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서해 군산 오징어 대란

동해 오징어가 서해로 몽땅 이사했다고?

이영규 기자

▲취재에 동행한 basser 대표 박충기 씨가 스테와 오징어스틱으로 올린 살오징어를 보여 주고 있다.

▲포인트 도착 후 집어등을 밝히고 낚시에 열중인 낚시인들.

▲취재에 사용한 바낙스사의 소형 전동릴 장비.

▲basser사의 스테(왼쪽)와 오징어스틱.

군산 어청도 외곽 먼 바다 오징어낚시가 대풍이다. 초보자도 하루 50수는 거뜬하고 100수 이상 올리는 경우도 흔한 상황이다. 7월 중순 현재 기세로는 남해 한치의 인기를 앞지를 태세다.

7월 중순 현재 군산에서 낚이는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주로 낚이는 살오징어다(새끼를 화살촉오징어라고 부른다). 서해에서 살오징어가 낚인다고 하니 최근 강해진 해수온 상승 영향을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그 영향으로 동해 오징어가 서해로 옮겨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의 해수온 상승이 서해에 살오징어가 찾아온 근본 원인은 아니다. 서해에는 과거부터 살오징어가 들어왔고 조업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지난 1996년, 충남 오천항에 머물던 오징어낚시 전용선을 타고 취재에 나서려다 해당 낚싯배가 사고로 전소되는 바람에 취재가 무산된 적 있다.

당시 오천항 인근에서 동문낚시점을 운영했던 최흥선 씨는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매년 5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서해 먼 바다에서 살오징어가 잘 낚였다. 특히 충남 격비도 외곽 해상에 많은 어군이 형성됐다. 이 살오징어들은 서해 수온이 떨어지는 11월이 되면 빠져나가는데 그때부터 동해안 쪽의 조황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흥선 씨의 말대로 작년과 재작년 충남 지역 오징어 어획량은 상당했다. 실제로 나는 작년 7월경 신진도의 횟집에서 서해 오징어 물회를 사먹기도 했는데 횟집 수족관마다 밤새 조업해 들어온 살오징어가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충남지역은 야간 배낚시 출조가 금지돼 있어 낚싯배 출조는 불가능한 상황이며 현재는 군산권 출조가 유일한 루트가 되고 있다.

▲야마시타 중부지역 대리점 대표 서정춘 씨가 사카나스틱으로 올린 살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 이튿날 출조한 낚시인들이 올린 마릿수 조과.

▲오징어스틱으로 살오징어를 걸어내는 서정춘 씨.

▲야마시타의 오징어 채비.

왼쪽이 5단, 오른쪽이 3단 채비다.

▲살오징어낚시에 특효로 알려진 야마시타의 사카나스틱.

▲취재에 동행한 익산의 김연환 씨가 방금 올린 살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서해 살오징어 배낚시 출항지로 우뚝 선 군산 비응항.

한치보다 탐식성 강해 쉽게 낚여

지난 7월 1일 군산 라이브피싱의 뉴라이브호를 타고 오징어배낚시 취재에 나섰다. 라이브피싱 조재용 대표로부터 1주일 전 탐사낚시를 나간 낚싯배들이 10~20마리의 오징어를 확인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가 커졌다. 뉴라이브호는 재작년부터 서해 오징어와 갈치 출조를 병행 중인데 작년에도 출중한 오징어 조과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첫날 평일 출조임에도 10여 명이 넘는 낚시인이 출조에 동행했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낚시점에 비치된 각종 오징어용 루어였다. 이카메탈부터 한치용 스테는 물론 오모리그채비와 오징어스틱도 대량으로 진열돼 있었다. 그만큼 서해오징어낚시의 인기가 남해 못지않다는 방증이었다.

조재용 대표는 “오늘 출조객 중에는 남해 한치낚시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장비와 채비 모두 인터넷과 잡지 등을 통해 배운 한치낚시 관련 제품들을 많이 구입하고 있지요. 살오징어에는 오징어 전용 스틱루어가 잘 듣지만 한치보다 난폭하고 먹성이 강하다보니 한치용 일반스테에도 잘 무는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에 비응항을 출발, 어청도를 지나 공해상 방면으로 30분 정도 더 간 해상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먼 바다로 나가자 물빛이 제주도 물빛처럼 코발트빛을 띄었다. 쿠로시오난류가 서해중부 먼 바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취재일 수온은 26도. 28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갈치 시즌이되면 고등어, 전갱이, 만새기 등의 ‘남해 고기들’이 집어등 불빛에 떠오른다. 이때가 되면 과연 여기가 서해인지 제주도인지 헷갈릴 정도다.

▲쌍걸이로 살오징어를 올린 기자.

▲쌍걸이로 살오징어를 올린 원근재 씨.

▲임채웅 씨는 뜻밖의 아귀를 낚았다.

▲살오징어를 낚을 때 사용한 다양한 루어들.

▲루어낚시용으로 인기가 높은 하프루어의 로드홀더바캉 36.

양 옆에 각각 로드와 집게를 꽂을 수 있고 파우치도 세트로 제공한다.

▲야마시타의 오징어 전용 루어인 타마고스틱.

▲4단 채비에 연결한 타마고스틱.

타마고는 일본어로 계란이란 뜻이다.

취재일은 쪽박, 이튿날부터 대박행진

집어등 불빛이 켜지고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본격적으로 낚시가 시작됐다. 이날은 모처럼 좋아진 날씨를 틈 타 다른 낚싯배들도 출조 했는데 초저녁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본격적인 첫 출조이다 보니 어군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결국 밤 10시 무렵까지 한두 마리씩 밖에 못 낚다가 밤12시경 짧은 피딩이 들어왔는데 이때 잠시 쌍걸이 조과가 속출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듯했다. 그러나 피딩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가장 많이 낚은 사람이 10마리를 올렸을 정도로 마릿수는 저조했다.

그러나 상황은 하루 만에 반전됐다. 철수날 오후에 바로 출조해서는 1인당 50~70수의 호황을 보인 것이다. 이틀 뒤 출조에서는 70수는 흔했고 많이 낚은 사람은 150수에 가까운 대박을 만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첫 출조에 나선 우리만 쪽박 수준이었던 터라 속이 쓰렸다.

지난 7월 6일에 전화 통화한 조재용 대표는 “요 며칠 나갔다하면 1인당 70여 수는 거뜬히 올릴 정도로 마릿수 조과가 좋은 상황이다. 관건은 날씨다. 올해는 장마철에 접어들었음에도 궂은 날씨가 지속돼 꾸준한 출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해왔다.

▲즉석에서 마련한 살오징어 회.

특유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살오징어 포인트로 가기 전에 어청도 해역에 잠시 들러 우럭을 노리고 있다.

▲타마고스틱에 걸려든 복어.

스틱의 절반이나 삼킬 만큼 탐식성이 강했다.

7월 이후로도 조황은 이어지는데…

그렇다면 군산 오징어 배낚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조재용 씨는 “늦게는 10월까지도 잘 낚이고 갈수록 씨알은 커진다. 그러나 그 이전인 8월 초가 되면 갈치 금어기가 풀리면서 내 배를 비롯해 몇몇 낚싯배는 갈치낚시로 돌아서게 된다. 게다가 그때부터는 문어, 민어 같은 어종도 호황을 보이기 때문에 살오징어만 노리고 나가는 배는 드물다. 결국 7월 한 달이 살오징어낚시의 피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 살오징어 배낚시 호황은 그동안 남해안 한치낚시 출조가 부담스러웠던 중부지역 낚시인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맛으로 보면 한치가 한 수 위라고는 하지만 남해까지의 장거리 운전, 기복 심한 올해 한치 조과를 놓고 보면 안정적인 손맛과 입맛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날그날 루어를 많이 가리는 한치와 달리 탐식성이 강한 살오징어는다양한 루어에 활발히 반응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군산권 살오징어 배낚시는 매일 오후 2~3시경에 출조하며 중간에 어청도 해역을 들러 잠시 우럭 배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출조문의 010-5717-2260(군산 라이브피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