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조홍식의 로드 컴포넌트]
그립
소재 다양화로 기능 확대
조홍식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낚싯대의 ‘그립(Grip)’은 손바닥으로 감아쥐는 부분, 손이 닿는 부분으로 릴시트의 상하 일정 부분에 해당한다. 릴시트를 중심으로 위쪽(앞쪽)을 포어그립(Fore-grip), 아래쪽(뒤쪽)을 리어그립(Rear-grip)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그 범위 전체를 덮는 모습으로 그립은 부착되어 있다. 그런데, 각각의 그립에서 실제로 손으로 잡는 부위는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꽤 한정적이다. 실제로 낚시를 하는 앵글러라면 자기 자신이 한 손으로 또는 양손으로 감아쥐는 부분이 어디쯤의 어느 정도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원그립에서 판매하는 그립 덧감기용 테이프.
▲원그립에서 판매하는 그립
덧감기용 테이프를 감은 낚싯대.
분리형 그립 등장의 배경
울트라 라이트급에서 라이트급까지의 낚싯대라고 한다면, 오직 한 손으로만 낚싯대를 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스피닝로드라면 손바닥에 닿는 부분은 릴시트이고 엄지손가락이 릴시트의 바로 앞부분 그립에 약간 닿는 정도다.
베이트캐스팅로드라고 한다면 릴시트의 아래쪽으로 손바닥이 조금 닿는 정도에 그친다. 라이트급 이상이라면 캐스팅할 때 두 손을 사용하게 되므로 리어그립의 끝부분, 낚싯대의 버트캡 부근이 손으로 잡는 부분으로 추가된다. 그립에 손이 많이 닿는 경우라고 한다면 헤비급 캐스팅 낚싯대로 물고기와 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포어그립을 양손으로 잡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원래 이렇게 낚싯대의 그립은 기능성이 위주가 되어야 한다. 캐스팅할 때, 입질을 받을 때, 대물과 파이팅을 벌일 때에도 힘의 전달이나 감촉의 전달을 확실하게 해 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사용자가 쾌적함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기능성과 인체 감각의 절충점에서 나타난 그립은 크게 두 가지, 천연소재인 코르크와 합성수지인 EVA, 이 두 가지가 오랫동안 사용되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진동의 전달과 같은 감촉 위주, 장식, 낚싯대의 무게 감소 등으로 그립의 형태와 재질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코르크나 EVA를 떠나 카본 소재의 그립도 많아졌다. 블랭크를 처음부터 그립 형태로 성형한 것이라든가 아니면 블랭크 위에 덧씌우는 방식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풀 그립 형태를 벗어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는 과감히 그립을 없애고 손이 직접 닿는 부분에만 그립을 붙인 분리형 그립을 채용하거나 아예 그립을 없애고 릴시트만 달린 낚싯대도 늘어나고 있다.
▲‘풀 그립’과 ‘분리형 그립’의 여러 가지.
낚싯대의 그립에서 직접 손으로 쥐는 부위는 한정적이므로 손이 닿는 부위에만 그립을 배치한 모델도 많다.
▲그립의 3대 소재. 코르크(위),
EVA(중간), 카본수지(아래)
그립 소재별 특성
코르크
그립의 소재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코르크. 가볍고 감촉이 좋은 코르크는 천연소재이다 보니 품질 차이가 매우 크다. 코르크 대부분은 유럽의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데, 최고급 품질은 포도주나 양주의 병마개용으로 사용되고 그보다는 낮은 품질의 코르크가 낚싯대 그립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실제 낚싯대용 코르크도 품질에 따라 AAAA등급에서부터 AA등급까지로 나누는데, A가 많을수록 고급이고 값비싼 낚싯대에 사용된다. 코르크의 품질은 코르크 표면 상태가 균일한지 아닌지로 구분하는데, 누구라도 한눈에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이다. 후지공업(富士工業,FUJI COGYO CO., LTD)에서도 여러 형태로 성형된 코르크 그립을 판매하고 있는데, 최상급 품질의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코르크 그립을 만들 때는 동그란 형태의 ‘코르크 링’을 하나하나 쌓아서 접착제로 붙인 후 표면을 갈아내서 성형하는데, 코르크 그립은 이처럼 사용자가 직접 표면을 갈아 쉽게 성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VA나 하이팔론(HypalonⓇ) 그립은 주로 검은색이 많지만, 그 외에도 회색, 빨간색, 파란색 등 다양하다.
▲코르크 그립은 성형된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코르크 링을 쌓아 붙여서 만든다.
EVA
코르크만큼 대중적인 그립 소재인 EVA는 원료가 ‘에틸렌초산비닐(Ethylene Vinyl Acetate)’으로 이것을 가공해 만든다. 발포체 형태로 만들면 스펀지처럼 되는데 원료 함량을 조절해 단단하게도 유연하게도 만들 수 있다. 튼튼하고, 가볍고, 충격 흡수도 좋고, 색상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데다가 독성이 없어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을 두루 갖춘 고무 대용품이다. 용도도 넓은데 현재 낚싯대 그립용으로 가장 많이 선택받고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EVA와 비슷한 느낌의 그립 소재로 ‘하이팔론(HypalonⓇ)’이란 것도 있다.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클로로설폰화폴리에틸렌고무(CSM)’의 상표명인데, EVA와 마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코르크보다 훨씬 튼튼하지만, 탄력이 있고 물에 젖지 않는 기능적으로 우수한 EVA나 하이팔론이 전통의 코르크를 제치고 그립의 대세가 되어 있다.
현재의 낚싯대 시장을 살펴보면, 코르크 그립은 미디엄급 이하의 낚싯대, 연어과 어종용의 낚싯대에 주로 채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멋을 추구하는 모델,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모를 강조하는 모델에 주로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EVA 그립은 어종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낚싯대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강한 힘으로 대어와 파이팅을 벌이는 헤비급 낚싯대에서는 미끄러지기 쉬운 코르크 그립보다 EVA 그립이 훨씬 더 적합하다.
▲코르크 그립은 품질 차이가 극명하다.
AAAA등급(위)과 AA등급(아래)
▲카본수지로 성형된 그립은 속이 비어있으므로 가볍고 진동을 증폭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윈그립의 리어그립
카본수지
새롭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카본수지 성형 그립은 진동의 증폭, 감촉의 전달을 목적으로 만든 그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블랭크 자체를 생산 공정에서 미리 그립 모양으로 성형한 것이라면블랭크와 그립이 일체화되어 있으므로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설계와 생산이 당연히 어렵다.
이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블랭크 위를 성형한 카본 그립이 많이 등장해 있다. 블랭크 위에 덧씌운 형태다. 속이 비어있으므로 낚싯대를 타고 오는 진동의 증폭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과 다른 소재의 그립보다 가볍다는 것도 장점이다.
▲윈그립의 릴 핸들노브용 슬리브
▲후지공업의 코르크 및 EVA 그립 카탈로그
▲후지공업과 윈그립의 협력 제품 카탈로그
합성수지
그밖에 특수한 합성수지로 만든 그립이 있다. 후지공업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미국의 윈그립(Winn Grip)과 협력하여 만든 그립이 그 좋은 예이다. 상당히 고가이지만, 특수한 합성수지를 이용해 손에 닿는 감촉을 좋게 하고 미끄러지지 않으며 손과의 밀착력을 높이는 특성이 있는 그립이다. 윈그립의 낚싯대용 그립은 여러 가지 모델이 있지만, 현재 후지공업 제품에 알맞은 모델은 4가지가 나와 있다.
윈그립이란 회사는, 1960년대에 설립되어 테니스라켓용, 골프클럽용 그립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스포츠용 그립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할 만한데, 2009년부터 낚싯대용 그립도 생산하고 있다. 낚싯대용으로는 기존의 일반적인 그립인 코르크나 EVA 그립 위에 덧감아 사용하는 테이프 형태도 있고 미리 성형된 포어그립과 리어그립 완제품도 있다. 낚싯대 그립용만이 아니라 릴의 핸들 노브에 끼워서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자료협조 후지공업(富士工業, FUJI COGYO CO.,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