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에게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는 여름인 듯하다. 겨울은 옷이라도 껴입고 추위에 대비를 할 수 있지만 한여름의 더위는 정말이지 어찌할 방도가 없다. 나는 이번 여름에 더위를 피해 시간이 날 때마다 아침과 저녁에 틈나는 대로 낚시를 다녔지만 이렇다 할 조과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기 전 9월 2일, 일찍 업무를 마감하고 광주에서 차를 타고 40분 거리에 있는 전남 함평의 고막원천을 찾았다. 고막원천은 영산강 지류로 겨울에 특히 큰 배스가 잘 낚이는 곳이지만 여름에도 톱워터 루어나 버징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곳이다.

오후 5시에 지인들과 고막원천에 도착. 이곳에는 영산강으로 물을 방류하는 작은 구조물이 있는데 그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상류는 농수로에서 물이 흘러들고 하류가 막혀 있어서 작은 저수지와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배스가 있을 거라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해 보였다. 하지만 단 두 번의 캐스팅에 바로 배스가 올라왔고 배스 개체수가 풍부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여름이라 수초와 마름이 빼곡했지만 수심이 얕고 커버가 많아 배스가 무더운 여름을 지내기엔 좋을 것으로 보였다.

▲ 폭이 좁고 연안에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 함평 고막원천. 수초 사이에 배스가 숨어 있다.

▲ 45cm가 넘는 빅배스를 올린 필자.

▲ 필자와 함께 고막원천으로 출조해 등이 시커먼 배스를 낚은 김상현 씨.

▲ 5짜에 육박하는 고막원천 배스.

▲ 김상현 씨가 입질을 받아 수초와 함께 배스를 끌어내고 있다.

장비를 꺼내고 조심히 포인트로 접근할 때쯤 수초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우선 마름이 얼마나 질기고 주변 수심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첫 루어로 프로그를 던졌다. 수초가 힘없이 끌려나오는 걸 확인한 후 빠르게 릴링을 할 때쯤 ‘퍽’하는 입질이 왔지만 배스 주둥이에 바늘에 걸리지는 않았다. 발 앞까지 따라와 입질을 하는 것을 확인한 후엔 버징으로 채비를 교체했다. 섀드웜 4인치로 노싱커리그를 만들어 마름 주변을 노렸다.

내가 마름 주변을 노리고 있는데 함께 출조한 동생이 먼저 입질을 받고 릴링을 시작했다. 바늘에 걸린 배스는 강하게 저항을 시작, 수초를 몸에 감고 사력을 다해 끌려나오지 않으려 애썼으나 결국 동생의 승리. 40cm가 조금 넘는 배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여기저기서 릴링이 이어졌다. 1시간 정도 낚시를 해서 18마리의 시커먼 배스를 낚았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사라졌는데 아마도 수면이 협소해 배스가 일찍 프레셔를 받고 입을 닫은 모양이었다.

충분히 손맛을 봤지만 아직 아쉬움이 남아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나주 영산강에 있는 죽산보를 이동했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조금 불었으나 낚시를 시작 후 5분도 지나지 않아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프리리그로 가까운 곳의 수초를 노렸더니 바로 입질을 한 것이다. 히트루어는 6인치 스트레이트웜 노싱커리그. 올라온 씨알은 40cm가 조금 넘었다.

죽산보 포인트에선 낚시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바닥에 큰 돌이 많고 배스들이 돌 틈에서 입질을 하기 때문에 챔질이 늦으면 라인이 돌에 쓸려 쉽게 끊어진다는 것이다. 챔질을 하면 빠르게 릴링을 시작해야 하므로 8:1이 넘는 고기어비 베이트릴이 유리하다.

모두 배스 손맛을 본 후엔 해가 다 져서 철수를 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출조를 한다면 그때부터는 해가 질 무렵에 배스가 얕은 수심의 연안으로 붙는다. 이때는 밤낚시가 특히 잘 되며 수초 군락 주변이라면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것이다.

▲ 고막원천 수문 주변의 마름밭으로 캐스팅을 하고 있는 김상현 씨.

▲ 필자가 마름수초를 감은 배스를 올리고 있다.

▲ 고막원천으로 함께 출조한 장은수 씨도 씨알 좋은 배스로 손맛을 보았다.

▲ 고막원천 상류. 연안에 육초와 뗏장수초가 많이 자라 있으며 수초 사이에서 배스가 입질한다.

▲ 고막원천에서 철수 후 찾아간 영산강 죽산보. 이곳에서도 6인치 웜 노싱커 리그에 40cm 배스가 곧잘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