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몬스터 선상 에깅]

인식의 변화

선상 에깅을 해야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에깅을 즐기는 많은 낚시인들은 봄부터 여름까지를 무늬오징어 산란 시기라고 알고 있다. 그때를 노려야 2~3kg이 넘는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 시즌에 2~3kg 무늬오징어를 만나는 낚시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무늬오징어는 짝짓기 상대와 산란터를 찾아 연안을 계속 돌아다녀 특정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무늬오징어가 산란터로 자리를 잡는 해초군락은 매년 형성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해마다 다른 포인트를 찾아나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의 비양도나 제주도 북부의 애월, 조천, 함덕 같은 곳은 매년 비슷한 곳에 해초군락이 형성되기 때문에 포인트를 찾는 것에 어려움이 적지만 남해나 동해의 경우 해초군락이 자라는 곳이 매년 달라지므로 연안만 노려서는 무늬오징어 꽁무니만 쫓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고성 뉴그린호에 승선한 낚시인들이 사량도 연안에서 선상 에깅을 하고 있다.

선상 에깅을 하면 무늬오징어가 들어오는 포인트를 물때에 맞춰 여러 곳 탐색할 수 있어서 높은 확률로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육로만 탐사해선 몬스터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선상 에깅이다. 선상 에깅은 깊은 곳을 노리는 팁런과 다르게 얕은 곳을 노리고, 무늬오징어의 산란터나 짝짓기터가 되는 해초군락 주변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육로에서 연안을 탐색하는 것보다 포인트를 훨씬 빨리, 많이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여러 곳을 공략할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확률로 대물 무늬오징어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낚시인들이 ‘선상 에깅은 무늬오징어의 산란터를 파괴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연안 에깅을 즐기는 낚시인들에게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선상 에깅으로 연안을 탐색한 결과 모든 해초군락이 포인트가 되는 것도 아니고 무늬오징어가 매년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기 때문에 ‘선상 에깅을 하더라도 무늬오징어의 씨를 말릴 일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낚시인들은 무늬오징어의 산란 시기를 봄부터 여름까지라고 지정하고 있지만그 시기에 산란에 참여하지 않는 개체도 많을 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이라고 하면 4월부터 9월까지 긴 시간에 걸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일년에 절반이 산란 시기라면 그것을 산란기라고 특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하는 낚시인들도 있다.

따라서 에깅 마니아들은 무늬오징어의 산란 시기가 너무 길고 포인트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선상 에깅을 해야 몬스터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출조에 나서고 있다.

▲삼천포 내만의 갯바위.

해초가 자란 얕은 갯바위 주변은 어디라도 무늬오징어의 산란터가 될 수 있으며, 이렇게 넓은 구간을 연안에서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선상 에깅이 유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선상 에깅 인기

선상 에깅이 활성화 되는 것은 남해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육로 낚시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도 최근에는 좀 더 높은 확률로 몬스터 무늬오징어를 만나기 위해 선상 에깅을 하고 있다. 5톤 내외의 소형 낚싯배를 이용해 수심 3m 내외의 홈통이나 수심 5~7m의 해초군락을 공략해 큰 무늬오징어를 노린다.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하루에 두 번 출조하면 선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네다섯 시간만 낚시해도 1~2kg 무늬오징어를 서너 마리 낚을 수 있어서 인기가 좋다. 남해의 경우 여수, 남해도, 거제, 통영을 위주로 5~7월에 선상 에깅을 즐기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해에서도 포항, 울산, 경주를 비롯해 강원도의 삼척, 고성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역별로 선상 에깅 시즌은 차이가 난다. 제주도는 5~7월이 피크며 남해는 6~8월이 피크다. 동해는 7월 이후에 시작하며 7~8월에 얕은 곳을 노리다가 9월 이후에는 무늬오징어가 여러 곳에서 출현하기 때문에 선상 에깅과 팁런을 병행하는 식으로 낚싯배가 운영된다.

전국적으로 선상 에깅이 가장 성행하는 시기는 7월이다. 올해처럼 5~6월에 큰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지 않는 해에는 7월 중순부터 호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많은 낚시인들이 큰 무늬오징어는 5~6월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기대일 뿐 해수온 상승에 따른 해초 성장이나 베이트피시의 진입 여부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의외로 7월 중순에 폭발적인 조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반 시즌에 부진했던 올해 역시 7월 중순 이후를 집중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

▲무늬오징어를 히트해 랜딩 중인 낚시인들.

선상 에깅, 도보 포인트 개발에 더 도움

선상낚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을 때는 연안낚시인들이 낚싯배가 연안 포인트를 침범한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에깅이 정착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배스 보트낚시를 예로 들면 이렇다. 연안에서 호황을 보이는 포인트에 보트가 들어가면 처음에는 단순히 연안 포인트를 파괴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보트낚시인들이 주변 포인트를 개발해 역으로 연안 낚시인들이 보트낚시 포인트로 들어가는 식이다.

에깅 역시 섬 한두 개라면 모를까 남해의 백여 개가 넘는 섬을 연안낚시로 모두 공략할 수 없거니와 거제도나 남해도와 같은 큰 섬은 낚싯배가 아니면 연안을 모두 둘러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명한 낚시인들은 선상 에깅을 즐기면서 스마트폰으로 포인트의 위치를 기억한 후 내년 시즌에는 선상 에깅 때 체크한 연안을 노리거나 주변 포인트를 찾아나선다. 서로 포인트를 공유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매년 해초가 자라는 위치가 다르고 무늬오징어가 들어오는 포인트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연안낚시인도 선상 에깅을 즐기는 낚시인도 함께 포인트 개발과 공유를 하는 것이 산란 에깅 시즌을 더욱 대중화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