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땅 위에 버려져 있는 배의 모습. 주변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광경은 20여 년 전 물이 말라 소멸하고 있는 아랄해의 심각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경종이었다. 당시 국제호수학회에 참가하였다가 아랄해가 말라 버린 스토리를 듣게 되었는데, 모든 참가자들은 물고기가 사라지고 호숫가에 살던 주민이 식수를 구하기도 어려운 참상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아랄해는 수자원 남용에 의한 ‘세계 최대의 환경재앙’의 사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수가 되었다.

▲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진 아랄해 호수 바닥에 배가 버려져 있다(Wikipedia).

아랄해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4번째로 면적이 큰 호수였다. 수면적이 68,000km2이었으니 남한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거대한 호수이다. 호수 내에는 1,100개의 섬이 있어서 섬(aral)이라는 단어에서 ‘섬의 바다’라는 뜻의 호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어업도 활발하여 호숫가에는 많은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유역의 물 이용이 증가하고, 특히 1960년대부터 목화 생산을 위해 아랄해로 유입하는 강물을 관개용수로 끌어가면서 호수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목화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인데 건조지역인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강물을 지나치게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강물로 관개를 한 농경지 면적이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보다 넓은 지역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물은 먼 거리를 수로를 통하여 이동하면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 상당량이 증발하고, 차수가 부실한 수로에서는 지하로 침투하여 손실되는 양도 많다. 최종적으로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은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랄해로 유입하는 강물을 과다 사용한 결과 호수의 수위가 낮아져 결국 면적이 10%로 줄었다. 호수도 4개로 나뉘고, 그중 일부는 완전히 소멸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조금 수위가 상승하였다가 다시 증발하여 감소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호수가 작아지고 있다. 호수의 축소는 호숫가에 살던 주민들에게는 크나큰 재앙이 되었다. 호숫가에 있던 배들은 모래벌판에 버려져 있고, 물을 얻기 위해 수십 km를 찾아가야 하는 사례도 있으니 수변 마을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 아랄해에서 수위저하와 염분증가로 멸종한 철갑상어 고유종(Wikipedia).

▲ 수자원 남용으로 면적이 10%로 감소한 아랄해. 1989년(좌)과 2014년을 비교한 모습(Wikipedia).

물의 양이 감소한 것뿐 아니라 염분도 증가하여 수생태계가 궤멸하고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피해도 나타났다.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적은 건조지역에서는 호수의 유입수는 있지만 물이 증발하여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야 호수가 형성될 수 있는데, 증발이 지속되면서 물의 염분이 농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내륙염호라고 하는데 아랄해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사해, 미국의 그레이트솔트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흔히 염분이 바닷물의 5~10배에 이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식물이 살 수 없으며 특별한 미생물들만 살 수 있는 극한의 생태계가 된다.

아랄해에서도 물이 감소하고 증발하면서 일부 수역에서는 염분이 바닷물의 3배 이상으로까지 증가하였다. 염분이 너무 높아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어업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호수 바닥을 덮은 염분은 바람에 날려 대기 분진이 되었으며, 유역에서 배출한 농약과 오염된 폐수도 호수 바닥에서 말라 오염된 분진이 되어 인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주변 국가들이 아랄해를 살리고자 많은 협의를 하였다. 목화 외에 물을 적게 사용하는 작물로 전환하는 방안, 수로를 개수하여 물의 손실을 줄이는 방법, 농업을 축소하는 방안,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방안, 인근의 해수를 끌어들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였으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웠다.

결국 호수 전체를 살릴 방도가 없으니 그나마 유입수가 있는 북쪽 일부만이라도 살려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북쪽 일부 수역을 댐으로 격리하여 그곳만이라도 살리자는 대책이 시행되었다. 댐을 만든 후 북쪽 호수를 ‘작은 아랄해’라고 부르고 있는데 수위가 상승하고 염분이 낮아져 어류가 다시 살아나는 개선을 보였다.

수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점차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어서 그나마 피해가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강수량이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물 부족이 심각한 이슈로 대두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서부의 콜로라도강이다. 이 강의 유역은 모두 미국이지만 마지막에 짧은 거리를 멕시코 지역을 통과하여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그런데 요즘 바다로 흘러가는 물이 거의 없다. 중간에서 강물을 모두 끌어가기 때문이다. 장거리 도수관로를 설치하여 캘리포니아 등 4천만명이 이 강물에 의존하고 있으니 거의 미국 서부를 먹여 살린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근래 미국의 학회에 가면 콜로라도의 가뭄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미 20년째 가뭄이 들었다고 하니 이것은 일시적인 가뭄이 아니라 장기적 기후변화일 지도 모른다. 콜로라도강의 댐들은 수위가 계속 낮아져 수십 미터가 내려간 상태이다. 캘리포니아 등 콜로라도 강물을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미국에서는 가뭄이 들면 물 이용 우선권에 따라 물 공급을 차단한다. 세차 금지, 정원에 물주기 금지 등에서 시작하여 물 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용수가 차단되고 생활용수는 마지막까지 우선권을 가진다. 캘리포니아의 일부 오렌지 농장이 물 배분을 받지 못하여 과수가 모두 말라 죽었다는 보고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콜로라도강의 댐 수위가 계속 하강하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고갈되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마도 물을 남용하지 말고 절약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가뭄과 수자원 사용으로 역대 최저 댐 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콜로라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