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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떼를 쫓는 참다랑어와 

멸치 떼를 쫓는 대삼치 무리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지난 7월 29일 테일워크 필드스탭 김동진 씨와 함께 포항 영일만항에서 대성호를 타고 대삼치낚시 취재에 나섰다. 취재 당일에는 총 8명의 낚시인이 동행했다. 그런데 취재 계획과는 다르게 대부분 참다랑어를 노리고 출조한다고 했다. 대삼치낚시 취재를 부탁했는데 참다랑어라니 조금 의아했다. 김동진 씨는 “7월 들어 포항의 수온이 28도까지 올라서 참다랑어가 낚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삼치도 낚이는데 오전에 조금 일찍 나가서 참다랑어를 먼저 노려볼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 낚시인들이 포항 영일만항에서 출항하는 대성호에 승선하고 있다.

▲ 참다랑어가 토한 고등어. 

▲ 고등어 떼를 공격하고 있는 참다랑어.

▲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참다랑어를 올리고 있는 낚시인들. 

해무가 잔뜩 낀 바다에서 입질 쇄도 

참다랑어라니. 별로 내키는 어종이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포항에서 참다랑어가 낚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참다랑어는 시즌이 들쭉날쭉하고 낚이는 씨알이 크지 않으며 꾸준한 조황을 보이지도 않았기에, 현지 취재원들에게 사진과 기사를 청탁해서 기사를 만들었을 뿐 직접 취재할 정도의 기사성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이른 오전 4시에 출항. 포항 대성호 김대성 선장은 미리 점찍어둔 포인트를 일찍 탐사하기 위해 평소보다 1시간 반 정도 서둘러 출항했고 구룡포 호미곶면 앞에 있는 먹등대 일대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해무가 잔뜩 끼어 조과가 시원찮을 거라 생각하고 나는 선실에 누웠는데,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밖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대성 선장이 마이크로 “히트~히트~. 선두에서 히트! 뒤에도 히트!”를 외치며 뜰채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보일도 없이 해무가 잔뜩 낀 바다에서 연신 올라오는 참다랑어를 보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낚이는 참다랑어의 씨알은 5~6kg. 조금 큰 것은 7kg에 가까운 것도 올라왔다. 예전보다 씨알이 커진 것은 물론 낚이는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는 참다랑어를 만나도 채비가 약해서 터트리기 일쑤였고 올려봐야 5kg 이하의 작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눈앞에 올라온 고기는 참다랑어 티가 팍팍 나고 있었다. 

▲ 대성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이 멀리 보이는 보일을 공략해 참다랑어를 낚아내고 있다. 

대삼치 장비 그대로 사용 

사용한 장비는 대삼치 장비 그대로다. MH~ XH 라이트 지깅 로드에 8000~14000번 스피닝릴, 합사 5~6호, 쇼크리더 60lb를 사용하고 루어는 40g 내외의 메탈지그를 사용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미터급 대삼치가 낚이기 때문에 헤비태클을 준비했고, 대부분 참다랑어를 노리고 출조한 덕분에 고기가 랜딩 중에 터지지 않고 올라왔다. 대신 어찌나 입질이 많은지 대성호 선장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뜰채질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가끔 뜰채질을 기다리다가 늦어서 고기를 놓치는 낚시인도 있었다. 

출항한지 3시간이 지났을까? 대부분 만쿨을 기록하는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 대장쿨러를 가지고 승선했지만 얼음이 들어 있는 상황에서 큰 씨알의 참다랑어를 넣으니 금방 쿨러가 차 버린 것이다. 낚시인들은 이대로 조기 철수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이어지는 보일이 낚시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정오가 되니 해무가 걷히고 태양이 내리쬐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사방에서 보일이 시작됐다. 

90cm 오버 대삼치만 30마리 

“히트~ 히트~ 선장님 뜰채요!”

이미 입질을 여러 번 받은 낚시인들은 어깨가 저려와 파이팅을 힘들어 했고 선장의 뜰채질을 기다리다 못해 줄을 잡고 참다랑어를 올리거나 들어뽕을 시도하는 낚시인들도 있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참다랑어가 올라오다보니 미처 정리할 틈이 없어 뱃전에는 참치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고 선장은 뜰채질 하랴 널브러진 참치 손질하랴 쉴 틈이 없었다. 선장은 참치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고 잠시 후 내장까지 빼서 낚시인들의 아이스박스에 넣어 주었는데, 그 와중에 다른 곳에 보일이 생기면 낚싯배 운항까지 알아서 해야 했기에 보통 정신력과 체력이 아니면 하기 힘들어 보였다.

오후 1시가 될 무렵, 보일이 다소 멀어지는듯해서 낚시인들은 점심을 먹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배 뒤에서 대삼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 뒤편에 선 4명의 낚시인들이 동시에 대삼치 입질을 받고 랜딩에 성공하자 점심이고 뭐고 모두 포기하고 낚시에 집중했다.

같은 채비로 똑같은 보일을 노렸는데 그렇게 잘 낚이던 참치는 온데간데없고 이번에는 90cm가 넘는 대삼치만 올라왔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가 동시에 올라와 대성호는 또 한바탕 삼치가 흘린 피로 얼룩이 졌다. 

그런데 삼치의 배를 따보니 왜 참다랑어와 삼치가 함께 낚이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참다랑어는 뱃속에 오직 고등어만 들어 있었고 삼치는 뱃속에 오직 멸치만 들어 있었다. 포항 앞바다에는 멸치 어군과 고등어 어군이 공존하고 있으며 참다랑어와 삼치가 노리는 베이트피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참다랑어의 배에서 한두 마리의 멸치가 나왔거나 삼치의 배에서 고등어가 나왔다면 이런 확신을 할 수 없겠지만 마치 다른 곳에서 낚은 듯 공유하는 베이트피시가 하나도 없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삼치는 한 시간 정도 폭발적인 입질을 보이다 갑자기 사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낚은 삼치는 무려 30마리가 넘었다. 

▲ 지난 7월 29일 대성호의 조과. 오전에는 참다랑어가 연속으로 입질했고 오후에는 대삼치가 붙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대삼치는 한 시간 반 정도 낚이다가 사라졌으며 이후에는 다시 참다랑어가 낚였다.

▲ 포항 대성호 김대성 선장이 낚시인이 히트한 참다랑어를 뜰채로 올리고 있다. 

생전 처음 보는 고등어 베이트볼 

이제는 조기 철수가 확실하다 생각이 들어 낚시인들이 낚은 고기를 정리하며 입항할 준비를 했다. 선장 역시 “오랜만에 조기 철수를 한다”며 흥이 나서 영일만항 쪽으로 배를 모는데 눈앞에 다시 보일이 펼쳐졌다. 안 봤으면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니 낚시인으로 지나칠 수 없는 유혹. 그렇게 다시 3차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보일 속 고등어가 눈에 보일 정도로 고등어가 거대한 베이트볼을 만들어 수면에서 끓고 있었다. 김동진 씨도 대성호 선장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참다랑어는 베이트볼을 바로 덮치기도 하고 베이트볼 아래로 내려가 꼬리로 고등어를 쳐올려서 잡아먹고 있었다. 보일 가까이 낚싯배가 접근해도 참다랑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냥을 한 덕분에 동시에 6~7명이 히트를 외치고 랜딩을 시작했다. 

오전보다 더 박진감 넘친 파이팅이 시작되었고 방금까지 낚은 대삼치는 한 마리도 올라오지 않고 참다랑어만 다시 계속 올라왔다. 고등어가 커서 그런지 갈매기들이 적극적으로 베이트볼을 공격하지 않아 더 쉽게 베이트볼 주변으로 캐스팅할 수 있었다.

고등어 베이트볼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 무려 두 시간을 넘게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스박스는 넘쳐흘렀고 얼음마저 다 녹아서 얼른 철수하지 않으면 고기가 상하는 일이 생길까봐 눈앞의 보일을 뒤로하고 항으로 낚싯배의 방향을 틀었다. 그때가 오후 3시였다. 

김동진 씨는 “참다랑어가 해마다 낚이는 시기가 다르고 조과가 들쭉날쭉하지만 이번처럼 대량의 고등어가 볼을 만들고 참다랑어가 사냥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동해남부의 주력 어종은 대삼치가 아닌 참다랑어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파이팅이 넘치고 맛도 좋고 흠 잡을 것 없는 어종이 참다랑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기대가 큽니다”라고 말했다.

대삼치는 11월 중순, 길면 12월 중순까지 시즌이 이어지며 참다랑어는 8~9월이 피크다. 기자가 취재를 다녀 온 7월 29일 다음날은 무슨 이유에선지 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며 8월 초에 들어서야 미터가 넘는 대삼치가 낱마리로 낚이고 있다. 참다랑어 역시 더 큰 씨알이 낚이고 있지만 마릿수는 적다. 취재 당일과 지금 달리진 것이 있다면 수온이다. 

김동진 씨는 “지금은 수온이 26도 내외로 떨어져(취재당일은 28도) 조과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오른다면 호황을 기대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조문의 010-4411-8461(포항 대성호) 

취재협조 테일워크코리아, 바다루어클럽, 피싱코리아

▲ 김동진 씨가 사용한 참다랑어, 대삼치 겸용 로드. 에이테크의 크래지 710MH 오프 쇼어 캐스팅 게임. 

▲ 오후에 낚인 대삼치. 전부 90cm가 넘는 큰 씨알이 올라왔다.

▲ 가끔 낚시를 방해한(?) 만새기. 참치 무리 밑에는 미터가 넘는 만새기도 눈에 보였다.

▲ 도망갈 곳이 없어 수면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고등어 떼. 

▲ 선두에서 대삼치를 일망타진한 낚시인들. 좌측부터 조장희(피싱코리아 필드스탭), 조성웅, 이강일 씨. 

▲ 대성호 선두에 선 낚시인들이 멀리 보일이 생긴 지점을 발견하고 캐스팅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