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군산 먼 바다 갈치 배낚시 인기가 올해도 뜨겁다. 작년 가을에 호황을 보인 4지에서 5지급 은갈치 쿨러 조과 사태가 올해도 재현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먼 바다 갈치 배낚시가 시작됐다.

▲ 군산 라이브피싱의 뉴라이브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이 흑도 외곽 해상에서 갈치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군산 먼 바다 갈치 배낚시를 처음 취재한 것은 지난 2012년 가을. 군산에서는 2010년 무렵부터 탐사 출조가 시작됐고 2년 뒤 본격적인 열풍이 불었다. ‘굳이 남해까지 운전해 갈 필요 없이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 항구에서 배를 타고 나가 갈치를 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까운 전북과 충남은 물론 수도권 낚시인들에게도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만쿨인 날도 있었지만 반쿨 또는 낱마리 수준의 불규칙한 조황이 이어지자 발길은 줄어들었다. 차라리 두세 시간 차를 더 몰고 가더라도 조황이 안정적인 남해로 가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후 한동안 서해 먼 바다 갈치 배낚시가 잊히는 듯싶더니 2020년 들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년간의 조과가 눈부시다. 남해에서도 보기 힘든 4~5지급 갈치로 대장쿨러를 채우는 날이 있는가 하면 흔히 말하는 ‘드래곤급’ 6지 갈치도 자주 선보였다.

지난 8월 19일 취재 때 만난 군산의 갈치 배낚시 전문점 라이브피싱의 조재용 사장은 “작년 가을에는 남해 못지않은 호황을 보였다. 마릿수는 물론 씨알까지 굵어 5지 이상급도 마릿수로 올라왔다”며 핸드폰에 저장한 작년 가을 조황 사진을 보여 주었다.

취재일은 올해 들어 5번째 출조 날이었다. 시즌 초반인 만큼 조황 기복이 다소 있는 시즌이지만 4번의 출조에서 비교적 양호한 조황을 거뒀다고 한다. 평균 3지급으로 1인당 50~70마리를 올렸고 4지급도 적잖이 섞여 나온 것. 물론 같은 시기 남해 통영이나 거제권 조황보다는 약간 뒤졌으나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로 가까운 서해권 조황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결과였다.

취재일 오후 3시경 군산 비응도항을 출항한 뉴라이브호는 2시간30분 뒤 흑도 외곽 해상에 도착했다. 오후 6시경 첫 채비가 내려갔고 입질은 1시간 뒤인 7시경부터 들어왔다.

그러나 초저녁에는 갈치보다는 고등어의 입질이 활발했다. 고등어는 씨알이 30cm에 달하는 일명 ‘시장 고등어’들이 올라왔는데 낚시인들은 “이 정도 씨알이라면 3지 갈치보다 낫다”며 반겼다.

오후 9시까지도 2지~3지급 갈치가 주류를 이루더니 밤 11시가 되자 4지 이상급도 출몰했다. 나는 좌현 선두에 자리를 잡았는데 좌현 중간에서 낚시한 군산의 이태성 씨는 5지급을 올리는 등 밤이 깊어갈수록 갈치 씨알이 굵어지는 양상이었다.

이태성 씨는 “3일 전 출조 때는 4지와 5지급을 30마리 정도 올렸다. 오늘은 물때가 13물로 점차 조금물때로 향하는 것이 갈치 씨알이 잘아진 이유 같다”고 말했다. 라이브호의 뒷자리에는 충남 서천과 보령에서 온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 역시 작년 가을에 라이브호를 타고 큰 재미를 봤던 낚시인들이었다.

1시간 정도 소강상태가 이어지더니 밤 12시부터 다시 갈치 입질이 쏟아졌다. 기대했던 4지 이상은 아니었지만 2지부터 3지급이 줄줄이 올라오는 상황. 먼 바다 갈치낚시에 무슨 2지급이냐고 궁금해할 수도 있지만 초반 시즌에는 서해뿐 아니라 남해에서도 2~3지급이 자주 출몰한다.

▲ “미터급 대삼치 군산에도 많습니다.” 서천에서 출조한 최종신 씨가 갈치 채비로 올린 1m가 넘는 대삼치를 보여주고 있다.

▲ 군산의 이태성 씨가 자정 무렵 올린 5지급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 4지급 갈치를 마릿수로 올린 서천의 조시현 씨.

▲ “오늘은 조류가 약해서인지 갈치 씨알이 잘게 낚였습니다.” 군산 이태성 씨가 자정 무렵까지 올린 갈치와 고등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이태성 씨가 미끼로 쓸 냉동 꽁치를 포 뜨고 있다.

▲ 미끼로 쓰기 위해 잘라 놓은 2지급 갈치.

▲ 갈치 채비에 올라온 전갱이 . 길이가 30cm에 달한다.

▲ 취재일 사용한 엔에스의 갈치 Z 에디션. 가성비가 우수한 낚싯대로 정평이 난 제품이다.

▲ 아이스박스에 넣기 전에 소쿠리에 임시로 담아 놓은 갈치와 고등어. 고등어는 모두 30cm에 육박하는 시장 고등어 사이즈였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갈치보다는 고등어와 삼치의 인기가 훨씬 높아졌다. 나 역시 촬영과 낚시를 병행하며 ‘시장 고등어’로 쿨러를 채웠고 서천에서 온 최종신 씨는 1미터가 넘는 대삼치를 낚아 본전을 빼고도 남았다. 서해 먼 바다 갈치 배낚시에서는 70cm~1m에 이르는 대삼치가 잘 낚이는데 운만 좋으면 이런 씨알을 대여섯 수 이상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벽 3시 무렵까지의 낚시 결과를 종합해보자 부지런히 낚시한 사람들은 3치 내외급 갈치 50~60여 마리와 삼치와 고등어 20여 마리가 평균 조과였다. 갈치는 씨알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가을이 깊어갈수록 씨알은 굵어질 것이므로 한 달 정도 더 있다 출조하면 분명 굵은 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대체로 서해도 남해와 마찬가지로 조류가 약한 조금 때는 갈치 씨알도 잘고 전반적 조황도 떨어진다. 따라서 물때를 잘 맞춰 출조하는 것도 성공적인 출조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군산 먼 바다 갈치 배낚시는 10월 중순 무렵까지 피크를 맞는다.

▲ 미끼 꿰기를 마친 이태성 씨가 봉돌을 던지기 전에 채비를 점검하고 있다. 초저녁에는 갈치보다 고등어의 입질이 잦았다.

▲ 엔에스의 선상낚시용 장화. 파도가 높게 치는 먼 바다 갈치낚시에서는 장화가 요긴하다.

▲ 갈치낚시에서는 대형 쿨러가 필수다. 사진은 갈치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HDF사의 카리스마 70리터 아이스박스.

▲ “10월로 접어들면 갈치 씨알은 분명 굵어질 겁니다.” 군산에서 온 전태현 씨가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