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원주 번재소류지 

3천평 소류지의 대낮 월척쇼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태흥 필드스탭 

▲ 드론으로 촬영한 원주 번재소류지.

▲ 취재에 동행한 황병순(방랑자) 씨가 번재소류지에서 올린 두 마리의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내내 강원 원주지역으로 출조하면서 섬강 문막교 하류권인 아마존둠벙 포인트를 시작으로 본류의 포진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낚시를 해보았다. 그러나 5~6치의 잔챙이들 성화에 가는 곳마다 하룻밤 만에 철수를 계속해야 했다. 

그러던 8월 27일, 지인으로부터 원주시 태장동에 있는 우곡소류지를 소개받아 오전에 찾아갔지만 이곳에도 현지인들의 짬낚에 4치급 작은 붕어들만 낚이고 있었다. 

현지인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이곳은 잔챙이만 바글바글하니 큰 씨알의 붕어를 잡으려면 인근에 있는 번재소류지를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다.

번재소류지는 우곡소류지에서 약 9km의 거리에 있다. 원주 시내를 통과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지체되어 오전 11시30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방 옆으로 난 길을 통과하여 상류권으로 올라가보니 약 3천평쯤 되는 삼각형 형태의 소류지였다. 한쪽 면은 산이었고 도로 쪽 한쪽 면은 펜스가 있어 포인트가 한정적이었다.

상류 모래턱에 현지인 한 분이 낚시 중이어서 조황을 물어보니 잔 씨알은 없고 나오면 9치 이상부터 허리급까지의 붕어가 주로 나온다고 한다. 모래턱은 이번 집중호우에 떠내려 온 모래들이 쌓이면서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수심은 상류권이 1.5m가량 나온다고 한다. 

원주 현지인이 알려준 소류지를 찾아

저수지를 둘러보니 상류권에는 민가가 한 채도 없었다. 그저 논이 넓게 자리 잡고 있어 논물이 유입되는 것 외에 별다른 오염원은 없어 보였다(그러나 철수 후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니 상류 오른쪽으로 대규모 축사가 보였고 이곳 오염수가 저수지로 흘러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들었다. 붕어들의 피부에 같은 빨간 반점이 듬성듬성 나타나 있었고 점액질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2박 일정인 만큼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좌대를 깔고 텐트까지 올린 후 대편성을 시작했다. 수심은 2m가량. 낚싯대 길이에 상관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폈는데 바닥이 깨끗해 밑걸림은 없었다. 옥수수 미끼를 달아 찌를 세웠다. 

대편성을 마치고 흘린 땀을 씻은 뒤 상류에 뭐가 있는지 확인도 할 겸 저수지 상류로 올라가 보았다. 

논이 시작되는 상류까지 올라가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 다시 흐른 땀을 씻어내고 내려왔다. 저수지에는 오후가 되며 몇 분이 더 들어와 대를 펴고 있었고 배스낚시인도 들어와 있었다.

마침 이때 정석현(초릿대) 씨가 뭔가를 걸어 씨름을 하기에 달려가 보니 턱걸이 월척이었다. 그것을 보고 필자도 빨리 자리에 앉아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별다른 입질은 없었고 저녁 무렵 정석현 씨가 두 번째 입질을 받아 월척에 조금 미치지 못한 붕어를 또 낚아냈다. 낮 시간에 붕어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웬일인지 필자에게는 어떠한 찌의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았다.

밤보다는 낮에 입질 활발 

붕어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먹고 나왔다는 정석현 씨의 말에 따라 글루텐을 반죽하여 한 대 건너 한 대씩 글루텐과 옥수수를 각각 달았다. 오후 7시 무렵이 되자 짬낚시를 즐기던 분들도 모두 철수하고 상류에만 한 분이 남아 밤낚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도록 찌를 바라보았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전날의 밤낚시에 피곤이 몰려온 탓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샐 무렵 두 마디 쯤 올라오는 찌를 보고 “더 더 더”를 외치며 기다리는데 야속하게도 찌는 다시 내려가고 말았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날이 밝았고 본부석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정석현 씨 자리에서 날카로운 챔질 소리가 들려왔다. 28cm의 준척 붕어였다. 

정석현 씨는 3마리의 붕어를 모두 낮에 잡은 것으로 보아 이곳은 밤낚시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필자는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낮낚시에 매진해보기로 하고 심기일전해 12대 낚싯대 모두에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달아 다시 찌를 세웠다. 

오전 입질이 좋은 것 같아 집중하고 있을 때 정면에 세워져 있던 3.8칸 대의 찌가 서서히 오르며 몸통을 찍고 있었다. 

챔질에 성공! 2m의 수심에서 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녀석과 잠시 씨름하다가 뜰채에 담는 데 성공했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30.5cm의 월척 붕어. 이 붕어 역시 붉은 반점과 점액질이 이상하리만치 많아 수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약 10분 후에는 맨 오른쪽 3칸 대 찌가 몸통을 찍었고 33cm의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이 붕어 역시 붉은 반점이 있었고 손에 묻어 날 정도의 많은 점액질이 비늘을 덮고 있었다. 이후 더 이상의 오전 입질은 없었고 그렇게 오후로 넘어가고 있었다.

▲ 상류 모래톱 포인트. 이곳에서도 월척 2마리가 나왔다.

▲ 번재소류지에서 올린 첫 월척을 낚고 기뻐하는 정석현 씨.

▲ 필자가 오전 시간에 올린 30.5cm짜리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황병순 씨의 연타석 월척 

오후 4시에 고교 동문 후배인 황병순(방랑자) 후배가 찾아와 필자와 정석현 씨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오후 4시50분 무렵 다시 한 번 찌 몸통을 찍는 멋진 입질을 받아 월척 한 수를 추가했다. 이날은 낮에만 월척 3수를 낚았으니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의외로 좋았던 낮 조과에 밤에도 큰 기대를 걸고 낚시에 돌입했으나 밤 10시가 되도 입질은 없었다. 결국 새벽 3시에 다시 일어나 옷을 껴입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 순간 옆자리의 황병순 씨가 입질을 받아 32cm의 월척 붕어를 올렸고 잠시 후 턱걸이 월척을 추가했다. 오전 10시까지 낚시를 이어갔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일행들이 잡은 붕어 8수는 사진 촬영 후 방생했다.

귀가 후 컴퓨터로 반재소류지 부근을 살펴보니 오른쪽 상류에 커다란 축사가 보였다. 아마도 그 곳에서 내려온 오염수가 소류지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참고로 반재소류지 상류에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봉투가 놓여있었으나 일정 내내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지역 종량제봉투라해도 쓰레기 수거 차량이 다니는 길까지 내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결국 후배 황병순 씨가 다른 쓰레기까지 함께 모아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놓은 뒤 철수했다. 

내비 주소 원주시 봉산동 690-5

▲ 번재소류지 제방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 필자가 오후 시간에 올린 33cm 월척. 

▲ 번재소류지에서 올린 월척붕어들.

▲ 좌안 연안부터 상류까지는 펜스가 쳐져 있다. 

▲ 무너미 위로 물이 약간씩 흘러 넘쳤다.

▲ 제방에서 바라본 좌안 하류권.

▲ 필자의 대편성. 입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촘촘하게 대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