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경북 안동호에서 특별한 배스낚시 이벤트가 열렸다. ‘2022 공생 ESG 피싱페스티벌’이라는 대회 명의 이 행사는 SBS ‘공생의 법칙’ 프로그램 제작팀이 주최한 것이다. 공생의 법칙은 배스를 비롯해 뉴트리아, 블루길 등 생태계 교란종을 대상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이다. ‘생태계 교란종이 생겨난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고 조화로운 공생을 위한 인간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본다’라는 기회의도와는 달리 첫 회 방송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출연진이 작살을 들고 잠수해 배스를 잡는 모습이 여과 없이 영상에 담겼는데 낚시인을 비롯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화와 공생이라는 기획의도는 간데없고 비인도적이며 자극적인 살상 장면이 방송의 전부였다는 것이다.

10여 종의 생태계 교란종을 다룬 공생의 법칙은 지난 1월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를 준비하기 위해 ‘2022 공생 ESG 피싱페스티벌’을 기획했다. 행사를 주관한 곳은 한국스포츠피싱협회였다. 송주완 회장은 “배스 살상 논란을 잘 알고 있지만 시즌 1의 시각에서 벗어나 배스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산업적 자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는 SBS의 기회의도를 듣고 고심 끝에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2022 공생 ESG 피싱페스티벌’의 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스포츠피싱 대상으로서의 배스이고 또 하나는 먹거리로서의 배스다. 시즌 1의 논란을 잘 알고 있는 제작팀은 조화와 공생이라는 본래 기획의도에 더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먼저 스포츠피싱을 체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메인 출연자라 할 수 있는 김병만은 대회 전날 동승한 박무석 프로와 함께 프랙티스를 뛰었다. 만수와 고수온의 여름 안동호는 연중 낚시가 가장 어려운 시기로 꼽힌다. 프로배서와 동승한 출연진은 쉽지 않은 낚시에 모두 고생을 했다.

이른 새벽 신호등을 밝히고 미명의 수면을 가르는 많은 배스보트들을 보며, 또 스포츠피싱에 진심으로 대하는 프로배서들을 만나며, 제작팀과 출연진이 배스가 생태계 교란종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게 기자의 바람이었다.

이날 대회를 통해 낚은 배스는 모두 요리를 통해 안동시민들에게 제공됐다. 제작팀은 주진광장에서 식탁을 마련하고 참가신청을 받은 안동시민 80여 명을 초청했다. 유명 셰프인 이연복, 정호영은 배스를 재료로 배스멘보샤, 배스덮밥, 배스짬뽕, 배스어묵볼떡꼬치 등을 요리해 내놓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3대 가족이 함께 배스요리를 즐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보기 좋았다. 요리를 맛있게 먹은 안동시민들은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에 투표했다.

배스는 1973년 정부가 국민의 식용자원 확보를 위해 미국에서 도입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햇수로 50년이 다 돼가는 이 물고기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지금은 낚시인 외에는 토종물고기를 잡아먹는 나쁜 물고기로 인식되어 있다.

낚시인은 배스가 생태계 교란종인 것은 사실이지만 50년 가까이 우리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귀화 물고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낚시인에겐 손맛을 안겨주는 귀중한 낚시 대상어이자 낚시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스의 대한 국민의 인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09년 환경부는 떡붕어를 배스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려 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생태계 교란종 지정 입법예고까지 간 떡붕어가 마지막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엔 떡붕어가 내수면어촌계의 중요 양식자원이자 소득원이라는 사실 크게 작용했다. 떡붕어가 외래어종에서 귀화 물고기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떡붕어의 사례는 배스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되는지 말해준다. 배스가 낚시 물고기 외 더 국민 속에서 필요한 물고기가 되어야 한다. 산업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연구조사를 통해 생태계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배스의 가치를 알리는 데 더 노력해야 하다. 이것이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2 공생 ESG 피싱페스티벌’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 지난 8월 21일 경북 안동호에서 열린 2022 공생 ESG 피싱페스티벌. 주진광장을 찾은 안동시민들이 배스요리를 즐기며 축하공연을 보고 있다.

▲ SBS 공생의 법칙 제작팀이 박무석 프로와 동승한 김병만의 출조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 배스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이연복(우) 셰프와 배정남 출연자.

▲ 배스요리를 즐기고 있는 안동시민들.

▲ 이연복, 정호영 셰프가 준비한 배스요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