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일 주꾸미 금어기가 해제된 당일에는 오천 앞바다에 수십 척의 낚싯배가 모여 주꾸미낚시 시즌 개막을 알렸다.

▲ 개인 살림망에 낚은 주꾸미를 보관한다.

주꾸미 금어기는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다. 하지만 서해 주꾸미낚시의 열기는 봄부터 시작된다. 주꾸미낚시 출조점마다 봄부터 예약을 받는데 조금 물때를 기준으로 조류가 약한 때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순식간에 예약이 다 차버리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수도권 낚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다낚시가 바로 주꾸미가 아닌가 싶다.

주꾸미는 별다른 기술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낚을 수 있고 마릿수 조과도 좋기 때문에 호불호가 거의 없이 대부분 좋아한다. 예약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원하는 날짜에 예약만 하면 가족과 함께 재밌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필자는 몇 달 전부터 서해안으로 주꾸미낚시 출조를 가기 위해 낚싯배 예약을 시도했지만 인기 있는 낚싯배는 이미 만석이라 그 낚싯배의 협력선사를 예약했다. 유명한 낚싯배의 경우 카페나 동호회에서 단체로 예약을 해버리기에 일반 개인 예약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일. 12물이지만 서해는 12물도 조류가 제법 강하기 때문에 좋은 물때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어기가 해제된 직후에 무조건 출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예약을 하고 출조를 했다. 오전 6시 오천항. 낚싯배들이 일제히 출항을 시작했다. 좁은 항구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배들이 뒤쪽부터 한 척씩 나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동안 중부권에 비가 많이 와서 수문을 연 상황이라고 했는데 그때문인지 물색이 탁했다. 하늘도 조금 흐려서 조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입질이 왔다. 그런데 씨알이 너무 잘아 금방 포인트를 옮겼다. 원산도에서 25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포인트는 바닥에 그물이 깔려 있어서 밑걸림이 제법 있었지만 주꾸미 씨알이 크고 마릿수도 좋았다.

여러 포인트를 돌며 주꾸미를 낚은 결과 출조한 당일에는 130마리를 넘게 낚은 낚시인이 배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 100마리 정도는 낚았기 때문에 이번 출조에서도 “요즘 철에 주꾸미 백 마리 못 낚으면 문제 있는데…”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만큼 주꾸미 낚기가 쉽단 소리다.

참고로 서해 주꾸미는 시즌에 따라 시시각각 포인트가 바뀐다. 금어기가 풀린 직후 일주일은 원산도 앞바다에서 낚시가 시작되며 화사도 일대로 포인트가 옮겨가며 더 북쪽인 장고도 일대도 유망 낚시터로 떠오른다. 선장들은 매년 낚싯배를 운영하다보니 시기에 따라 주꾸미가 어디에서 잡히는지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올해는 십이동파도나 연도에서는 주꾸미가 잘 안 나온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담수의 영향도 있겠지만 문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의 최고점에 있는 문어가 주꾸미를 먹이로 잡아먹기 때문인데, 문어 마니아라면 십이동파도나 연도로 출조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였다.

주꾸미는 현재 서해는 물론 서서히 남해의 삼천포, 마산, 진해 앞 바다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해를 제외하면 전 바다가 주꾸미낚시터인 것이다. 본격적으로 주꾸미 시즌을 즐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