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호남권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낚시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장마 이후 많은 양의 비가 수도권과 중부권에 내렸으나 호남권은 가뭄 해갈에 미치지 못하고 일부 도서지방은 생활용수, 농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수지는 장기간 갈수상태로 인한 용존산소량 부족과 극심한 녹조현상으로 붕어 입질 받기가 어려워 몰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호, 강, 소규모 하천에서 잔 씨알 위주로 마릿수 소식이 들려온다. 다행히 삼복더위 끝인 말복이 지나자 열대야는 사라지고 새벽에는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떨어져 지난 8월 18일, 만수가 되어 마릿수 조과가 좋은 포인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조에 나섰다.

▲ 필자의 낚시자리. 깊은 수심과 수초공략에 효율적으로 낚싯대를 폈다. 사용한 낚싯대는 아피스의 천년지기 골드.

▲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낚싯대를 펴기 전 예상 공략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주로 뗏장수초와 수몰나무 언저리에 찌를 세웠다.

▲ 나주 황교지의 준척 붕어. 체고가 높고 체색도 황금색으로 곱다.

▲ 드론으로 촬영한 황교지 전경.

찾아간 곳은 나주시 세지면 성산리에 있는 황교지. 광주에서 국도를 타고 5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광주 근교에 있는 낚시터다. 이곳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광주 낚시인 박현일 씨가 꽝을 맞았을 때 ‘한풀이터’로 찾던 곳이라고 추천을 받아 출조하게 됐다.

황교지는 만수면적이 1천평남짓 되는 작은 저수지였다. 박현일 씨의 말에 의하면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잔 씨알부터 준척까지 마릿수 조과가 좋은데 가끔 월척 붕어로 손맛을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새우가 채집이 되고 특별한 잡어가 없으므로 미끼는 취향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제방에서 상류를 보니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와 부들, 갈대의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요즘 같은 가뭄에 잔 씨알이지만 붕어를 낚으며 경치 좋은 곳에서 손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신이 났다.

산길을 따라 중류권과 상류권으로 진입이 가능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방을 기준으로 좌측 연안은 만수 시 진입이 어려웠고 최상류권의 수심이 약 1m50cm, 제방권은 3m 정도가 나왔다. 상류는 포인트 여건은 좋았지만 산속의 습도가 높은 탓인지 모기를 비롯해 해충, 벌레가 너무 많아 포기하고 제방 양끝 모퉁이를 각각 포인트로 정했다.

▲ 출조 이튿날 오전, 송귀섭 이사가 수초 주변에 세운 찌를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잠시 쉬다가 해질녘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3m 수심에서 뗏장수초와 수몰나무 언저리를 공략, 동행출조한 아피스 송귀섭 이사는 마름과 부들을 공략하기 위해 찌를 세웠다. 미끼는 미리 준비한 새우를 꿰었고 송귀섭 이사는 새우와 어분글루텐을 병행해 사용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얕은 곳에 세운 찌에 첫 입질을 받아 준척급 붕어를 올렸다. 그후 자정 무렵에 송귀섭 이사도 월척에 조금 못 미치는 붕어를 낚았다. 새벽에 외투를 입고 낚시에 집중을 했으나 이상하리만치 별다른 입질이 없었고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송귀섭 이사가 아침에 미끼를 교체하기 위해 낚싯대를 들어 올리던 중 바늘에 걸려 나온 수초를 보고는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잠시 수면을 바라보더니 필자에게 입질이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이곳은 만수지만 수중 속 용존산소량이 부족하고 가스가 발생해 수초가 부패했습니다. 그래서 냄새가 심하게 났던 것입니다. 고기 역시 산소가 부족해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하기 위해 떠 있는 상황으로 이런 곳에서는 전체적으로 산소 유입이 안 되어 입질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송귀섭 이사가 ‘채집망에 채집된 것이 있냐?’고 물었는데 밤새 담가둔 채집망을 들어보니 작은 씨알에 붕어만 두 마리 들어 있었고 그마저도 모두 죽어 있었다. 송귀섭 이사가 분석한 여러 정황으로 보아 밤에 낚은 붕어는 행운이었다.

이런 현상은 하절기 장마나 태풍의 영향으로 해결이 된다고 한다. 황교지 역시 큰 비가 내려서 저수지가 범람하거나 주변의 새물이 흘러들어 산소가 유입된다면 다시 예전의 마릿수 손맛터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 황교지에서 낚은 첫 붕어를 보여주고 있는 필자.

▲ 수중 속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채집망에서 죽어버린 작은 붕어.

▲ 자정 무렵에 준척 붕어를 올린 송귀섭 이사.

▲ 찌를 세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초 작업을 하고 있는 송귀섭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