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9일 부산 영도에 있는 태원자갈마당으로 출조한 박상욱(HDF 필드스탭) 씨가 굵은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여름 시즌을 맞아 남해안으로 무늬오징어 취재를 나가기 위해 HDF 필드스탭 박상욱 씨에게 에깅 조황이 좋은 장소를 문의했다. 가급적이면 팁런이 가능한 선상낚시가 좋겠다고 했지만 박상욱 씨는 극구 반대를 했다.“8월 중순에 팁런 첫 탐사를 하기 위해 거제도에서 낚싯배를 탔습니다. 가장 신뢰하는 선장님이라 좋은 조과를 기대하고 출조했는데 그날 단 한 마리의 무늬오징어도 낚지 못했습니다. 저만 못 낚은 것이 아니라 함께 출조한 스탭(한조, 야마시타 등)들도 모두 꽝을 쳤습니다. 냉수대가 큰 영향을 줬고 다른 어종 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꽤 충격적인 소식이라 이달엔 에깅 취재를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할까 했지만 박상욱 씨가 말을 이어 나갔다. “갯바위는 상황이 낫습니다. 경북 영덕 일대가 좋고 부산의 영도도 좋습니다. 씨알은 영덕 일대가 앞서고 있지만 부산은 마릿수가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은 동네낚시터(?) 이미지가 강해서 영덕으로 출조를 결정하고 지난 8월 29일에 현지에서 만나 함께 낚시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났다. 29일 오전에 열심히 영덕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먼저 영덕에 도착한 박상욱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영덕은 안 되겠습니다. 냉수대가 안 빠졌고 비도 내리고 있습니다. 차라리 부산으로 장소를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 태종대에서 박상욱 씨를 만난 시각은 오후 5시. 일찌감치 낚시를 해서 마릿수 조과를 채우자는 애초의 계획은 장담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전적으로 박상욱 씨의 감에 의존해 취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다행인 것은 취재를 하기 전날 박상욱 씨가 영도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려 마릿수 조과를 올렸는데 마릿수 조과는 좋지만 씨알이 감자 사이즈로 작다는 것이 흠이었다. 감자라는 소리에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태종대공원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포인트로 걸어 들어갔다. 태종대는 전역이 관광지가 되어 오후 6시 이전에는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아니면 차를 가지고 공원 안으로 진입할 수 없기에 오후 6시까지 기다리거나 공원 외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야 했다. 우리는 포인트에 빨리 진입하기 위해 걷는 것을 선택했다. 주차장에서 채비를 세팅하고 15분 정도 걸으니 포인트에 이르렀다.

▲ 태원자갈마당 선착장 가는 길에서 에깅을 하고 있는 박상욱, 박정운 씨.

▲ 태원자갈마당. 낚시한 곳의 수심은 얕은 곳이 3~4m이며 멀리 깊은 곳을 노리면 7~8m가 나온다.

▲ 영도 하늘전망대 좌측 갯바위에서 에깅을 즐기는 낚시인들. 취재를 한 태원자갈마당 외에도 영도의 여러 포인트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이는 것을 확인했다.

▲ 박상욱 씨가 낚은 무늬오징어를 싱싱하게 보관하기위해 ‘시메’를 하고 있다.

도착한 포인트는 영도에서 너무나 유명한 태원 해녀촌. 영도에는 해녀촌에서 판매하는 모듬해물이 인기를 끌면서 영도 곳곳에 해녀촌이 생겼는데, 우리가 찾아간 곳은 영도 남서쪽에 있는 태원자갈마당에 있는 해녀촌이다. 이곳은 갯바위라고는 하지만 항상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라 진출입이 수월한 것이 장점. 그래서 연중 많은 낚시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포인트에 진입하니 아니나 다를까 현지인으로 보이는 낚시인들이 전갱이와 고등어를 잡기 위해 갯바위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박상욱 씨는 부산 현지인답게 자리를 잡고 있는 낚시인들 사이로 들어가 낚시를 시작했다.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서 민폐가 아닌가 싶었지만 실례는 아니라고 한다.“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민장대로 발 앞에서 전갱이나 고등어를 노리기 때문에 에기를 멀리 캐스팅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원투낚시인이나 릴찌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같은 장소에서 낚시를 하기가 힘들지만 민장대를 사용하는 낚시인들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박상욱 씨가 첫 캐스팅을 하는 것을 뒤로하고 나도 채비를 세팅하고 있는데 박상욱 씨가 “히트!”를 외쳤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박상욱 씨가 무늬오징어를 걸어 올리고 있었다. 제법 씨알이 큰지 드랙이 역회전하는 소리가 들렸고 주변 낚시인들도 “우와~ 고구마네”, “아니네 무시네~”라면서 무늬오징어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반가워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고 물때도 어중간한 중썰물이라 입질을 받으려면 두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박상욱 씨의 무늬오징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함께 출조한 박정운 씨도 연이어 무늬오징어를 올렸다. 박상욱 씨의 무늬오징어는 700g, 박정운 씨의 무늬오징어는 500g이 넘어 만족할 씨알이었다.

연속으로 올라오는 무늬오징어를 보고 “우와~ 이 정도면 배 안 타도 되겠는걸요. 차라리 갯바위가 낫겠습니다”라는 나의 말에 박상욱 씨는 “원래 8월에는 팁런보단 갯바위가 낫습니다. 해수온이 높아 깊은 곳에서 하는 팁런에 잘 물때도 있지만 요즘처럼 수온이 오락가락하는 시기에는 얕은 갯바위로 무늬오징어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상욱 씨는 대답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시 입질을 받았고 박정운 씨 역시 연속으로 무늬오징어를 4마리 더 낚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무늬오징어의 씨알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가 지고 나니 씨알은 감자와 고구마 사이를 오갔는데 시원하게 에기를 당겨가는 입질에 낚는 재미는 일품이었다.

▲ 영도로 출조할 때 필수품인 모기퇴치제. 모기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스프레이 타입으로 자주 뿌릴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해가 완전히 지자 주변 낚시인들이 집어등을 켜서 편하게 낚시할 수 있었다.

▲ 비좁은 공간에서 여유 있는 캐스팅 실력을 보여주는 박정운 씨. 부산권 낚시터는 어디를 가든 낚시인이 많기 때문에 정투를 잘 해야 한다.

“영도는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지금 낚시한 포인트 주변은 에기의 컬러를 많이 탑니다. 요즘 인기 있는 보라색 등은 잘 안 먹히고 초록색이나 파란색 계열이 특히 잘 먹힙니다. 저는 컬러를 따지는 편이 아니지만 유독 영도에서는 초록색 컬러가 잘 먹히기 때문에 영도로 출조하는 낚시인들에게는 꼭 초록색 에기를 추천합니다.”

박상욱 씨는 초록색, 박정운 씨는 파란색 3호 에기를 계속 사용해서 입질을 받았기에 다른 컬러가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당일 상황만 봐서는 확실히 두 컬러가 효과적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오후 9시가 지나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니 무늬오징어의 입질은 뜸해지고 대신 전갱이 입질이 시작되었다. 무늬오징어가 입질할 때는 주변 낚시인들이 전갱이를 잘 낚지 못했지만 무늬오징어의 입질이 끝나자 전갱이가 활발하게 입질을 했다. 참고로 전갱이는 23~25cm로 씨알이 굵었으며 한두 시간만 노려도 10여 마리는 거뜬히 낚을 수 있었다.

현재 영도는 전역에서 무늬오징어가 입질하고 있다고 한다. 취재팀이 낚시한 태원자갈마당 바로 위에 있는 감지해변이 특히 좋고 영도와 이어진 송도 암남공원 일대에서도 무늬오징어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부산 낚시인이 아니더라도 여행이나 출장 중에 부산에서 짬낚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조과가 좋다고 하니 올 가을에 부산을 방문한다면 부산에서 연안 에깅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 박상욱 씨가 낚싯줄을 잡고 천천히 무늬오징어를 올리고 있다. 포인트 발판이 높아서 무늬오징어가 작아도 천천히 들어 올리는 것이 낫다.

에깅 포인트는 영도의 절영로해안 일대가 가장 좋다. 75광장, 하늘전망대 주변의 갯바위도 꼭 들러봐야 할 곳. 수심은 6m 내외로 그리 깊지 않으며 조류가 잘 통하는 곳은 대부분 명당으로 낚시가 잘 되는 구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에깅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가 피크다. 같은 장소에서 초겨울부터는 농어낚시가 이뤄진다.

영도의 서쪽에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포인트. 산책로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으며 계단과 연결되어 있는 자리를 비롯해 주변에 있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주변 수심은 5m 내외로 깊지 않으며 바닥은 큰 몽돌이 깔려 있다. 겨울에는 볼락이 잘 낚이며 멀리 노리면 전갱이도 낚을 수 있다.

절영산책로 가운데에 있는 하늘전망대 우측 갯바위다. 계단으로 되어 있는 덕분에 찾기 쉽고 내려가기도 편한 곳. 큰 바위가 듬성듬성 있고 올라서기 불편하기 때문에 낚시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갯바위에 진입하면 전방을 공략할 수 있다. 에깅, 볼락루어, 농어루어 모두 가능하다.

영도에서 유명한 포인트 중 하나다. 계단만 내려오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루어낚시인 외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드나든다. 낮에 찌낚시인들이 있을 때는 진입하지 말고 해가 진 후 밤이 되어 진입한다. 큰 바위 아래로 수심이 5m 이상 나오며 멀리 노리면 수심이 8m 이상으로 깊어진다. 에기를 원투 후 액션을 주면서 발 앞으로 끌어오면 바로 앞에서 입질이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걸어가면 좌측의 갯바위에 진입할 수 있다. 비교적 낮은 형태의 갯바위가 물속에서 멀리 뻗어 있는데, 파도가 치는 날엔 농어가 잘 붙고 조용한 날엔 볼락이 잘 낚인다. 올해 여름에는 이 주변에서 무늬오징어가 잘 낚였다. 수심은 6m 내외로 바닥 수심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에깅을 하거나 볼락채비로 바닥을 노릴 때는 밑걸림에 주의해야 한다. 볼락은 해초가 자란 곳을 넘겨 최대한 멀리 노리면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빨리 끌어내야 걸리지 않는다.

해녀촌을 지나면 나타나는 콧부리 형태의 갯바위다. 갯바위 위에 있는 헬기착륙장에서 걸어 내려가거나 갯바위를 타고 진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조류 소통이 좋고 수심이 먼 곳은 8m 내외로 깊기 때문에 에깅이 잘 된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낚시하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 가을에는 삼치와 갈치도 들어오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을 노릴 수 있다.

에깅은 물론 고등어, 전갱이를 노린다면 가장 추천할 포인트가 감지선착장이다. 낮에는 여객선이 운항하기 때문에 낚시 여건이 좋지 않지만 밤이 되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조용히 낚시할 수 있다. 선착장 주변이라 발 앞도 수심이 6m 이상으로 깊고 조류가 강하게 흐르기 때문에 밤이 되면 다양한 베이트피시가 들어온다. 큰 씨알의 전갱이가 잘 낚이며 무늬오징어와 농어 조황도 좋다. 에깅은 초입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