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거문도 1박2일 야영낚시

칼등여 긴꼬리 괴력에

가슴이 두근두근

최규홍 광양 낚시인, 로얄경기연맹 전남 지부장

장마가 이이저고 있는 8월, 한차례 소형 태풍의 영향이 끝나고 바다 수온이 점차 안정되고 있을 무렵, 서울에 사는 친구 장홍주가 낚시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는 거문도 야영낚시 계획을 세우고 고흥 풍남면에 있는 명성피싱호에 예약 문의를 했다. 출항은 새벽 1시. 친구에게 예약상황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8월 4일 저녁, 광양으로 찾아온 친구와 함께 11시에 출발했다. 가는 길에 광양 로터리낚시에 들러 몇 가지 소품과 함께 야영에 필요한 집어제와 미끼를 준비하고 고흥 풍남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짐을 배에 옮기고 승선명부를 작성하니 바로 출항을 한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승선을 한 모양이었다.

▲ 거문도 출조 이튿날 칼등여에서 씨알 좋은 벵에돔을 낚은 필자.

▲ 거문도로 동행 출조한 친구 장홍주가 벵에돔을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긴꼬리벵에돔 노리고 소삼부도 검등여에

명성피싱호는 초도권을 경유해서 일부 낚시인들을 하선시키고 역만도로 향했다. 역만도에도 많은 낚시인들의 있는 듯 불빛이 보였고 하선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었다. 이 시기 역만도는 돌돔 찌낚시를 하는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섬이기도 하다. 배의 경로는 소삼부도를 거쳐 거문도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이날은 거문도 동도 쪽으로 먼저 가고 있었다. 선장님은 소삼부도에는 포인트가 한정돼 있어 그 시간대에 비어있는 포인트가 없을 거라 보고 동도 쪽부터 간다고 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동도 쪽에도 이미 좋은 포인트에는 여지없이 불빛이 보였다. 배에는 우리 일행만 남은 상태. 선장님은 다시 삼부도로 향했다. 소삼부도에도 내릴 포인트가 마땅치 않았지만 검등여 중간 지점에 하선을 했다. 소삼부도는 돌돔과 참돔이 좋은 활성을 보이는 시기여서 이날도 검등여 양쪽 콧부리에는 돌돔 낚시인들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낚시를 할 수 있었지만 채비를 흘릴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었다.

짐 정리를 해놓고 채비 준비를 끝내니 새벽 4시. 소삼부도 검등여는 돌돔 낚시터로 잘 알려진 포인트지만 나는 긴꼬리벵에돔 채비를 준비했다. 낚싯대는 1호 530, 릴은 3000번, 원줄은 2호, 아직 찌가 보이지 않는 시간대여서 0호 전자찌에 찌멈춤고무를 끼우고 목줄 2.5호를 원줄과 직결했다. 목줄 아랫부분에 B 봉돌을 달고 바늘은 긴꼬리벵에돔 바늘 9호를 달아 낚시를 시작했다.

30cm 넘는 돌돔이 덜컥! 덜컥!

물때는 조금이지만 소삼부도는 명성답게 조류 소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양쪽에서 돌돔낚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채비를 멀리 흘릴 수 없었기에 밑밥을 무겁게 뭉쳐서 던져야 빠른 조류에 동조시킬 수 있었다. 낚시를 시작하고 조금 후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첫 고기는 27cm 정도 되는 작은 돌돔이었다.

동행한 친구는 고부력찌를 사용하여 반유동채비로 돌돔을 노렸다. 친구도 곧바로 30cm가 넘어 보이는 준수한 씨알의 돌돔을 낚았다. 그 이후에도 나는 작은 돌돔과 어린 벤자리 몇 마리를 더 낚았다. 그러나 긴꼬리벵에돔은 낚을 수 없었다. 조류와 물색은 좋았지만 긴꼬리벵에돔은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벵에돔을 낚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포인트를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명성피싱호 이명성 선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철수길에 포인트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한낮 12시가 넘어가자 배가 도착했다. 배는 다시 거문도 동도 쪽으로 향했고 우리 일행이 내린 포인트는 칼등여였다. 한 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하선을 했다. 한낮 무더위에 무거운 짐들을 옮기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다. 높은 곳에 야영 짐을 옮겨놓고 너무 더워서 그늘막을 치고 휴식을 취했다.

▲ 거문도에서 바라본 삼부도. 우측이 소삼부도, 좌측이 대삼부도다.

▲ 필자가 벵에돔낚시에 사용한 채비와 목줄. 쯔리켄 0c 구멍찌로 전유동채비를 만들고 1.5호 목줄을 사용했다.

▲ 벵에돔을 낚고 즐거워하는 친구 장홍주.

잡어 떼 분리하고 긴꼬리벵에돔 낚는 데 성공

거문도에는 수없이 많이 들어와 낚시를 해보았지만 동도에 있는 칼등여는 처음 내려 보았다. 이곳에서 먼저 낚시를 하고 계셨던 분은 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민박 종선을 이용하여 갯바위낚시를 한다고 했다.

나는 여 좌측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집어제는 크릴 5장, 집어제는 V9 덕용 한 봉지, 헌터 빵가루 한 봉지, 참돔 파우더 한 봉지를 섞어 사용했다.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시원한 입질을 받았지만 어린 참돔이 낚였다. 체색이 너무 아름답고 귀여웠다. 방생 크기지만 참돔이 계속 올라왔고 그러던 와중에 긴꼬리벵에돔이 낚여 손맛을 보태주었다.

벵에돔이 들어왔는지 연속해서 긴꼬리벵에돔과 준수한 씨알의 벵에돔이 낚였다. 잡어도 어마어마하게 있었지만 최대한 앞쪽과 옆쪽으로 묶어두고 50~60m 먼 거리를 공략해서 입질을 받아냈다.

먼저 낚시를 하고 계시던 민박집 낚시인은 벵에돔을 낚지 못하고 잡어들 때문에 힘든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수 있도록 잡어를 분리하고 집어를 시켜 채비와 동조하는 방법 알려주고 계속 반복하라고 했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 긴꼬리벵에돔을 낚아내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흐뭇했다.

벵에돔 입질은 해가 질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거문도에 민박집과 종선을 운영하는 엘지호가 먼저 온 낚시인을 철수시키기 위해 갯바위에 도착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터라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러자 선장님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며 포인트 공략법도 설명해주며 손맛 많이 보라며 말씀해주시고 떠났다. 철수하는 낚시인도 한 수 배우고 간다며 인사하고 가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의 괴력 입질

저녁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친구와 밤낚시를 준비했다. 볼락루어 채비를 준비하고 갯바위 사이에 집어등을 설치한 뒤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양의 고등어 치어들이 들어와 라이징하며 설쳐대는 바람에 낚시를 접어야 했다. 거문도는 볼락 씨알과 마릿수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같이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백도 근처에서 갈치 낚싯배의 집어등 불빛은 밤바다를 수놓는 듯 또 다른 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철수하는 날엔 새벽 일찍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자리돔 떼가 많이 퍼져 잡어 분리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시간이 좀 지나 조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잡어도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수심 4~5m에서 긴꼬리벵에돔이 낚여 올라왔다. 몇 마리 낚은 후 또다시 원줄을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을 받았다. 대를 세우기 힘들 정도로 세차게 끌고 가면서 바닥층으로 끌고 내려간다. 파워도 대단했다.

브레이크 릴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1.5호 목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찬 파워에 드랙만 조여주고 버텼지만 아쉽게도 띄우지 못하고 바늘 위쪽 목줄이 터져 버렸다. 큰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가는 바람에 감당이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이 되었다. 빠르게 목줄을 3호와 긴꼬리벵에돔 바늘 10호를 달아 채비를 흘렸다. 그러나 더 이상 입질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목줄을 다시 1.5호, 약 3m 길이로 교체하고 어신찌도 Oc로 바꾸어 원줄 약 5m에 나비매듭을 만들어 낚시를 이어갔다. 그러자 긴꼬리벵에돔과 벵에돔이 낚여 올라왔다. 동행한 친구도 간간이 한두 마리 손맛을 보며 거문도에서 낚시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철수를 준비하며 낚시자리를 물청소하고 쓰레기를 주우니 땀이 온몸을 적셨지만 이 역시도 거문도에서의 즐거운 낚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여름철은 뜨거운 태양과 무더위 때문에 한낮에는 낚시를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출조문의 010-3610-8884(고흥 명성피싱호)

▲ 거문도 출조 첫날 소삼부도 검등여에 내려 돌돔으로 손맛을 본 필자.

▲ 거문도 칼등여에서 낚은 긴꼬리벵에돔과 돌돔. 씨알이 30cm 내외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