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문어 선상낚시 일번지인 강원도 고성 앞바다가 ‘대왕문어’ 출현으로 뜨겁다. 9월 들어 마릿수는 줄어든 반면 15~30kg급들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런 대형급들이 한 배에 적게는 두세 마리, 많게는 대여섯 마리 수준이 보통이지만 대물 한 마리 승부를 위해 출조에 나서는 낚시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 “드디어 해냈습니다.” 지난 9월 11일에 출조한 평택의 김성록 씨가 7전8기 끝에 15kg급 대왕문어를 낚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 지난 8월 25일 출조에서 25kg급을 올린 인천의 주명선 씨.

▲ 취재일 돌핀호에서 올라온 18kg급 대왕문어.

▲ 평택 김성록 씨가 대왕문어를 히트하자 돌핀호 최상용 선장이 뜰채와 가프를 동원해 끌어내고 있다.

강원도 선상낚시에 올라오는 문어는 흔히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어부들에게 바다의 로또라고 하면 흔히 그물에 걸린 고래를 의미하지만 선상낚시인들에게는 15kg 이상의 피문어를 뜻한다.

다만 강원도 피문어 선상낚시라고 해서 늘 20~30kg이 낚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통은 1~3kg이 많고 5~6kg짜리만 올려도 준수한 씨알로 인정받는다. 5~6kg짜리를 사진 찍어 가족에게 전송하면 ‘너무 커서 놀랍다’는 답글이 줄줄이 올라올 정도다. 그러니 15kg 이상급이라면 반응이 어떻겠는가.

다만 최근의 큰 변화라면, 지난 8월까지는 씨알과 마릿수 모두 순탄했지만 9월 들어 마릿수는 줄고 굵은 씨알만 낚이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9월 들어 상층과 하층의 수온차가 크게 나는 날이 많아 2~5kg의 마릿수가 크게 줄었다는 게 현지 낚시인의 분석이다.

보통 이런 씨알들이 두세 마리씩 낚이다가 덜커덕 20kg 이상급이 걸려들어야 재밌는데 모 아니면 도식의 씨알 승부로 전환되자 잔재미는 약간 줄어들었다.

여기에 주꾸미 시즌이 시작되면서 낚시인들의 서해안 러시가 불붙자 대왕문어를 노리기 위해 공현진을 찾는 낚시인들의 수도 부쩍 줄었다. 9월 들어서는 평일은 평소의 절반 정도의 낚시인만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그만큼 낚시인 간 거리에 여유가 생기면서 채비엉킴 확률은 줄어든 상황이다.

한편, 마릿수 조과는 줄었지만 단골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목소리다. 어차피 대왕문어는 최소 10kg급 이상을 노리고 오는 낚시인만큼 잔챙이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특히 대왕문어낚시는 기술보다는 운이 크게 좌우하는 낚시이다 보니 초보자도 로또를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도전 욕구를 불태우게 만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눈에 띄는 조황은 지난 8월 25일, 인천 낚시인 주명선 씨가 올린 25kg급 대왕문어다. 이기선피싱클럽의 안주인인 주명선 씨는 이날 손님들과 함께 돌핀호를 타고 출조했다가 오전 10시경 25kg짜리를 낚아 눈길을 끌었다.

주명선 씨는 “작년에도 비슷한 씨알을 올렸는데 올해 또 비슷한 씨알을 낚아 기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그물을 걸었나 싶었다. 그런데 절반 정도까지 올라온 뒤 묵직한 몸부림이 느껴져 대왕문어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내가 취재에 나섰던 9월 12일은 추석 연휴라 모처럼 돌핀마린호의 정원이 꽉 찼다. 그러나 이날도 대왕문어급은 딱 1마리 올라왔다. 오전 10시경 배 후미에 탔던 평택의 김성록 씨가 올린 15kg짜리가 이날 최대 기록. 그 외에는 1kg이 서너 마리 올라온 게 전부였다.

이에 대해 대왕문어 단골 출조인들은 9월 초중순의 조황 기복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초에 내가 출조했을 때는 공현진의 모든 낚싯배뿐 아니라 어부들조차 꽝을 맞았지만 이튿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왕문어들이 마릿수로 낚였기 때문이다. 바다는 7~8월보다 9월 초순의 수온이 높게 형성되는데 공현진 북부 앞바다가 이런 수온 변화기에 접어든 것이 최근 조황 기복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현진 앞바다의 대왕문어낚시는 9월 한 달 동안은 씨알 피크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후로는 대구 떼가 근해로 몰려들면서 대구 그물이 공현진 앞바다를 뒤덮기 때문에 문어낚시는 어렵게 된다. 낚시춘추 10월호가 발간된 후 길게는 한 달가량이 20kg 이상의 ‘로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공현진의 대왕문어 전문 낚싯배 돌핀마린호.

▲ 출조에 나선 낚시인이 발광기를 이용해 에기를 축광하고 있다.

▲ 대왕문어낚시 장비와 채비. 중형급 전동릴에 튼튼한 문어 채비가 필수다.

▲ 끓는 물에 삶은 대왕문어. 10kg이 넘는 씨알들은 현지에서 삶아가는 것이 편하다.

▲ 낚시 후 공현진낚시점에서 점심식사로 제공하는 물회.

‘대왕문어는 걸자마자 바닥에서 떼어내야 한다. 드랙을 꽉 잠그고 낚시하라.’ 강원도 대왕문어낚시의 철칙과도 같은 이 말과 달리 공현진낚시마트에서는 ‘어느 정도 드랙을 풀어 놓고 파이팅할 것’을 낚시인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일단 문어가 바닥에 달라붙으면 드랙을 풀건 잠그건 간에 떼어내기 어렵고, 실질적인 위험 순간은 올라오는 도중이라는 게 돌핀마린호 최상용 선장의 말이다.

수면으로 서서히 올라오는 대왕문어는 상층에 도달하면 갑자기 상승한 수온에 놀라 몸부림치는데 이 순간 바늘이 약하게 박혀있으면 살점에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이 순간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몸부림 때마다 충격을 완화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드랙을 조절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천천히 감아올릴 때는 스풀이 안 돌고, 몸부림 때만 조금씩 헛도는 정도가 가장 안전하다는 게 최상용 선장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