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붕어낚시 최적의 대편성을 찾아라]
다대편성 뉴 트렌드
6대 내외
미니멀 대편성
추세 뚜렷
이영규 기자
1990년대 중반 들어 붕어낚시 대편성에 변화를 일으킨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물낚시의 유행, 또 하나는 배스의 확산이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붕어낚시계에는 다대편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고 낚시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현재는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배스 자원이 감소하고 토종 어자원이 살아나면서 10대 이상 펴는 다대편성보다는 6대 내외만 편성하는 대편성이 유행하고 있다.
다대편성의 단초이자 대물낚시 유행의 견인차가 된 새우낚시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붕어낚시는 2~3대만 펴는 게 보편적이었고 4대만 펴도 ‘다대편성’으로 간주됐다.
1996년부터 낚시기자 생활을 시작한 내 기억으로는 97년 무렵부터 8대 이상 펴는 다대편성이 유행한 걸로 기억한다. 당시 본지 필자로 활동하던 ‘붕어연구소’ 차종환 소장 팀이 전국을 누비며 새우 대물낚시 대중화에 노력했다. 그 현장을 낚시춘추가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대물낚시 붐 조성에 일조했다.
물론 비슷한 시기 또는 그 이전부터 다대편성을 시작한 선구자(?)들도 있었다. 대구와 경북 김천의 새우낚시 매니아들이다.
특히 김천 낚시인들은 90년대 초부터 6칸 이상 장대를 다대편성해 새우 미끼로 붕어를 노리는 낚시를 즐겨했다.
당시에는 5칸 대도 드문 때라 김천 낚시인들은 바다낚시용 민장대를 붕어낚시에 애용했는데, 대표적인 낚싯대가 원다의 바다용 민장대인 보론여상이었다. 보론여상 중 중경대가 무게가 가볍고 휨새도 좋아 붕어낚시에 딱이었다. 7칸 대까지 출시된 이 낚싯대는 유독 장대낚시인들이 많은 김천에서만 인기를 끌었다(7칸 대는 너무 무거워 6.5칸 대를 주로 사용했다). 보론여상 중경대를 구입하지 못했던 낚시인들은 5칸 붕어낚싯대의 손잡이를 빼낸 후 바다 장대의 손잡이대를 끼워 맞춰 사용하는 등 김천 낚시인들의 장대 사랑은 유별났다.
▲ 다대편성으로 수초 포인트를 공략 중인 낚시인. 포인트 여건에 따라 다양한 단수의 받침틀을 갖고 다닐 필요가 있다.
▲ 6단 대편성. 토종붕어 유료터를 찾을 때 또는 짬낚 등을 즐길 때 편리하다.
▲ 포인트가 좁은 갈대밭을 노리기 위해 편성한 4단 받침틀로 낚싯대를 편성한 모습.
▲ 천류 필드스탭 팀장 김중석 씨가 12단 받침틀과 4단 받침틀을 보여주고 있다. 장박낚시 때는 12단, 당일낚시 등의 짬낚시 때는 4단 받침틀을 즐겨 쓰고 있다.
배스 확산 후 다대편성 가속화
아무튼 90년대 중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다대편성의 원동력이 새우낚시였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새우를 쓰면 떡밥이나 지렁이에 비해 큰 붕어를 선별해 낚을 수 있다 보니 월척에 목말라하던 낚시인들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쉽게 말해 새우낚시는 월척조사로 등극하는 가장 빠른 길로 통했고 ‘새우낚시=대물낚시’라는 공식이 생겼다.
그러나 미끼만 새우를 쓴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월척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성상 새우 미끼로는 집어낚시가 불가능하다보니 낚싯대를 두세 대만 펴서는 입질 확률이 너무 떨어졌다. 결국 낚싯대는 늘어났고, 좀 더 멀리, 좀 더 으슥한 포인트에 숨어있는 대물을 노리기 위해 낚싯대 길이도 길어지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10년 가까이 이어져 2010년 무렵에는 10대 대편성이 대물낚시의 기본이 되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다대편성 유행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또 하나 등장했다. 그것은 배스의 전국적 확산이다. 배스가 전국의 강, 저수지 등에 서식하는 토종물고기들을 대거 잡아먹어 큰 붕어만 남는 상황이 조성됨에 따라 대물붕어낚시는 새우낚시 시대의 ‘씨알 선별 게임’에서 ‘확률 게임’으로 성격이 변하게 됐다.
하룻밤에 한두 번 입질 받기도 힘든 상황이 조성됨에 따라 ‘다대편성=높은 입질 확률’이라는 공식이 형성됐고, 미끼만 새우(참붕어)에서 옥수수와 글루텐으로 바뀌었을 뿐 낚시인들의 다대편성 욕구는 한층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10단 받침틀 사용은 대물낚시의 기본이 됐고 현재는 16단은 물론 20단 이상까지도 등장하는 시대로 변모한 상황이다.
4~6단 받침틀 판매가 늘고 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붕어낚시계는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된다. 근 30년 이상 국내 수계를 장악했던 배스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붕어낚시 패턴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사라졌던 새우가 다시 생겨났고 그동안 구경할 수 없던 7~8치급 붕어 개체수가 급증한 곳이 늘었다.
대편성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입질은 뜸하지만 걸면 대물’이던 시절에는 입질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대편성을 했지만 지금처럼 잡어와 잔챙이, 중치급 붕어가 늘어난 상황에서의 다대편성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 20년 가까이, 10단~16단짜리 무거운 받침틀을 설치해 전투낚시를 해오던 낚시인들이 서서히 피로감을 느끼며 낚싯대 수를 줄여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창 다대편성에 빠져있을 때는 장소와 낚시 시간에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10대 이상을 편성했지만 최근에는 10대 미만으로 낚싯대 수를 줄이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일산에 거주하는 낚시사랑 레전드팀의 이영호 씨는 “한동안 다대편성 대물낚시에 빠져있을 때는 10대 이상을 안 펴면 붕어를 못 낚는 줄 알고 고집스럽게 다대편성을 해왔다. 여기에 낚싯대를 적게 펴면 남들이 초짜로 보는 것 같은 이목도 무시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많아야 5~6만 펴는 때가 늘었고 낚시를 해보면 확실히 피로감이 현저히 덜하다”고 말한다. 이영호 씨는 최근에는 배스판이었을 때보다 붕어 입질이 잦아진 점도 다대편성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받침틀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좌대와 받침틀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동일레저 박동우 대표의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10단 이상 받침틀을 찾는 낚시인이 대다수였다. 12단은 물론 16단, 20단까지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런데 최근 들어 10단 미만 받침틀을 구매하는 낚시인이 부쩍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게 4단과 6단인데 터가 아주 센 한방터를 갈 때는 10단 이상을 사용하고 토종터 또는 최근 들어 입질이 잦아진 낚시터를 찾을 때는 4단이나 6단 받침틀을 설치해 낚시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캠핑 장르에서도 장비를 간소화해 즐기는 미니멀 캠핑이 급격히 유행한 것처럼 붕어 대물낚시에도 미니멀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박동우 대표의 설명이다.
▲ 다양한 사양의 받침틀. 장박용 10단 이상과 짬낚시용 6단 이하 받침틀을 함께 구입하는 낚시인이 늘고 있다. 사진은 동일레저의 나이스 받침틀.
쌍포 집어력의 실체
미끼 양보다다는
반복 토척 영향이 훨씬 크다
예부터 떡밥낚시는 집어싸움이라는 얘기가 있다. 꾸준히 떡밥질을 하면 집어가 빨라져 붕어가 몰려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떡밥낚시에서는 비슷한 길이의 낚싯대 두 대만 사용하는, 일명 쌍포낚시가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쌍포낚시의 우수한 집어력은 떡밥 자체의 집어력에 앞서 지속적으로 미끼가 투입되는 ‘반복 투척’ 과정이 1차적인 원인이다. 즉 지속적으로 퐁당 퐁당대는 물소리와 파장을 느낀 붕어가 호기심을 갖고 미끼 근처로 모여들고, 이 반복되는 현상에 ‘퐁당=먹잇감’이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히게 된다(이 과정에서 바닥에 쌓인 떡밥은 붕어가 오랫동안 포인트에 머물게 만드는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반복 투척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간단하다. 연타 입질 도중 채비가 터져 시간을 허비하거나 잠시만 미끼 투척을 멈춰보면 입질이 바로 끊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떡밥낚시에서는 부지런한 집어가 어려운 10대 이상의 다대편성보다, 2대만 펴 신속한 반복 투척이 가능한 쌍포낚시가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