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가 되자 동해남부권에서 농어 호황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호황을 보인 곳은 부산 기장 일대와 경주의 전촌~읍천 구간의 갯바위. 이곳은 예전부터 농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한데 농어가 붙었다고 소문이 나면 루어낚시, 릴찌낚시, 원투낚시 할 것 없이 낚시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릿수 조과가 좋고 낚이는 씨알도 큰 것이 특징이다.

오랜만에 터진 호황 현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 8월 14일, 경주에 사는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씨, 양산 낚시인 이상봉 씨와 함께 경주 감포 일대로 농어 루어낚시 출조에 나섰다.

오후 8시에 포인트에 도착하니 이상하리만치 낚시인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커다란 전지찌가 수면을 수놓고 루어낚시인들의 캐스팅 소리가 들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낚시인들이 불과 서너 명밖에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출조하는 당일, 동해남부 일원에 ‘냉수대주의보’가 예보되어 있었던 것.

냉수대주의보란 일반적인 냉수대가 아닌 심해의 큰 냉수 덩어리가 연안으로 올라와 연안 수온이 5℃ 이상 떨어지는 상황에 발효되는 주의보다. 쉽게 말해 26℃도를 유지하던 경주 앞 바다의 수온이 순식간에 2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동진 씨는 “냉수대주의보의 경우 날씨처럼 매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날씨처럼 2~3일 전에 예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양관측소에 관측이 되어야 수온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온 변화를 빠르게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온이 21℃ 정도면 낮은 수온은 아니었기에 희망을 가지고 농어를 찾아 나섰으나 헛수고였다. 되레 해안의 냉기가 육지로 올라와 몸이 으슬으슬 추워져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도 떨어졌다. 수온이 21℃라고 하면 꽤 높다고 생각하지만 여름에 21℃ 수온에 몸을 담그면 얼음장처럼 차다. 사람이 물에 빠져 오래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는 수온이기 때문에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었다.

농어를 낚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즉석에서 전갱이낚시로 낚시 장르를 바꾸었다. 경주 일대는 농어도 유명하지만 농어를 노린 릴찌낚시에 팔뚝만한 대전갱이가 자주 낚이던 것을 떠올려 전갱이를 노리기로 한 것이다. 전갱이는 고등어와 달리 의외로 냉수에 잘 적응하는 어종이기 때문에 냉수대가 들어온 상황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에깅대에 던질찌를 달고 1g 지그헤드에 2인치 전갱이웜으로 채비를 마치고 최대한 먼 곳을 노렸다. 상층에서는 거의 입질이 없어서 지그헤드를 바닥까지 내렸더니 로드를 통해 투둑 하는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전갱이도 낮은 수온이 영향을 받는지 입질이 아주 약했는데 투둑 하는 입질에 챔질을 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렸다가 던질찌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챔질하니 전갱이가 올라왔다. 던질찌는 대부분 수면에 착수한 후 아주 천천히 가라앉도록 초슬로우 싱킹으로 맞추어 놓는데 멀리 던진 던질찌가 조금 빨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입질을 파악할 수 있다.

하리바위에서 낚은 전갱이는 씨알이 대부분 25cm로 컸다. 가을이 되면 30cm가 넘는 전갱이가 낚이고 초겨울에는 40cm급 대전갱이도 낚이기 때문에 전갱이만 노린다고 했을 때도 이곳은 추천할 수 있는 포인트다.

9월 중순 현재 경주 일대의 농어 조황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냉수대가 9월 초까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특별한 조과가 없었지만 9월 초부터 냉수대가 빠지며 서서히 조황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9월에 경주로 출조한다면 농어와 전갱이를 함께 노릴 수 있다.

▲ 경주 감포읍의 하리바위 일대에서 이상봉 씨가 전갱이 루어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 2인치 오렌지 컬러 소프트 웜에 올라온 전갱이. 30cm급으로 씨알이 크다.

▲ 이상봉 씨가 바닥을 공략해 낚아 올린 전갱이를 보여주고 있다.

▲ 아징 전용 지그헤드(좌)와 볼락용 지그헤드 비교. 아징용 지그헤드의 바늘품이 넓어 입에 더 잘 걸린다.

▲ 이상봉 씨가 즐겨 사용한 흰색 웜. 야광 기능이 뛰어나 어두운 바닥층을 노리기 좋다.

▲ 이상봉 씨의 전갱이 조과. 30cm급으로 씨알 큰 전갱이만 따로 보관했다.

▲ 전갱이낚시와 볼락낚시 겸용 로드. 손잡이가 길어서 양손으로 잡고 무거운 던질찌를 힘껏 던지기 수월하다. 반면 아징 전용대는 손잡이가 짧아서 한손으로 가벼운 루어를 캐스팅하기 적합하다.

▲ 함께 출조한 낚시인이 전갱이 입질을 받아 손맛을 즐기고 있다.

▲ 9월 초에 김동진 씨가 보내온 농어 사진. 태풍이 지나간 직후 다시 농어 조과가 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