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들은 문어를 둔한 두족류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문어낚시를 하다보면 ‘문어가 루어에 올라타면 조금 기다린 후 천천히 챔질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전혀 잘못된 정보다.

문어는 8개의 다리가 모두 매우 민감한 감각기관이다. 순식간에 물체를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순식간에 물체를 놓을 수도 있다. 실험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병 속에 갇힌 문어가 안에서 병뚜껑을 열고나올 만큼 다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루어처럼 바늘이 달린 위협적인 물건이라면 잡았다 놓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문어 다리의 근섬유는 본능적으로 바늘이 들어오는 것을 감지해 바늘이 박히지 않도록 움츠러들어서 바늘이 설 걸리는 경우 대부분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문어의 이런 생태를 알고 나면 낚시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루어는 미세한 액션을 주는 것이 좋다. 최근에 출시되는 문어루어를 보면 작은 다리나 날개, 집게 등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새우나 게 모양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조류에 다리나 집게가 미세하게 떨리며 문어를 유혹하는 것이다. 꼬리에 블레이드가 달려 있는 형태도 있는데, 이것 역시 문어에게 미세한 파동을 전달해 자극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문어의 다리는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미세한 자극이 입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한 가지 최신 테크닉은 문어가 다리로 루어를 건드리는 순간 챔질하는 것이다. 이것은 연안낚시에서는 거의 필수 테크닉이며 선상낚시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먼저 입질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선상이라면 루어를 바닥에 닿을 듯 말듯 유지하고 연안이라면 바닥에 루어가 닿더라도 가는 라인과 감도 높은 로드를 사용해 문어가 루어를 건드리는 즉시 챔질을 해야 한다.

챔질은 무조건 강하게 한다. 챔질을 하는 순간 루어가 급속도로 방향을 틀면서 바늘이 문어의 몸통이나 다리에 박히기 때문이다. 슬며시 로드를 들어 올리면 그 순간에 문어가 루어를 놓고 달아나므로 ‘입질을 감지했을 때 간 보는 식으로 로드를 슬쩍 드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입질이다 싶으면 강하게 챔질하고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다시 루어를 운영하면 된다.

가끔 문어가 앞뒤 안 가리고 루어에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문어가 집단으로 산란을 준비하며 많은 개체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경우다. 보통 모래톱이나 큰 수중여 등지에 문어가 집단으로 모여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테크닉이고 뭐고 필요 없이 주꾸미낚시를 할 때처럼 로드에 무게감이 느껴지면 무조건 챔질해서 올려야 한다. 이때는 문어가 힘이 좋고 루어를 끌고 곧장 암초로 기어들어가기 때문에 챔질이 늦으면 십중팔구 루어가 암초에 끼어 끊어진다.

▲ 문어 전용 루어에 달린 실리콘 재질의 다리. 물속에서 조류를 받아 계속 움직인다.

▲ 필자가 연안에서 문어 입질을 받고 힘껏 챔질하고 있다. 바닥이 복잡한 연안에서 챔질을 망설이는 경우 문어가 돌이나 그물 아래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빠르고 강한 챔질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