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대란 주변 수온보다 5도 이상 낮은 찬물 덩어리를 말한다. 물을 덩어리라고 말하면 쉽게 감이 오지 않겠지만 비슷한 성질이 모인 물덩어리를 ‘수괴(水塊)’라고 표현하며 수괴는 다른 성질의 수괴와 잘 섞이지 않는다. 해양에서는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해수의 모임을 일컬으며 주로 수온, 염분, 용존산소, 영양염류 등 각기 다른 성질의 수괴가 형성되는데 냉수대는 찬수온의 성질을 가진 수괴다. 참고로 쿠로시오 난류는 영양염류로 이뤄진 수괴이며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사해는 고염분 수괴며 적도, 멕시코 난류는 고수온 수괴다.

물이 섞이지 않는다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자연과학 시절에 배운 ‘찬물과 더운물은 금방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찬물과 더운물은 비중(무게)이 다르다. 찬물은 비중이 무거워서 가라앉고 더운물은 가벼워서 위로 뜨기 때문에 욕조에 찬물과 더운물을 동시에 받으면 표면은 따뜻하지만 바닥은 차갑다는 내용을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물은 그 성질에 따라 쉽게 섞이지 않는다.

냉수대는 주변 수온보다 3~5도 차가운 물덩어리며 동해의 깊은 곳에 있다. 주로 남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서 바다 표층의 따뜻한 물이 밀려난 후 아래층의 차가운 바닷물이 위로 올라와서 표층의 바닷물 온도를 내리게 하는 ‘저수대 용승 현상’을 흔히 냉수대라고 말한다.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결과 평균 5m/sec의 남서풍이 하루 이상 지속 될 때 냉수대가 출현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며칠 동안 지속되는 남서풍에 의해서도 냉수대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동해 연안에서 냉수대가 출현하며, 6월 말에 시작해 일시적으로 소멸과 발생을 반복하면서 8월말 경에는 거의 소멸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 냉수대가 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 낚시인과 연근해 어업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냉수대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양식장이 피해를 입는다. 여름이라도 수온이 5도 이상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 양식장 어류들의 성장이 멈추며 냉수대가 며칠간 지속되면 물고기들이 폐사할 수 있다. 양식장뿐 아니라 외해 역시 피해를 입는다. 난류성 어종인 멸치나 오징어와 같은 베이트피시들이 차가운 물을 피해 먼 바다로 흩어져버리면 연근해에 어장이 형성되지 않아 조업량이 급감한다. 어부들뿐 아니라 낚시인들도 몰황을 겪는 것이 다반사다.

국립수산진흥원에서는 갑자기 출현하는 냉수대에 대해 양식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어선의 조업을 돕기 위해 냉수대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보통 5도 이상 수온이 내려가면 냉수대주의보를 발령하고 10도 이상 하락할 때는 냉수대경보를 발령하지만 이런 조치가 즉각적이지 않고냉수대가 소량 들어온 후에 발효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태풍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 냉수대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냉수대경보가 발효된다고 해서 양식장이나 낚시터를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낚시인들은 남풍이 부는 시기를 잘 살피고 냉수대가 소량이라도 진입하는 경우 출조지를 변경하는 등의 자구책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냉수대 유입이 흔한 일이었다. 남풍이 불어 동해 심해의 냉수대가 올라와 하루 이틀 정도 수온이 3~4도씩 내려가는 일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온이 5도 이상 급락하는 경우가 많고 심심치 않게 냉수대주의보가 발효되고 있으며 냉수가 연안에 머무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는 울진, 영덕, 포항을 시작으로 부산과 거제권까지 냉수대가 유입되어 조과가 떨어지는 일이 많았으며 하루 이틀이 아닌 10일 넘게 냉수대가 지속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토록 냉수대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근해 해수 온도의 상승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여름날 최고 기온은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내륙의 기온이 상승한 것은 물론 해양의 기온과 수온이 함께 상승해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있는 동중국해의 더운 공기가 지속적으로 남풍을 타고 많은 양이 유입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필연적으로 냉수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바람은 물과 같이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여름에는 남쪽 고기압의 따뜻한 바람이 북쪽으로 올라오며 동시에 북쪽 고기압의 차가운 바람 역시 남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더운 바람과 찬바람이 만나는 우리나라 부근에서 여름이면 장마전선이 생긴다. 그런데 그 장마전선이 올해는 남쪽이 아닌 중부권 이북으로 형성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장마전선이 올해는 북한과 중국 경계선에서도 나타나는 등 예전에는 없던 현상이 일어났다. 장마전선이 북쪽에 형성된다는 것은 남쪽의 더운 바람이 더 강하게 분다는 증거이며 남풍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우리나라는 전국이 냉수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20~30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낚시춘추에 실린 20~30년 전 기사를 보면 당시에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남풍이 지속되어 냉수대가 연안을 덮쳐 양식장의 고기가 폐사하고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는 기사들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하루 이틀이 지나면 냉수대가 차츰 물러난 것에 비해 최근에는 냉수대가 더 오래 지속되며 발생하는 지역이 남해와 동해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해양기술원의 수온 자료에 따르면 과거 냉수대는 동해의 포항, 영덕권을 기준으로 7~8월에 성행했지만 최근에는 기장, 울산의 경우 6월에 잠시 냉수대가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7월부터는 포항 이북을 시작으로 강원도 전역에 예전에 없던 냉수대가 출현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매년 발생하는 냉수대를 낚시인 스스로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냉수대가 오기 전에 반드시 장마전선이 형성되기 때문에 장마전선의 위치를 바탕으로 남풍의 유입량을 예측하고 태풍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이나 북부지방에 형성되면 올해처럼 냉수대 피해가 클 것을 예감해야 한다. 태풍의 경우 적도 부근의 강한 열기를 우리나라로 이끌고 오지만 반대로 동서남해 전역의 수괴를 섞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냉수대 소강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적당한 규모의 태풍은 수온 회복에 호재가 될 수 있다.

▲ 올해 8월 4일부터 8월 10일까지 포항~경주 일대의 수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 구룡포 하정(그래프 상단의 파란선)은 며칠 사이에 수온이 10도 이상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은 8월 10일 경주 일대의 수온분포도.

▲ 해무가 낀 포항 연안. 차가운 냉수대와 여름철 따뜻한 기온이 만나 해무를 만들어 낸다.

냉수대는 모든 어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연안 수온은 28도 내외다. 이런 고수온에 냉수대가 들면 수온이 20도 내외로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연안에서 살아남을 어종이 별로 없다. 사람이 갑자기 찬물에 들어가면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듯이 수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물고기도 빈사상태로 버티다 죽는다. 그래서 냉수대가 밀려오면 연안의 고기들이 먼 곳으로 도망을 가는데, 반대로 외해로 미처 빠지지 못해 내만으로 밀려들어오는 고기들도 있다.

2018년 동해에 큰 냉수대가 들어왔을 때 연안에 있던 성대, 양태. 광어들이 연안 방파제 주변으로 마구 몰려들어 호황을 보인 적이 있다. 비슷한 예로 경남 고성과 거제에서도 여름에 냉수대가 들어와 갑오징어와 갈치가 연안으로 몰려든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떼고기를 만날 수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냉수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