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인한 영향은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있는가 하면 호남처럼 비 소식이 없어서 물 걱정을 하는 지역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강수량이 너무 많아서 큰 피해를 입은 충정 지역을 벗어나 한적한 호남권 낚시터를 찾아보았다.

지난 8월 23일 평소 터가 세고 만수에 공략하기 어려운 저수지를 물색하던 중 물이 빠져 포인트가 드러난 진안의 오동지라는 대물터를 혼자 찾았다. 전북 진안군 마동면 계서리에 있는 오동지는 진안의 유명한 5짜터인 반월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만수면적 9천여 평의 아담한 계곡형 소류지다.

블루길이 많은 것은 단점인데 손가락만 한 크기부터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씨알이 다양하다. 성화가 심한 날에는 옥수수나 곡물성 떡밥도 쓰기 힘들 정도다.

일단 무넘기에 자리를 잡고 수심을 재니 3m가 나왔다. 만수 때라면 상류의 몇 곳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낚시자리가 잘 나오지 않지만 봄이 지나면 항상 갈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수월하게 포인트를 정할 수 있었다.

수심이 3m지만 장대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4칸 이하의 낚싯대를 사용해 대편성을 했다. 미끼는 지렁이와 글루텐. 도착한 첫날엔 지렁이 미끼를 사용했는데 전혀 미동을 하지 않았다.

이튿날엔 김현태 씨가 오전 일찍 합류하여 필자가 앉은 자리에서 상류 방향으로 1m 수심 전후의 포인트에 앉아 대를 폈다. 오동지는 낮낚시도 잘 되는 곳이기에 낮낚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날과는 다르게 블루길의 성화가 심했다. 하지만 입질이 없는 것보단 나은 상황. 오동지는 블루길의 성화와 함께 붕어의 입질이 곧잘 들어오기 때문에 낚시에 집중했지만 저녁까지 입질을 받지 못했다. 김현태 씨가 저녁 8시부터 월척 붕어와 6치 붕어를 연달아 낚았다. 미끼는 옥수수를 사용했고 1.7칸의 짧은 대로 입질을 받았는데 낚은 붕어를 살림망에 넣다가 미끄러져 그만 자동방생을 하고 말았다.

▲ “요놈이 오동지 월척 붕어입니다.” 지난 8월 23일, 필자가 오동지 무넘기에서 낚은 월척 붕어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밤 9시 넘어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밤 11시부터 밤낚시를 이어갔다. 새벽 5시경 글루텐을 달아 놓은 3.6칸 대에서 첫 입질이 들어왔다. 멋지게 찌를 올린 뒤 낚인 녀석은 월척 붕어. 체고가 높고 건강한 붕어였다.

동이 트고 날이 환해지면서 9치급 붕어가 올라왔다. 오동지에서 지렁이에 9치 붕어라니. 대물터라고 해서 작은 붕어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입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렁이와 글루텐에 고르게 입질을 하며 세 번째 붕어는 또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그 뒤로 바로 월척 한 마리가 더 입질을 해 손맛을 볼 수 있었다. 필자가 앉은 무넘기 주변은 수심이 3m 전후이지만 3칸 대 전후의 낚싯대에서 입질이 자주 들어왔다.

오동지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엔 일교차가 벌어지면서 본격적인 대물 시즌이 시작된다. 제방 깊은 곳도 좋지만 수심 1m 내외의 상류 포인트도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오동지가 있는 오동마을은 저수지 환경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낚시인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낚시를 하면서 불편한 상황도 생기지 않는다. 아직 노출이 되지 않는 숨은 저수지 이다 보니 많은 낚시인이 잘 찾지도 않는다. 오동지를 찾는다면 쓰레기와 주차 문제에 신경 써 주길 부탁드린다.

▲ 필자의 낚시자리(가운데). 우측 먼 곳에 함께 출조한 김현태 씨가 자리를 잡았다.

▲ 주차한 도로가에서 촬영한 진안 오동지 전경.

▲ 블루길 성화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곡물떡밥 미끼.

▲ 필자와 김현태 씨의 조과. 완연한 가을이 되면 더 큰 씨알이 낚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