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충주 후곡여울에서

73.5cm 누치

정필용 한국견지협회 회원, 닉네임 와탕카

▲충주 후곡여울에서 올린 73.5cm 누치를 보여주는 필자.

필자의 누치 최대어다.

지난 6월 19일 일요일 새벽, 부푼 기대를 안고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후곡여울로 향했다.

가소롭지만 부푼 기대를 품은 이유가 있었다. 일주일 전 한국견지낚시협회에서 개최한 배견지대회 참가 후, 남한강 여울견지낚시 조황이 궁금해 들른 후곡여울에서 누치의 활성도와 씨알 모두 준수함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귀가 후 일주일 만에 급하게 후곡여울을 다시 찾은 이유는 뉴스를 통해 들려온 이른 장마 소식 때문이었다.

이른 새벽에 현장에 도착해보니 다른 조사님들도 하나둘 도착하신다. 모두 여울에 한 자리씩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활성도가 좋았던 일주일 전과 달리 30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었다.

모두들 이 방법 저 방법 바꿔가며 스침질을 이어가던 중 아침 해가 여울을 비출 때 한 조사님이 입질을 받고 바로 누치를 걸어내신다.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입질이 들어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이지 나에게는 두세 시간이 지나도록 마릿수는 고사하고 입질조차 없었다.

부풀었던 기대감은 진즉에 사라지고 ‘나만 못 잡는 핑계거리 없나’하고 궁리하던 중 벌써 3마리나 올린 옆 조사님께 말을 붙였다. 어느 정도 거리에서 입질하느냐고 묻자 25m는 흘려야 문다고 한다.

▲낚은 직후 물 밖으로 나와 길이를 계측했다.

5m 전방에서 입질한 대물 누치

아차 싶었다. 그동안 나는 5m 앞에 깔아 놓은 썰망 앞만 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추를 좀 더 가볍게 해서 멀리 보내 볼까’하는 생각이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덜커덕 하는 입질이 손끝에 전해졌다. 누치가 썰망 바로 앞에서 미끼를 물고 차고 나간 것이다.

설장에서 “파바바바박” 하는 줄풀림 소리가 한참 이어지더니 40m정도 거리에서 드디어 녀석이 멈췄다. 40m를 한 번에 차고 나갔으니 보통 놈은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웬걸, 녀석이 예상과 달리 순순히 따라 올라와준다. 처음 차고나갈 때 힘을 다 소모한 건지 끌려오는 동안 대여섯 번의 몸부림은 있었지만 위험한 순간은 없었다. 손아귀에 들어온 놈은 68cm 견짓대 길이와 비교해 보니 훨씬 커보였다. 그래서 황급히 물 밖으로 나가 계측자로 정확히 계측해보니 73.5cm였다.

예상보다 약간 작았지만 이 정도도 보통 씨알이 아니라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견지낚시 시작 이래 가장 큰 개인 최대어였다. 마침 고맙게도 근처에서 함께 낚시한 조사님께서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기념사진도 찍어주셨다. 나의 견지낚시 인생 최대어는 이렇게 낚시춘추에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