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추도는 관광객보다 낚시인에게 잘 알려진 섬이다. 사량도와 욕지도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서 낚시가 잘 되기 때문에 매일 갯바위로 낚싯배가 드나들고 있으며 추도 주민들의 인심이 좋아 어디서든 자유롭게 낚시와 캠핑을 할 수 있어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 낚시를 하기도 한다. 물메기가 유명한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메기가 어획량이 감소해 현재는 겨울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고 섬의 상징으로만 남아 있다. 대신 요즘에는 전갱이, 볼락, 갈치, 오징어, 참돔 등이 연중 낚여서 더 풍요로워졌다.

▲ 통영 추도의 남쪽 해안. 좌측에 툭 불거져나온 콧부리가 샛개이며 좌측의 큰 산과 우측의 작은 산 가운데 대항마을이 있다. 가을부터 감성돔, 전갱이, 참돔이 잘 낚이며 무늬오징어, 문어, 갑오징어도 잘 낚인다.

▲ 추도 대항마을. 민박집이 여러 채 있으며 발전소, 보건소도 들어서 있다.

▲ 통영에서 출항하는 추도행 여객선이 대항마을로 입항하고 있다.

▲ 물메기 통발로 기둥을 만들어 세운 간판. ‘그리움의 섬 추도 메기와 해삼의 고장’이라 써 있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추도행 여객선을 타고 들어간다. 하루 2번 왕복 운항하며 운임은 성인 편도 7550원, 차량은 편도 2만3천원. 자전거는 4천원이며 수레나 짐은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다. 차량을 실을 때는 먼저 대기하고 있는 차량이 있는 경우 차를 가지고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여름 성수기나 추도에 공사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경우에는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지난 8월 22일,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오후 2시30분에 출항하는 추도행 여객선(한려카페리호)에 올랐다. 내외관 리모델링을 마친 통영여객선터미널은 깔끔하게 단장한 대합실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와 낚시장비 그리고 텐트를 가지고 여객선에 승선, 자동차는 여객선터미널주차장에 두었다. 통영과 추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규모가 작아서 총 6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는데 그중 2대는 마을주민들에게 우선 배정되고 4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섬에서 나올 때 차량을 싣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그리고 추도가 큰 섬이 아니라서 2시간 정도면 도보로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기에 걷기로 했다.

여객선은 출항한 지 약 50분이 지나 추도 대항에 도착했다. 대항에서 사람들을 내린 후 다음 마을인 미조항에 기착했다가 다시 통영으로 향한다. 나는 대항에 내렸다. 대항은 낚시여건이 좋고 텐트도 칠 수 있으며 화장실, 작은 가게, 민박이 있어서 하루를 보내기 좋다.

하지만 금방 마음이 바뀌었다. 대항은 추도에서 너무 유명한 낚시터라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그 대신 낚시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대항마을 너머로 이동했다. 낚시장비와 텐트를 작은 수레에 싣고 들어왔는데 추도는 섬 전체가 등산로로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는 데 큰 힘이 들지 않았다.

걸으며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니 마을에는 자체 발전소가 있고 공중화장실, 분리수거장 등의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마을의 많은 가구가 직접 민박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추도를 찾는다면 민박을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대항마을이나 미조마을의 민박을 이용하면 직접 민박집에서 픽업을 나오며 식사도 제공하기 때문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마을 곳곳에는 무화과와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농장이 이어져 있고 골목에는 곳곳에 벽화와 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나는 15분 정도 걸어서 대항마을 너머에 있는 샛개 초입(등넘)에 도착했다. 작은 몽돌해수욕장(추도해수욕장)과 방파제가 있는 곳으로 추도에서 유명한 샛개끝바리와 샛바람강정 포인트가 보이는 곳이다. 대항 언덕 너머에 있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등넘이라고 부르며 등넘선착장에서 낚시를 한다. 선착장에는 작은 방파제가 있으며 추도의 다른 곳에 비해 수심이 깊고 조류가 잘 통해 가을이 되면 참돔, 전갱이, 무늬오징어가 잘 낚인다.

▲ 대항마을 앞에 있는 방파제와 상판. 이 주변에서 낚시가 잘 된다.

▲ 추도의 작은산. 등산로가 있으며 갯바위(오리바위)로 이어지는 길도 있다.

▲ 추도 등산로 안내도. 등산로 전체를 천천히 걸으면 3시간이 걸린다.

▲ 등넘선착장에서 낚은 전갱이. 씨알이 25cm 이상으로 굵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낚시장비와 텐트는 방파제 구석에 두고 먼저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등넘에서 출발해 미조와 대항마을을 모두 돌고 다시 등넘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고 해서 도전했지만 걷기가 마냥 쉽지는 않았다. 등넘에서 미조까지 가는 길 절반은 가파른 오르막길이고 지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무렵에야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낚시장비를 들고 이동을 한다면 짐을 매우 가볍게 꾸려야 수고를 덜 수 있다.

등산로를 걷다보면 보기 드문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있는데 대부분 후박나무다. 20m 이상 울창하게 자라서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약효가 있어서 가거도와 울릉도에서는 자생하는 후박나무로 막걸리를만들거나 껍질로 차를 끓이기도 한다. 비뇨기질환이나 자양강장에 도움이 된다.

등산로를 걸으면 후박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8월이라 덥기는 했지만 가을에 추도를 찾는다면 등산로를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추도 서쪽 해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고 울창한 추도의 후박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참고로 추도를 한 바퀴 도는 등산로 외에도 추도의 큰산과 작은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여름이라 잡풀이 자라서 진입로를 막고 있기 때문에 등산은 가을 이후 잡풀이 사라질 시기에 하는 것이 좋다.

▲ 대항마을 반대편에 있는 등넘해수욕장. 몽돌해변이며 수심이 깊지 않아 여름에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오후 6시가 되어 서서히 어둠이 깔려 등넘으로 돌아와 낚시를 시작했다. 내가 없는 사이 다른 낚시인들이 몇몇 들어와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 전갱이와 볼락을 낚고 있었다. 조류가 마음에 들게 흘렀고 물색도 좋아서 금방이라도 입질이 들어올 것 같아 에깅을 먼저 시도했다.

그런데 해가 완전히 지자 바다의 상황이 바뀌었다. 썰물이 진행되면서 물색이 탁해지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잘 낚이던 전갱이의 입질이 뚝 끊기더니 에깅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캐스팅 한 번에 전갱이 한 마리가 올라와야 정상이지만 거의 한 시간에 전갱이 한 마리가 올라올 정도로 낚시가 잘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8월 중순에 남해에 많은 비가 내린 후 수온이 계속 내려갔고 강 하류의 수문을 개방하면서 그 영향으로 물색도 나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전갱이 3마리를 낚아 회를 만들고 준비해온 텐트에서 소주 한 잔에 전갱이 회를 맛볼 수 있었다. 추도산 전갱이는 적당히 기름과 단맛이 올라 맛있는 건 당연하고 전갱이를 좀 더 낚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울 지경이었다.

텐트에서 잠을 잔 후 다음날 아침 7시에 다시 대항마을로 넘어갔다. 배를 타기 전에 작은산 등산로를 한 번 더 올랐으나 작은산 역시 등산로에 잡풀이 우거져서 정상까지 오를 수 없었다. 역시 추도는 가을에 출조해야 낚시도 잘 되고 등산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여객선은 통영에서 오전 7시에 출항하며 오전에 충분히 낚시를 하려면 오후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아침 여객선은 오후와 달리 미조항에 먼저 도착한 후 대항으로 오기 때문에 오전 8시10분 정도에 탈 수 있다.

추도의 낚시 피크 시즌은 10~11월이다. 무늬오징어, 전갱이, 볼락, 농어, 참돔, 감성돔, 갈치 등 연중 가장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9월에 태풍이 한두 차례 지나간 후 수온이 안정되면 감성돔과 전갱이가 폭발적인 입질을 하기도 한다. 낚시터는 대항마을이 가장 좋지만 가을에는 추도 전역이 포인트이므로 어디를 가도 좋다.

추도에는 6~7곳의 민박집이 있다. 민박집이 가장 많은 마을은 대항마을. 미리 예약하면 픽업이 가능하며 2인 기준 5~6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겨울 비수기 평일에는 4만원 내외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며 여름 성수기 때는 인원수에 따라 8~10만원을 받는다. 민박 가격에 석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민박집마다 다르므로 식사는 따로 문의해야 한다.

추도에 있는 방파제는 모두 낚시가 잘 된다. 하지만 위치에 따라 수심에 차이가 나고 계절에 따라 바람과 조류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포인트를 잘 선택해야 한다. 샛개끝바리와 용두도는 사계절 내내 출조할 수 있으며 방파제의 경우 봄과 가을에는 북쪽이 좋고 여름과 겨울에는 남쪽이 좋다. 조류 소통은 북쪽 대항마을 일대가 제일 좋기 때문에 포인트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대항마을에서만 낚시를 해도 충분히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추도 갯바위로 출조하는 낚싯배는 통영 삼덕항에서 탈 수 있다. 주간, 야영 모두 가능하며 가을에는 낮에 감성돔, 밤에 갈치나 볼락 출조를 주로 한다.

▲ 여객선이 접안하는 방파제다. 여객선이 하루 2번 닿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낚시를 할 수 있으며 북쪽 연안으로 조류가 들어와서 추도에서 가장 조과가 좋다. 방파제 전역에서 낚시가 되지만 방파제 콧부리와 상판에 낚시인이 가장 많다. 수심은 가까운 곳이 6m이며 여객선이 들어오는 곳 주변으로 10m 이상 깊어진다. 가을에 잘 낚이는 어종은 무늬오징어, 감성돔, 전갱이.

▲ 추도 남쪽에 있는 작은 방파제로 방파제 옆으로 매립한 선착장이 있다. 주변 수심이 깊고 조류 소통이 좋으며 방파제 앞으로 유실된 테트라포드가 넓게 깔려 있어 볼락, 무늬오징어, 전갱이 등이 항상 잘 낚인다. 남풍이 불면 맞바람이 쳐서 좋지 않지만 북풍이나 동풍이 불 때는 주변 갯바위가 바람을 막아준다. 수심은 가까운 곳이 4~5m, 먼 곳은 10m가 넘는다. 문어, 갑오징어도 잘 낚인다.

▲ 샛개마을에 있는 작은 방파제다. 마을이 작아 마을 안으로 차량진입이 불가하고 규모가 작아 낚시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큰 홈통으로 무늬오징어와 볼락이 잘 들어와서 종종 호황을 보인다. 주변 수심은 6m 내외이며 먼 곳을 노리면 8~9m가 나온다. 마을 가까이 방파제가 있으므로 조용히 낚시를 해야 한다.

▲ 추도 남쪽에 있는 길다란 갯바위로 샛개마을에서 걸어서 진입할 수 있지만 주로 낚싯배를 타고 진입한다. 통영에서 출항하는 낚싯배를 타면 끝바리, 호텔자리 등 추도의 유명한 갯바위에 내릴 수 있다. 무늬오징어, 감성돔, 볼락, 갈치가 시즌에 따라 호황을 보이며 주간, 야간 낚시가 모두 잘 된다.

▲ 추도 서쪽에 있는 섬으로 낚싯배를 타고 출조한다. 추도의 유명한 낚시터라 연중 감성돔, 갈치, 볼락을 노리는 낚시인들이 드나들고 있으며 조류 소통과 수심이 깊어 시즌도 12월 말까지 길게 이어진다. 가을부터는 주변에서 선상낚시도 많이 한다.

▲ 큰 방파제는 1년 전에 준공해 아직 좋은 조황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갈치, 고등어, 전갱이 등이 낚이며 추후 조과는 지켜보아야 할 곳이다. 수심은 큰 방파제 외항이 7~8m이며 내항은 6m 내외다. 물색이 맑고 조류 소통이 좋은 날에는 문어, 갑오징어 등도 잘 낚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