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보다 더 열대성 어류이고 주로 일본 해역에서 많이 낚이는 강담돔이 제주도 전역에서 솟구치고 있다.

제주도에 강담돔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새 씨알과 마릿수 모두 몰라보게 좋아졌다.

▲ “호피 무늬 정말 멋지죠.” 조류가 약해 고전하던 엔에스 원성조 프로스탭이 오후 들물에 올린 강담돔을 보여주고 있다.

▲ 포인트를 향해 채비를 원투하는 원성조 씨. 30m 근방에서 입질이 잦았다.

지난 8월 23일 엔에스 프로스탭인 서귀포의 원성조 프로와 함께 제주 강담돔 취재에 나섰다. 원래의 목적지는 성산포방파제 끝바리. 돌돔 포인트로 유명한 이곳은 포인트가 협소한 것을 빼곤 제주 연안 돌돔 포인트 중 가장 확률 높은 명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그러던 이곳이 약 3년 전부터 돌돔보다 강담돔이 더 잘 낚이기 시작했고, 씨알도 대마도 수준으로 부쩍 커졌다.

돌돔이 낚이다 어쩌다 한두 마리 걸려드는 수준이 아니다. 10마리를 낚으면 8~9마리가 강담돔일 정도로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중순, 성산포방파제로 출조했던 원성조 씨와 동행인을 철수길에 만났는데 그들은 오전에만 총 14마리의 강담돔을 낚았다. 돌돔은 고작 2마리뿐이었다. 씨알도 만만치 않았다. 주종이 35~38cm로 이 정도면 굳이 대마도로 원정 갈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당시 원성조 씨는 “해가 갈수록 강담돔 개체수가 증가세에 있다. 오늘은 조류가 세서 14마리밖에 못 낚았지만 물때만 잘 맞추면, 둘이서 오전 또는 오후에만 20마리는 거뜬하다. 대마도에서도 이렇게 많은 마릿수를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원성조 씨와 함께 취재 계획을 잡았지만 궂은 날씨와 나쁜 날씨가 겹치는 바람에 결국 해를 넘겼다. 그리고 지난 8월 23일 드디어 강담돔 취재 일정을 잡게 됐는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취재 장소가 애초 예정했던 성산포방파제가 아닌 범섬으로 바뀐 것이다.

원성조 씨는 “성산포방파제 외에도 제주도의 여러 돌돔 포인트에서 강담돔이 잘 낚이고 있다. 해가 갈수록 구로시오 난류의 확장이 강해지는 것이 이유 같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원성조 씨는 “평균 씨알은 부속섬들이 성산포방파제를 앞서고 있어 굳이 발판 나쁘고 포인트 경쟁 심한 성산포방파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오늘 취재할 곳으로 범섬의 동모 포인트를 지목했다.

▲ 팀블랙홀 한태현 회원이 범섬 동모 포인트에서 올린 강담돔을 자랑하고 있다.

▲ 원성조 씨가 강담돔을 들어뽕하고 있는 모습.

▲ 원성조 씨가 제주도에서 많이 쓰이는 버림봉돌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 말똥성게(작고 밝은 색상)와 보라성게. 취재일에는 보라성게에 입질이 잦았다.

▲ 돌돔낚시에서는 미끼를 싱싱한 상태로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원성조 씨가 HDF사의 쿨러에 보관한 성게 미끼를 꺼내고 있다.

▲ 육지 보라성게(왼쪽)와 제주 보라성게 비교. 육지 보라성게가 껍질과 가시가 부드럽고 이빨도 크다.

이날 범섬 강담동 취재에는 원성조 씨 외에 팀블랙홀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진혁 씨와 한태현 씨가 동행했다. 오전 6시경 동모 포인트에 내린 취재팀은 성게를 미끼로 강담돔낚시를 시작했다. 원투 거리는 30m 내외로 기존 돌돔 포인트와 입질 지점은 동일했다. 미끼와 채비 모두 돌돔낚시와 동일했지만 유일한 차이는 바늘 크기였다. 성게 미끼를 기준할 경우 돌돔바늘 13~15호가 적당하지만 현재 낚이는 35~40cm급 강담돔을 상대하기 위해선 10호 정도의 작은 바늘이 유리했다.

우리가 내린 범섬 동모 포인트는 들물 때 돌돔과 강담돔이 잘 낚이는데 오늘은 오전 8시 무렵이 만조라 끝들물 두 시간 이내에 승부를 봐야 될 상황. 그러나 물때상 조류가 약해진 탓일까? 만조 무렵까지 단 한 차례의 입질도 들어오지 않았다.

계산은 복잡해졌다. 이대로 철수할 것인가 아니면 썰물 6시간 동안 버티다 오후 들물을 노려볼 것인가…. 결국 무언의 동의로 썰물 6시간 동안 갯바위에서 버텼고 오후 3시 무렵부터 들물낚시를 시작했다.

오후 4시까지도 잠잠하던 강담돔 입질은 4시30분경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김태현 씨의 성게 미끼에 38cm급 강담돔이 첫수로 올라온 것이다. 씨알은 크지 않았지만 비슷한 크기의 돌돔에 비해 ‘빵’이 훨씬 좋았다. 강담돔이 돌돔보다 힘이 세다는 것도 바로 이 체구의 차이 때문인데 38cm가 45cm 돌돔과 맞먹는 힘을 낸다.

조류가 점차 힘을 얻자 30분 뒤에는 원성조 씨의 돌돔대에 입질이 왔다. 잽을 날리듯 초릿대를 무겁게 퉁퉁 치는 돌돔과는 달리 강담돔 입질은 성게를 빠르고 강하게 쪼는 듯한 입질이랄까? ‘타닥- 타다다닥-’하는 짧은 진동 후 초릿대가 처박히자 원성조 씨가 전광석화처럼 달려와 챔질에 성공! 순식간에 40cm급 강담돔이 갯바위로 솟구쳤다. 세 번째 입질은 철수30분 전 김진혁 씨가 받아냈는데 김태현 씨가 올린 것과 비슷한 38cm급이었다.

▲ 성게의 이빨 부위를 깨먹다가 걸려든 강담돔. 같은 씨알 대비 돌돔보다 훨씬 강한 힘을 자랑한다.

▲ 잡어 성화를 극복하기 위해 꿴 소라 미끼에는 강담돔 입질이 없었다.

▲ 오후 들물이 시작되자 원성조(왼쪽) 씨와 한태현 회원이 초릿대를 주시하며 입질을 파악하고 있다.

▲ “강담돔이 돌돔보다 훨씬 힘도 세고 생김새도 멋집니다.” 팀블랙홀 김진혁 회장이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원성조 씨가 강담돔을 낚을 때 사용한 엔에스의 CRX 석조 500 돌돔대. 3절짜리로 유연하면서 허리힘이 좋아 인기가 높다.

▲ 강담돔의 약한 입질에 대비해 성게의 이빨(맨 아래)을 도려내 미끼로 썼다.

▲ 원성조 씨가 발밑까지 끌어낸 강담돔을 들어뽕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의 조황을 볼 때 우리는 1인당 적어도 서너 마리씩의 강담돔을 낚아 최소 10마리 이상의 조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약한 물때 탓인지 고작 3마리의 강담돔을 낚는 데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3마리의 강담돔이 의미하는 가치는 무척 컸다. 평소 돌돔이 주로 낚이는 포인트에서 오로지 강담돔만 낚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돌돔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원성조 씨는 “돌돔이 강담돔에 밀려 멀리 쫓겨난 게 아니라 강담돔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강담돔이 떼를 지어 미끼에 달려들다 보니 개체수에서 밀리는 돌돔이 미끼를 덮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포인트에 따라 다르지만 강담돔은 5월 무렵부터 돌돔과 섞여 입질하는데, 수온이 최고조에 달하는 8~9월에는 거의 강담돔만 낚이다가 이후 다시 수온이 내려가면 돌돔의 입질 빈도가 높아진다는 게 원성조 씨의 설명이다.

아무튼 제주 해역의 강담돔 확산은 기정사실이며, 최소한 제주도에서만큼은 돌돔낚시의 손님고기가 아니라 정식 원투낚시 대상어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아울러 이 흐름은 조만간 남해안으로까지 확산될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 범섬 동모 포인트에서 올라온 강담돔. 난류대가 확장되면서 제주 해역의 강담돔 서식 비율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 범섬 동모 포인트. 벵에돔과 돌돔 포인트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강담돔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취재일 원성조 씨는 미약했던 강담돔 입질을 극복하기 위해 성게의 이빨만 꿰는 방법을 썼다. 맨 위에는 밑밥을 겸해 가시만 자른 성게를 꿰고 아래에는 도려낸 성게 이빨을 꿰어 사용했다. 낚시인 중에는 돌돔이 가시 달린 성게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성게의 알을 먹기 위한 것으로만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이빨을 좋아한다는 게 원성조 씨의 설명이다. 이날 원성조 씨는 도려낸 이빨 두 개를 미끼로 쓰고, 바늘은 작은 크기인 10호 돌돔바늘을 외바늘로 사용해 입이 작은 강담돔의 예민한 입질을 극복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