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울릉도 태하 갯바위

우산국 최고의

벵에돔 명당을 가다

이영규 기자

동해의 원도 울릉도.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동해 묵호황에서 고속 여객선을 타도 2시간30분은 족히 걸리는 섬이다. 지금껏 울릉도는 저동항을 출항지로 삼는 동쪽 부속섬들의 낚시터들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찾은 곳은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서쪽, 태하 갯바위다.

▲ 바다에서 바라본 태하 갯바위. 낚시인들이 선 곳이 일반추로 우측 태하포구에서 둘레길을 따라 걸어올 수 있다. 왼쪽 홈통 바로 좌측이 상판 포인트다.

▲ 일반추 갯바위 쪽에서 바라본 상판(가운데 길게 튀어나온) 포인트. 널찍하고 발판이 편하며 조황도 뛰어난 포인트다.

태하는 울릉도행 여객선이 닿는 사동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서쪽 마을이다. 울릉도는 남쪽의 사동항, 동남쪽의 도동항과 저동항 일대가 번화가여서 외지인들에게 그 외 지역은 지명마저 낯설다. 태하 역시 그런 곳이다.

그러나 낚시로만 보면 태하는 옛부터 울릉도 최고의 갯바위 포인트로 유명세를 떨쳐 왔다. 80년대부터 낚시춘추에 실린 대물 감성돔, 참돔 등의 조행기 중 많은 기록급 고기가 대부분 태하 갯바위에서 올라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외지인들에게 태하라는 지명이 낯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교통의 불편함이다. 현재는 태하 방면 해안도로가 완전 개통돼 울릉도 전역을 쉽게 돌아볼 수 있지만 해안도로 개통 전에는 난코스였다. 도동에서 태하로 가려면 높고, 험하고, 비좁은 산길을 넘어야만 했는데 일반 승용차로는 아예 불가능했다.

실제로 내가 울릉도를 처음 간 1999년 여름만 해도 울릉도 택시의 100%는 갤로퍼였다. 당시 국내에 쌍용의 무쏘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지만 등판 능력에서 갤로퍼를 이길 수는 없어 울릉도에서는 먹혀들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울릉도의 열혈 낚시인들만 삼삼오오 지프를 타고 고갯길을 넘어 다니며 태하권 갯바위 개발에 열을 올렸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활발해진 갯바위 출조 시스템의 등장이다. 도동항의 독도낚시, 저동항의 세진민박 등에서 정식 낚싯배를 이용한 출조를 시작하면서 항구에서 가까운 울릉도 동쪽 죽도, 관음도, 삼선암 등의 근거리 부속섬이 주 출조권이 됐기 때문이다. 거의 반대편에 속하는 태하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그래서 2010년대 이후 울릉도를 찾은 외지 낚시인들은 태하 갯바위의 저력을 알지 못한다. 덕분에(?) 이 사실을 아는 일부 외지 낚시인들은 삼삼오오 태하를 찾고 있지만 일반 낚시인들에겐 여전히 무주공산 갯바위로 남아있다.

▲ 취재일 전날 상판 포인트로 출조해 50cm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영덕의 이상록 씨.

출조 낚싯배 부재가 옥의 티

지난 7월 23일 유튜브 기술자TV 진행자 김종호 씨와 함께 울릉도로 들어갔다. 수원에서 출발하는 나는 동해시 묵호항에서, 부산에서 출발하는 김종호 씨는 영덕 후포항에서 각각 여객선을 탔다. 두 배 모두 오전 8시에 출항하는데 울릉도까지의 소요 시간은 2시간40분 정도로 비슷하다.

며칠 전 태하에 먼저 들어와 있던 한국프로낚시연맹 심재욱 프로가 사동항에 도착한 김종호 씨를 픽업한 뒤 도동항으로 이동해 다시 나를 태우고 태하로 넘어갔다. 태하 현지 민박집에는 심재욱 씨 외에 영덕에서 온 장기도 씨와 이상록 씨가 머물고 있었다. 몇 년째 태하 갯바위를 파고 있는 벵에돔낚시 전문가들이다.

태하는 작은 바닷가 마을로 관광지로도 큰 인기는 없는 곳이다. 기껏해야 황토구미라는 특이한 지형의 해안동굴이 포구 인근에 있고 둘레길을 따라 20분 정도 가면 닿는 태하등대 정도가 볼거리다. 낚시점은 없으며 펜션과 민박집이 5~6곳 영업 중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 성수기에도 방은 여유가 있다.

끼니때마다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곳은 연아네(식당) 정도였다. 심재욱 씨 일행은 낚아온 고기를 연아네식당 수족관에 임시로 보관하면서 식사 때마다 물회와 조림 등을 해먹고 있었다. 연아네식당이 태하 단골 낚시인들의 아지트였다.

태하에서 갯바위 포인트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둘레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인데 가장 가까운 일반추와 상판(삼반추)까지는 포구에서 600~700m 거리다. 초입에 오르막 계단이 있어서 그렇지 길이 편해 봄, 가을에는 걸어 갈 만하겠으나 무더운 여름에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그래서 심재욱 씨 일행은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의 레저보트를 이용해 포인트로 진입하고 있었다(개인 친분으로 배를 태워주는 것일 뿐 정식 낚싯배가 아니어서 돈을 줘도 다른 낚시인들은 태워주지 않는다. 이 점이 태하 출조의 걸림돌이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울릉도가 고향인 심재욱 씨는 올해 가을부터 태하 일대를 대상으로 낚싯배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 해창낚시를 즐기고 철수한 낚시인들이 긴꼬리벵에돔과 참돔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록, 심재욱, 장기도 씨다.

▲ 출조를 마치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있는 촬영팀. 긴꼬리벵에돔 회와 조림으로 맛난 저녁식사를 즐겼다.

▲ 울릉도 도동항에 정박 중인 여객선들. 도동항은 울릉도의 최고 번화가다.

해창에 4짜 긴꼬리 퍽! 퍽!

태하 입성 첫날 김종호 씨와 들어간 곳은 저 멀리 공암이 바라다 보이는 북쪽 부채바위 포인트였다. 이곳에서 우리는 해질녘에 긴꼬리벵에돔의 융단입질을 받을 수 있었는데 30~35cm급이 주종이라 깜짝 놀랐다.

사실 우리가 태하를 찾은 7월 23일은 시기적으로 울릉도 벵에돔의 씨알 피크가 한풀 꺾일 시기다. 그래서 울릉도라 하더라도 보통은25~30cm가 주종으로 낚이는 게 상례인데 태하에서는 5~10cm나 큰 씨알들이 물고 늘어졌다. 오후에만 30cm 이상으로 12마리 정도를 낚은 나는 해창에 43cm나 되는 긴꼬리벵에돔을 낚았고 김종호 씨도 비슷한 씨알의 4짜 긴꼬리벵에돔을 추가했다.

우리 옆 각돌이라는 포인트에 내린 심재욱 씨와 이상록 씨의 조과도 만만치 않았다. 이상록 씨는 해창에 46cm나 되는 긴꼬리벵에돔을 낚아 손맛을 톡톡히 봤다. 더 큰 씨알들도 여러 번 걸었으나 3호와 4호 목줄이 모두 터지고 원줄이 쓸리면서 놓쳤다고 한다. 이날 출조한 5명이 올린 30cm 이상급 벵에돔만 50마리가 넘었다.

딱히 태하라고 해서 다른 조류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떤 이유로 태하 벵에돔 씨알이 굵게 낚이는 것일까 궁금했으나 결국 결론은하나에 도달했다. 그만큼 다른 포인트들에 비해 손을 덜 탄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생자리일수록 일단 씨알이 굵게 낚이고, 손을 탈수록 마릿수는 여전해도 씨알은 잘아지는 게 낚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 둘째 날부터 이상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날 호황에 잔뜩 기대감을 갖고 오후에 일반추, 상판 등지의 포인트로 들어갔으나 이날은 초저녁부터 꽝 수준의 조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긴꼬리벵에돔은 커녕 일반 벵에돔 입질이 뜸했다. 아마도 그날이 울릉도 해수온의 전환점이 됐는지 수온이 25도를 넘어서자 긴꼬리벵에돔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일반 벵에돔만 올라왔다(셋째 날부터 조황이 회복됐으나 이날부터는 90% 이상이 일반 벵에돔이었다).

▲ 도보 포인트인 상판에서 올린 35cm급 벵에돔을 자랑하고 심재욱 씨.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부지부 회원인 심재욱 씨는 울릉도 갯바위낚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 촬영팀이 일정 내내 식사를 즐긴 태하 연아네식당.

▲ 심재욱 씨와 이상록 씨가 올린 벵에돔 조과. 30cm 미만은 모두 방류하고도 살림통이 가득 찼다.

▲ 바다에서 바라본 상판 포인트.

▲ 45cm급 긴꼬리벵에돔을 올린 유튜브 기술자TV 운영자 김종호 씨.

수온 안정되는 9월 이후 긴꼬리 폭풍 입질 기대

그렇다면 가을을 앞둔 태하권 벵에돔낚시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심재욱 씨는 “9월을 지나 수온이 다시 25도 미만으로 안정되면 긴꼬리벵에돔이 또 다시 연안으로 붙게 됩니다. 이때도 씨알 출중한 녀석들을 만날 수 있죠. 물론 일반 벵에돔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을부터는 감성돔과 참돔 같은 어종들도 함께 붙기 때문에 여름보다 다양한 손맛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는 날씨가 선선해 도보로 가는 근거리 포인트에서도 대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 태하권 갯바위낚시는 전문 낚싯배의 부재로 일반적인 출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취재팀을 가이드한 심재욱 씨가 올해 가을에 낚싯배를 진수할 예정이나 바로 울릉도로 갖고 들어올지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따라서 당분간은 걸어서 갈 수 있는 태하방파제, 일반추, 상판 정도 포인트에서만 낚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취재팀은 태하에 낚싯배가 들어올 예정인 올 가을 무렵 한 차례 더 취재를 하기로 하고 울릉도 출조를 마쳤다.

각 지역별 여객선 운항 시간 및 예약은 인터넷 검색창에 ‘울릉도 여객선 예약’을 입력하면 각 지역 선사별 예약 사이트로 쉽게 연결이 된다.

울릉도 출조 상식 5

1 편하게 즐기려면 현지 출조 시스템을 이용하라

울릉도 도동항에서는 독도낚시, 저동항에서는 세진민박에서 낚싯배를 갖고 영업 중이다. 이 중 세진민박은 민박과 낚싯배를 함께 운영하고 배터도 민박집 바로 아래여서 편리하다.

2 밑밥과 미끼는 육지보다 약간 비싸다

울릉도 현지의 밑밥은 보통 6천원을 받는다. 반면 육지에서는 4천원 미만으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1박2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면 육지에서 사가는 것도 경제적이나 2박3일 일정이라면 무게 때문이라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3 낚싯배 출조는 해창 제대로 못 보는 게 단점

낚싯배로 출조하면 여름 기준 보통 오후 5~6시 무렵 철수한다. 그 바람에 해창의 대물 찬스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4 태하권 낚시는 렌터카 필수

시내와 가까운 도동과 저동항에 묵을 때는 다양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지만 태하는 오지라 렌터카가 필수다. 숙소에서 도보 포인트로까지의 접근은 물론 가끔씩 관광이나 일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올 때도 차가 있으면 매우 편리하다. 버스도 다니지만 짐이 많은 낚시인들로서는 너무 불편하다.

5 주의보 때도 포항에서는 크루즈 이용 가능

울릉도는 동해의 난바다에 있다 보니 폭풍주의보 때는 여객선 출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포항 영일만항에서 운항하는 대형 크루즈 씨다오펄호는 폭풍주의보 발효 여부에 관계없이 운항한다. 따라서 시간은 정해져 있고, 반드시 울릉도는 들어가야 할 상황이라면 포항에서 뜨는 크루즈 이용을 추천한다. 보통의 여객선이 첫배가 오전 8시경 출항하는데 반해 포항 크루즈는 밤 12시10분에 출항해 오전 6시경 울릉도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