을 행락철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 하행선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 상행선은 시원하게 뚫려 수월하게 낚시터에 도착했다.

냉정낚시터는 인주산 자락이 저수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면적 7만5천평의 준계곡형 저수지다. 1941년에 준공되어 수령이 80년이나 된 아주 오래된 저수지로 경치가 너무 좋아 물만 봐도 좋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저수지 축조 이전부터 바닥에서 샘이 솟아나 맑은 물이 유입되는 곳이라고 알려졌는데 그래서인지 수질이 좋은 곳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외래어종은 없고 주로 붕어, 떡붕어, 동자개, 메기, 가물치, 민물장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떡붕어 자원이 많기로 유명한데 지금은 토종붕어 자원도 많이 조성해 마릿수낚시부터 대물낚시까지 전천후 낚시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관리소 앞에는 약 50석의 떡붕어 전용터가 설치돼 있다. 낚시터 물속을 그물로 감싼 후 떡붕어를 넣어둔 곳으로, 개체수가 많아 사계절 떡붕어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대형급이 많아 전층낚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본격적인 가을 떡붕어 시즌의 주말에는 일찌감치 자리가 차기 때문에 출조를 서둘러야 된다는 게 관리인의 얘기다.

냉정낚시터의 붕어낚시는 노지, 잔교, 좌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입어료는 노지와 잔교에서의 바닥낚시는 2만원, 전층 손맛낚시는 1만5천원이다.

좌대는 모두 연안에서 걸어서 진입이 가능하며 좌대 뒤에 바로 주차 공간이 있어서 주차 후 짐을 옮기기에 편하다. 좌대는 총 11개로 소형은 2인 기준 평일 8만원, 주말 10만원이다. 중형은 3인 기준 평일 10만원, 주말 12만원이다. 특대형은 4인 기준 평일 13만원, 주말 15만원. 펜션형 투룸은 4인 기준 평일 17만원, 주말 20만원이다. 좌대에는 TV, 냉장고, 에어컨, 야외테이블,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투룸 펜션에는 정수기도 있어 물을 따로 준비해오지 않아도 된다. 실내는 편백나무로 마감해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뿜어져 나온다. 관리소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좌대에는 야외용 테이블이 있어 준비해온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관리실에 들러 이날 낚시할 좌대의 열쇠를 받은 후 하류권 좌대로 향했다. 좌대 문을 여니 야외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방이 나뉘어져 있다. 좌대 앞에는 마름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어 바람에 따라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마름밭 근처를 포인트로 삼아 2.8칸 2대를 편성했다. 제방 근처여서 수심은 3m가 조금 넘어 깊은 편이다. 30도에 육박한 무더위가 다시 찾아와서인지 낚싯대 두 대만 편성했는데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가을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무더위에 바로 옆 좌대로 출조한 낚시인들은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나도 잠시 쉴까 했지만 그래도 첫 출조인 터라 더위를 무릅쓰고 집어를 시작했다. 그 사이에 동출하기로 한 박성집 씨가 도착했다.

대전에 사는 박성집 씨는 낚시를 다니며 알게 된 조우로 가끔씩 동출하곤 했었는데 작년에 서울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한동안 동출을 못했다. 현재 ‘떡밥 박선생’이라는 낚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에 첫 딸을 얻으면서 낚시를 거의 못 다녔다고 한다.

집어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박성집 씨에게 첫 입질이 왔고 7치 떡붕어가 낚였다. 박성집 씨가 “수심이 깊어서인지 힘은 좋네요. 순간적으로 째는 힘이 대단해 월척인 줄 알았어요”라며 흥분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얼마나 손맛이 그리웠으면 7치 떡붕어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지금은 육아 때문에 낚시를 다닐 여건이 못 되는 박성집 씨가 조금은 안쓰러웠다.

곧이어 필자에게도 입질이 왔다. 이번에는 5치급의 귀여운 토종붕어다. 외래어종이 없어서인지 잔 씨알의 붕어도 곧잘 낚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붕어 채색이 황금색을 띄었는데 햇빛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것이 황금붕어처럼 보였다.

이후로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져 해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고 밤낚시에 돌입했다. 찌불을 밝히고 열심히 낚시했으나 밤이 되었는데도 입질이 뜸했다. 심한 일교차가 원인인 듯했다.

그래도 간헐적으로, 아주 드물게 들어온 입질에 월척에 약간 못 미치는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낚였다. 둘이서 도란도란 옛 얘기를 나누다가 새벽 1시를 넘겨 잠을 청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잠을 깨니 박성집 씨가 일찌감치 잠에서 깨어 아침장을 보고 있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서 물었더니 아침인사하는 붕어 한 수를 만났다고 한다. 나 역시도 한 마리의 붕어를 만나고는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처음으로 출조한 냉정낚시터에서 많은 손맛은 보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모처럼 박성집 씨와 함께 추억을 낚은 것만으로도 소득이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한 번 동출하기로 약속하고 냉정지를 떠났다.

▲ 제방 위 상공에서 바라본 냉정지.

▲ 제방 근처 수심 깊은 좌대에 오른 낚시인들.

▲ 낚시유튜버 박성집 씨와 필자가 좌대 위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 만찬을 즐겼다.

▲ 전층좌대에서 떡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 연안 좌대는 도로가에 주차하고 걸어서 진입이 가능하다.

▲ 천안에서 출조한 한철희 씨가 거둔 마릿수 조과.

▲ 냉정지에서 낚이는 다양한 씨알의 붕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