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바로 전날에 한치 선상낚시를 다녀왔지만 이맘때면 찾아오는 대물 잿방어가 눈에 어른거려 잠을 뒤척이다 새벽 4시 출조에 나섰다. 새벽 6시,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첫 배를 타고 문섬으로 나갔다.

문섬은 서귀포항 바로 앞에 있는 가까운 섬이지만 주변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하게 흐르며 대한민국 최고의 다이빙 스폿으로 꼽힐 정도로 수중 생태계가 잘 발달해 있는 곳이다. 섬 연안에서 대형 잿방어와 부시리를 노리고 쇼어 플러깅을 즐기기에 적합한 섬이다. 이미 많은 낚시인들이 문섬에서 대형 잿방어로 기록을 세우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데, 나 역시 미터가 넘는 잿방어를 올해도 노리고 있다.

내가 내린 곳은 문섬 남쪽 가운데에 있는 불덕 포인트다. 하선 직후에는 어둠이 깔려 있어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채비를 시작했다. 쇼어 플러깅 전용대에 합사 8호, 쇼크리더는 150lb를 사용하고 파란색 중형 펜슬베이트를 세팅했다.

어둠이 짙게 내린 갯바위에서 동쪽에서 오르는 일출을 기다렸다. 오늘도 이런 풍경을 느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자연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색감과 풍경을 감상하며 캐스팅을 했으나 입질은 무. ‘오늘도 이렇게 새벽 운동만 하고 돌아가는 구나’하고 체념할 때쯤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 갈치를 발견했다.

이맘때 대물 잿방어들은 갈치를 쫓아 먹이사냥을 종종 하는데, 갈치들이 잿방어에게 쫓기다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렇게 낚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캐스팅과 액션을 반복하던 중 대물 잿방어의 체이스를 느낄 그 어떤 전조현상 없이 느닷없이 밑에서 플러그를 퍽 하며 덮치는 입질이 들어왔다. 거대한 물보라가 바로 앞에서 일었고 반사적으로 챔질을 할 뻔 했으나 순간 침착하게 잿방어가 플러그를 물고 질주할 때까지 기다렸다. 짧은 몇 초의 순간이지만 이때가 가장 긴장된다.

순간 라인이 팽팽해지며 순식간에 스풀이 역회전을 시작!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강하게 챔질을 했다. 순간 녀석도 놀랬는지 꿈틀꿈틀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낚시자리 좌측 끝 갯바위에서 입질한 후 오른쪽 끝까지달리다가 다시 내 앞으로 당겨오기를 수차례, 결국 이러다가 갯바위에 라인이 쓸려 첫 잿방어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식은땀이 흘렀다.

녀석의 얼굴을 꼭 보고 싶었다. 로드를 통해 전해지는 무게감이 상당했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아 미터급 같았다.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피해 라인에 텐션을 유지하면서 로드를 들고 녀석이 달리는 쪽으로 같이 달리며 제압을 이어갔는데 다행히 녀석의 기세도 점점 수그러들었고 서서히 내 앞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잿방어는 대부분 발 앞에서 2차 질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발 앞으로 녀석을 끌어온 후엔 드랙을 더 잠그고 랜딩 타이밍을 잡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번 강하게 질주를 시작했다. 대부분 두 번째 질주를 더 강하게 하기 때문에 이때는 회전하는 스풀을 손으로 잡아서 강제로 제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풀에 남은 줄이 모두 풀려나갈 정도로 달아난다.

내가 쓴 채비는 합사 8호에 쇼크리더 150lb. 시원하게 ‘맞짱’을 뜨자고 생각하고 마지막엔 무지막지하게 강제집행을 해 결국 녀석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려보니 잿방어는 플러그의 앞쪽 바늘을 정확하게 물고 있었고 길이는 98cm가 나왔다.

▲ 문섬 불덕에서 98cm 잿방어를 낚은 직후 기념 촬영을 했다.

▲ 계측자로 재니 98cm가 나왔다.

▲ 서귀포 새섬에서 바라본 문섬. 좌측에 있는 작은 섬이 새끼섬이며 오른쪽에 큰 섬이 문섬이다. 낚시한 불덕은 문섬 정중앙에서 조금 왼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