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5일 필자와 함께 거제 대병대도 고동섬으로 출조한 최문기 씨가 부시리를 노리고 강한 조류에 캐스팅을 하고 있다.

거제 전역이 시끌시끌하다. 벵에돔과 참돔을 대상어로 하는 찌낚시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방어, 부시리를 대상어로 하는 쇼어 캐스팅이 잘 되고 있다. 쇼어 캐스팅의 경우 추석 전후로 가을이나 되어야 잘 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빠르게 시즌이 시작되는 듯하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예년에 비해 높은 연안 해역의 염도를 꼽는 이들이 많다. 올해는 남부지방의 마른장마로 인해 해안으로 대량의 육수 유입이 적었다. 그에 따라 먼 바다와 근해의 염도 차가 없었고 그로인해 베이트피시들이 근해에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먼 바다를 유영하는 어식어종들은 풍부하게 형성된 근해의 베이트피시를 쫓아 일찍 연안 가까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조황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거제권의 매물도로 갈지 대병대도(손대병도)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대병대도로 출조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계속 날씨가 좋지 못해 출조를 미루다가 지난 8월 25일에 대병대도로 출조할 수 있었다.

출조하기로 정한 날은 조류가 느린 조금물때라 그나마 조류가 빠른 대병대도를 택했다. 대병대도 부근은 조류가 너무 빨라서 사리물때에는 낚시하기 힘들 정도다. 조금물때라야 낚시를 하기 좋은 속도의 조류가 생기기에 대병대도로 포인트를 정했다.

새벽 4시. 거제 여차항에 도착해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거제여차연합 선단의 낚싯배에 승선했다. 대병대도 중 매섬 등대자리나 고동섬 중 한 곳에 내려달라고 선장님께 부탁드렸다. 이곳은 평소에 썰물이 발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자리로 필자가 부시리 포인트로는 선호하는 곳이다. 낚싯배를 타고 20분을 나가자 매섬 등대자리는 이미 먼저 온 낚시객들이 자리를 차지하여 고동섬에 내리게 되었다.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들물이 진행되고 있었고 날이 막 밝아오는 중이라 채비 준비를 서둘렀다.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썰물이 진행되는 찬스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해가 떠오르자 기다리던 썰물이 시작되었다. 아직 완전히 해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첫 루어로 폽퍼를 사용했다. 소리와 진동으로 물밑 녀석들을 깨워서 입질을 받을 생각이었다.

조류, 바람, 파도 모든 게 완벽했다. 큰 놈 한 마리가 언제라도 물어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 해가 떠올라 주변이 밝아졌지만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피딩타임은 끝이 나버렸다.

▲ 필자가 사용한 쇼어 플러깅 장비와 펜슬베이트. 103mh 쇼어 플러깅 전용대에 8000번 스피닝릴, 합사 6호, 쇼크리더 100lb를 사용했으며 펜슬베이트는 90g을 주로 사용했다.

▲ 부시리와 힘겨루기를 하는 필자. 고동섬은 발판이 높아서 랜딩할 때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입질을 못 받은 이유가 있었다. 조류가 생각보다 더 빠른 시간에 강하게 흘렀고 무엇보다 그 시간은 먼 바다로 출항한 어선들이 입항할 시간이라 포인트 주변으로 끊임없이 지나가며 바다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새벽 피딩은 끝났지만 쉬지 않고 펜슬베이트의 사이즈를 바꿔 가며 계속 캐스팅했다. 하지만 야속한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고 중들물이 끝나가는 가운데 뭔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류의 힘이 약간 약해지면서 발 앞의 조류에 변화가 왔다. 채비를 빠르게 회수하고 있는데 이때 전방 1m 부근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쫒아오는 게 포착되었다. 80cm 정도의 부시리들이 펜슬베이트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쫓아오는 부시리에 고무되어 다시 캐스팅을 하고 논스톱 저크 방식으로 펜슬베이트를 운용했다. 20m 전부터 쫒아오는 부시리 무리 안에는 체구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짧은 구간이라 쉽사리 공격은 하지 않았다.

펜슬베이트를 멀리 던지지 않고 논스톱 저크를 꾸준히 하다가 부시리가 다가올 구간이 지났을 때 낚싯대를 뒤로 젖혀 단 2m라도 더 길게 펜슬베이트를 끌어가려고 노력을 했더니 드디어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낚시한 자리가 갯바위 콧부리라 갯바위 뒤로 넘어가서 펜슬베이트를 운용한 것이 먹힌 것이다.

그 후엔 입질이 쏟아졌다. 80~90cm 부시리가 계속 입질을 했고 특히 90cm가 넘는 씨알이 많이 잡혔다. 하지만 분명 부시리 무리 아래에는 더 큰 놈이 있었을 텐데 입질을 하지 않았다. 아마 작은 놈들이 먼저 입질을 하는 바람에 큰 놈들이 달려들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출조한 당일은 펜슬베이트를 90g까지 캐스팅이 가능한 장비(103mh 쇼어 플러깅 전용 로드에 스피닝릴은 8000HG, 합사 6호, 나일론 쇼크리더 100lb)를 사용했던 터라 190mm가 넘어가는 펜슬베이트를 운용할 수 없었는데 그것도 큰 부시리를 유혹하지 못한 데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만약 240mm가 넘어가는 펜슬베이트를 사용했다면 1m20cm가 넘는 대물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거제권 쇼어 게임은 가을이 깊어 갈수록 점점 더 호황을 보일 것이다. 본격적인 하이 시즌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으며 잔챙이 아래에는 미터오버가 넘는 개체들도 많이 있으므로 좀 더 강한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거제 대병대도 고동섬에서 부시리로 화끈한 손맛을 즐긴 필자 일행들. 좌측부터 필자, 신재완, 최문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