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4]

심각한 녹조현상의 대명사

중국 태호太湖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중국 태호의 녹조현상(자료_paerllab.web.unc.edu)

중국 상하이 인근의 태호는 녹조현상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된 곳으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조류의 밀도가 높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규모가 매우 큰 호수이고 수자원으로 중요한 호수에서 발생하여 대도시의 음용수 부족사태를 일으킨 사회적 반향이 컸기 때문이다.

태호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이다. 면적이 2300km2이니 소양호의 50배쯤 된다.

길이가 60km 정도인데 서울에서 평택에 이르는 거리이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유역면적은 우리나라의 1/3에 해당하는데 유역 인구가 무려 6천만 명이다. 호숫가에 우시, 쑤저우 등의 여러 도시가 있어 수자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인근의 상하이시를 가로지르는 황포강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어 수자원으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큰 호수이다. 중국의 평원지대에는 호수가 많이 있지만 지형이 완만하여 대부분 수심이 얕다. 태호도 면적은 매우 크지만 최대 수심이 2.6m에 불과한 얕은 호수이며 홍수가 나면 강물이 많이 유입하여 수위가 올라가고, 가뭄이 들면 수위가 낮아지는 변동도 있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의 일종.

▲동남풍 바람으로 인해 태호의 북서쪽에 조류세포가 많이 밀집한 상태의 위성사진(자료_ecns.cn).

소양호 50배 크기 태호의 수질오염이 미치는 영향

1980년대 이전에는 태호의 수질이 양호하고 녹조현상이 없었다고 하는데 이후 경제발전에 따라 하수 배출이 늘어 오염된 호수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인구가 늘었으나 하수처리장이 거의 없었고, 공업이 발달하였으나 폐수처리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비료 사용량이 크게 늘고, 축산업과 어류양식장도 많이 증가하였다. 호수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으므로 논둑을 쌓듯이 둑을 만들면 간단히 양식장을 만들수 있어 호숫가 곳곳에 둑으로 구획한 양식장들을 볼 수 있다. 홍수 시에는 유역이 많이 침수되어 토지의 오염물질이 유출되기 때문에 큰 홍수가 난 다음 해에 녹조현상이 더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보였다.

태호의 녹조현상은 날로 심해져 중국의 수질오염의 대명사처럼 매년 발생하게 되었는데, 급기야 2007년에는 가뭄이 들면서 녹조현상이 심해져 수돗물에서 냄새가 많이 나고, 수돗물을 먹을 수 없어 생수가 동이 나는 식수부족현상이 발생하여 우시의 2백만 시민이 고통을 겪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면 조류는 독소와 냄새 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필요한데 아직 시설이 부족하였다. 이 지역에는 남동풍이 많이 불기 때문에 조류 세포가 북서쪽으로 밀려가 호수 서편과 동편의 조류 밀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 사고 때에도 북서쪽 연안의 도시들이 더 큰 피해를 보았다.

2007년 녹조현상 사태 이후에 태호의 수질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고 많은 수질개선사업이 시행되었다. 하수처리장 증설, 공장폐수 처리, 축산업 감축 등의 유역 오염원 저감에 두드러지게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멀지 않은 곳을 흐르는 양쯔강의 물을 연간 20억 톤이나 끌어들이고 다른 강의 물도 유입시키는 방안도 시행하였다. 지형이 편평하고 고도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강과 수로로부터 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비용 대비 효과가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남조류의 밀도가 높은 수역에서는 수면에 밀집한 스컴을 걷어 내는 방법도 시행하고 있다. 준설을 하기도 하고, 수변에 습지를 만들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사업의 결과 태호의 녹조현상이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완전하게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워낙 유역의 인구밀도가 높고 호수 바닥에 축적된 인의 양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저질에 함유된 인이 쉽게 표층으로 확산되어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 과잉 번식한 백연어.

남조류 플랑크톤을 걸러 먹어 녹조현상 저감을 위해 태호에 방류하고 있다(자료_wvlt.tv).

물고기를 이용해 녹조현상을 줄일 수 있는가?

최근에 태호는 전 세계에서 녹조현상에 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이 되었다. 중국 내 녹조현상 연구자의 수도 많고 연구논문의 수도 월등하게 많으며 연구시설 투자도 매우 많다.

태호의 호숫가에는 인근의 난징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호수연구소인 임호연구소가 있는데그 시설 투자가 방대하다. 필자는 그곳에서 개최된 학술회의 참석차 방문하여 시설을 둘러 보고 방문연구자 숙소에서 묵은 적이 있었는데 고가의 연구 기자재들이 가득한 연구실과 호수에서 직접 실험을 할 수 있는 수십개의 가두리 시설 등의 연구여건이 매우 훌륭하여 연구자로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태호의 수질개선을 위한 연구로서 유역 오염원 저감 외에 호수 내에서 수생태계를 조절하여 수질을 개선하려는 연구들도 수행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연구 몇 가지를 보면, ‘수생식물 증식에 의해 녹조현상을 줄일 수 있는가?’, ‘물고기를 이용하여 녹조현상을 줄일수 있는가?’라는 주제도 연구하고 있었다. 침수식물은 녹조현상을 줄이는 항생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에 남조류와 경쟁관계에 있다. 침수식물이 빼곡히 자라는 호수에서는 녹조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나 태호에는 침수식물이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물고기가 뜯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잉어, 초어 등의 어류가 식물을 먹기 때문에 실험을 위해 호숫가에 크게 그물을 쳐서 구획을 나누고 물고기를 모두 잡아내어 없앤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침수식물이 잘 자라고 있었고 녹조현상도 거의 없었다.

백연어(白鰱, Silver carp)이라는 물고기를 방류하여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를 먹게 하는 실험도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백연어는 아가미가 촘촘하여 플랑크톤을 잘 걸러 먹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미국에 도입되어 미시시피강에서 과잉 번식하여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어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자연 번식은 하지 않고 있다.

▲침수식물.

남조류의 증식을 억제한다(자료_https://eunis.eea.europa. eu).

농작물로까지 확대되는 녹조현상의 피해

중국의 녹조현상 연구 가운데 최근에 주목을 받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농작물의 오염이다.

남조류 세포에 함유된 간독소가 농작물에 흡수되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벼농사에서 쌀의 오염여부가 관심 대상인데 독소가 대부분 논 토양에 흡착되고 곡물에 이르는 독소는 우려할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조사한 사례가 많지 않아서 아직 안전성 여부는 확실치 않다. 중국에서는 녹조현상이 심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예가 많으므로 세계 어느 곳보다 농작물의 조류독소 오염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 연구자들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