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덕 우측 포인트에서 벵에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맞은편 큰 섬은 죽도 본섬이다.

▲ 제주 낚시인 강철 씨가 방어덕에서 올린 42cm 긴꼬리벵에돔. 강철 씨는 지난 6월에 열린 울릉군 벵에돔 토너먼트 전국대회의 우승자다.

지난 8월 말, 오랜만에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차귀도를 찾았다. 차귀도는 제주도 무인도 중 가장 큰 섬이며 죽도, 지실이섬, 와도 이렇게 세 개의 섬으로 구성되어있다.

본섬의 유명 포인트로는 장군바위, 상여, 썩은여, 목여, 부섭코지, 앞개 일대가 유명하다. 지실이섬은 작은 섬 자체가 포인트이며, 지실이섬을 돌아서면 방어덕이라는 포인트가 나온다. 차귀도를 찾는 낚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인트로서 최대 8명 정도까지 낚시를 할 수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제주도의 섬들이 모두 그렇지만 유독 차귀도에서는 벵에돔 외에도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돌돔, 강당돔, 참돔, 감성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역시 최고로 선호하는 어종은 벵에돔이다.

참고로 참돔을 주로 노리고 싶다면 지실이섬 초입부에 내려 썰물을 공략하면 되며, 돌돔은 지실이섬 독수리 바위 밑, 똥여, 목여 등지가 주요 포인트다. 이곳에서는 강당돔도 자주 얼굴을 비춘다. 겨울에 감성돔을 노린다면 죽도 본섬에 있는 장군바위, 목여가 가장 좋은 포인트로 꼽힌다.

차귀도는 벵에돔 포인트의 95% 이상이 들물 포인트라는 점이 특이하다. 썰물 포인트는 동쪽여, 망치여, 넓은여, 높은여 정도인데 아쉽게도 썰물에는 수심이 너무 얕다보니 유어선이 잘 가지 않아 내릴 기회가 많지 않다.

차귀도는 우도와 마찬가지로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다. 포구에 있는 고산낚시에서 예약과 선박운영을 하고 있다. 승선장은 고산리 자구내포구이며 운영 선박은 동명호다.

취재일에 필자는 평소 자주 동출하는 김동현 씨 그리고 지난 6월에 열린 울릉군 벵에돔 토너먼트 전국대회에서 챔피언이 된 강철 씨와 함께 방어덕에 내렸다. 포인트에는 이미 안면이 있는 낚시인 8명 정도가 내린 상태이지만 가장 먼저 예약한 사람이 먼저 선호 포인트를 잡기로 상의하고 포인트를 정했다.

방어덕 포인트의 예약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조류 소통이 좋고, 차귀도에서는 드물게 수심이 깊어 낚시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어종을 고루 만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노리는 제1 대상어는 긴꼬리벵에돔이며 멀리, 깊이 흘리다 보면 대형 참돔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갯바위가 평평하고 안전해 낚시 여건이 무척 좋다는 사실이다.

취재일은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때라 한낮의 내리 쬐는 강렬한 햇볕 때문에 낚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온 또한 27도를 훌쩍 넘는 수준이라 생각보다 벵에돔낚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날 이미 낚시를 다녀온 강철 씨가 42cm를 포함한 37cm 전후의 씨알 좋은 긴꼬리벵에돔을 8수 이상 낚았다는 얘기에 기대를 갖고 낚시에 돌입했다.

전날은 벵에돔이 떠서 물었다는 얘기에 하루 차이라 별다른 패턴 변화는 없을 듯해 선호하는 투제로(00) 채비가 아닌 도토리형의 0호찌를 장착했다.

제로 스토퍼 위 20cm 지점에 나비매듭을 해 목줄 길이 수심에서 승부를 볼 심산이었다. 원줄은 1.75호, 목줄은 1.5호 3.5m, 바늘은 무게가 가벼운 벵에돔바늘 3호를 선택했다.

벵에돔바늘 3호는 요즘 제주도낚시에서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호수다. 벵에돔 입질이 점점 약아지고 예민해져 조류가 느린 상황에서는 미끼만 따먹고 바늘을 뱉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하게 3호를 사용하게 됐다. 이날도 고수온 상황에서 벵에돔이 떠서 문다면 분명 경계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가벼운 바늘을 선택한 것이다.

썰물이 시작되자 조류가 우측으로 흐르며 갯바위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아무리 멀리 쳐도 순식간에 채비가 갯바위로 붙어버리는 바람에 낚시가 힘들었다. 0호찌에 무봉돌채비로는 미끼를 내리기 어렵고 빠른 조류에 금방 휩쓸려 G4와 G5 봉돌 2개를 달아 채비를 안정시켰다. 그러자 미끼가 너무 빨리 내려가서인지 용치놀래기, 자리돔 같은 잡어가 달려들었다. 결국 조류가 약해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다가 조류가 안정됐을 때 봉돌을 떼어내고 채비를 흘리자 벵에돔 입질이 시작됐다.

25cm 전후의 작은 개체의 긴꼬리벵에돔이 주로 올라왔는데 시간이 지나자 벵에돔이 수면에서 떠오르는 보일 현상이 목격됐다. 꿀렁거림이 묵직하지 않아 그리 큰 씨알로는 보이지 않았다.

채비를 던진 후 밑밥을 던져 넣을라치면 꿀렁거림과 함께 순식간에 미끼가 사라져버린다. 이게 바로 뜬 벵에돔을 상대할 때의 문제점이다. 뒷줄을 잡아도, 목줄을 짧게 해 들이대도 어느새 미끼를 도둑질해가는 녀석들. 목줄찌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평소 목줄찌낚시를 선호하지 않다보니 갖춰진 채비로 최대한 적응해보기로 했다.

조류가 좌측으로 흐르며 안쪽으로 말리고 바람 또한 같은 방향이어서 채비에 긴장감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럴 때는 최대한 멀리 쳐서 바깥 조류에 채비를 태워야 한다. 역시 먼 곳의 조류는 말리는 현상이 덜해 뒷줄 잡기가 수월했다.

채비를 던진 후 원줄을 두 세 바퀴 감아 채비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밑밥을 던지고 조류가 왼쪽으로 흘러가더라도 더 이상 원줄을 주지 않으니 초릿대를 통해 ‘턱-’하는 충격과 함께 원줄이 당겨졌다. 이런 방법으로 8수 정도를 낚아낼 수 있었다.

이때 강철 씨가 ‘지금 상황은 사계항 넙대기에서 자주 만나는 패턴’이라며 일명 ‘넙대기조법’을 사용한다. 넙대기조법이 뭐냐고 물으니 목줄을 짧게 묶고 캐스팅 후 밑밥을 한 번만 준 뒤 채비를 끌어다가 맞춰 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강철씨 는 필자가 선호하는 9cc의 소형 컵이 달린 밑밥주걱이 아닌 감성돔용 밑밥주걱을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지귀도에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을 자주 접할 수 있어 필자 또한 목줄을 짧게 하고, 작고 가벼운 바늘을 사용한 뒤, 채비 투척 후 뒷줄을 완전히 잡아 입질을 받아내는 낚시를 자주 했었다. 이처럼 제주도 낚시 경험이 많은 낚시인들은 자신만의 조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날 마릿수 조과는 뛰어났지만 동행한 일행이 올린 42cm 긴꼬리벵에돔이 최고의 씨알이었다. 그 외에는 25~30cm급이 주종이었다. 단 하루 차이에 이렇게 조과가 달라지다니….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과제를 안겨주는 바다는 역시 흥미로운 친구라는 점을 새삼 느끼며 출조를 마쳤다.

▲ 방어덕 중간자리에 내린 강철 씨가 긴꼬리벵에돔을 뜰채에 담고 있다.

▲ 출조에 동행한 김지현 씨가 올린 35cm급 긴꼬리벵에돔.

▲ 강철(왼쪽), 김동현 씨가 취재일 올린 벵에돔들을 자랑하고 있다.

▲ 방어덕 포인트에서 철수하는 일행들. 차귀도는 오후 6시30분이 마지막 철수 시간이다.

▲ 방어덕 포인트. 자리가 넓고 평평해 최대 8명까지도 낚시할 수 있는 명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