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 당시 30% 수준의 수위를 유지 중이었던 남해 도산구소류지. 규모는 작지만 많은 붕어 자원을 보유한 곳이다.

뜨거웠던 한여름도 서서히 물러가는 8월의 끝자락, 1년 만에 로즈피싱 회원들과 경남 남해로 출조지를 잡았다. 코로나와 물가상승 탓에 장거리 출조를 미루었다가 나선 출조길이라 마음이 설레었다. 부산권의 저수지들은 물이 메마르거나 마름으로 덮여 낚시 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남해로 향한 것이다.

부산을 출발해 3시간 여가 걸려 목적지인 도산구소류지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1시간30분 거리인데 정체가 심했다. 진교를 지나 남해대교에 다다랐을 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후 3시쯤 저수지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눈 회원들이 늦게 도착한 필자의 짐을 옮겨 주었다. 도산구소류지도 가뭄의 영향으로 30%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한여름에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필자는 우안 중류에 자리를 잡았다. 가파른 곳이라 위험하지만 먼저 자리한 회원들의 낚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약간 불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대편성을 마치고 난 뒤 회원들과 시원한 커피와 과일로 목을 축인 뒤 낮낚시를 시작했다. 낚시 시작과 동시에 필자 우측에 자리한 이창호 회윈이 낮부터 턱걸이 월척을 낚아냈다. 그리고 필자도 잠시 후 준척을 낚았는데 낮에도 입질이 활발한 걸 보니 붕어의 활성도가 좋은 듯 보여 밤낚시가 무척 기대됐다.

해가 서산으로 서서히 넘어갈 쯤 회원들과 본부석에 모여 준비해온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1년 만에 만나는 것이라 기쁨도 두 배였다. 이젠 처서가 왔기에 밤낮 기온 차가 크고 해도 짧아졌다. 그래서 일찍이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일교차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준비한 뒤 낚시 자리로 돌아갔다.

어둠이 깔리면서 케미 불빛이 화려하게 수면을 밝혔다. 밤 8시 무렵 필자를 선두로 준척과 월척을 연달아 올라왔고 이곳저곳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상류 물골에 자리한 김광태 회원이 큰 씨알을 올린 듯해 가보니 31cm급 월척이었다.

촬영 후 자리로 돌아오니 필자 옆에 앉은 이창호 회원도 턱걸이급 월척을 낚아냈다. 다행히 필자와 가까운 곳이라 두 회원의 월척 붕어를 손쉽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건너편 제방 쪽 회원들도 중치급 붕어를 연달아 올리고 있었다.

이곳 도산구소류지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낚시를 못하던 곳이다. 동네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잉어와 장어를 양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3년 전, 필자가 밤에 답사를 하던 중 들러 보았는데 양식장 간판과 출입구 쇠사슬도 없어져서 ‘이젠 낚시를 할 수 있겠다’ 싶어 일주일 후 혼자 출조했었다.

그때 마을 이장과 청년회 회장이 오더니 몇 해 전 제방이 터져 고기들이 다 휩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양식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낚시는 해도 좋으니 부디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꼭 주워가라고 당부했다. 그날 출조에서 월척 10여 수와 27~29cm 붕어 40여 수를 낚았다. 이후 여름만 되면 이곳을 찾고 있는 중이다.

야식시간에 회원들에게 이러한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새벽낚시에 돌입했다. 낚시자리로 돌아가 보니 채비 몇 개가 뒤엉켜 있어 당겨보니 월척이 걸려 있었다. 정리 후 새벽 낚시에 집중했다. 새벽에도 입질은 꾸준히 이어져 여명이 밝아올 때까지 손맛 잔치가 이어졌다.

오전 9시쯤이 되자 해가 정면에서 비추는 탓에 낚시하기 어려웠고 철수를 결정했다. 본부석에 모여 붕어를 늘어놓았는데 씨알은 27~32cm이었다. 낚은 붕어를 한곳에 모아 단체로 기념촬영을 한 후 다시 살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기사를 보고 도산구소류지를 찾는 낚시인들이 있다면 낚시 도중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기를 바란다.

▲ 이창호(왼쪽), 김광태 회원이 도산구소류지에서 올린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 잠시 자리를 비웠던 회원들이 자동빵된 붕어가 감아버린 채비를 정비하고 있다.

▲ 취재일 올라온 월척과 준척급 붕어들.

▲ 밤 시간에 31cm 월척을 올린 김광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