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에깅 탐사]

갑오징어는 스타트

무늬오징어야 어서 오너라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거제도 망치방파제로 출조해 큰 씨알의 산란 갑오징어를 낚은 HDF 필드스탭 박상욱 씨.

▲거제도 망치항에 있는 망치방파제.

방파제의 좌측 연안이 전부 갑오징어 포인트다.

▲갑오징어낚시 채비에 사용하는 스테.

물속에서 수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사용한다.

▲갑오징어 다운샷채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스테와 스위벨(맨 우측).

경남 지역의 루어낚시인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시즌이 바로 초여름이다. 5~6월이 되면 연안으로 갑오징어와 무늬오징어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먼 바다에서는 한치와 화살촉오징어가 낚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초여름을 기점으로 두족류의 천국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으는 대상은 갑오징어와 무늬오징어다. 연안에서 쉽게 낚을 수 있고 씨알도 다른 시즌에 비해 크다. 기자는 지난 5월14일에 일찌감치 남해의 연안 갑오징어 취재를 위해 움직였다.

▲박상욱 씨가 낚은 신발짝 갑오징어.

▲박상욱 씨의 갑오징어채비.

봉돌과 스테를 묶은 줄 길이를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다.

▲멀리 캐스팅해서 갑오징어를 히트한 박상욱 씨가 천천히 갑오징어를 올리고 있다.

▲신재완 씨가 사용한 에깅 전용대.

HDF의 엑스트라 EG862M이다.

낮에는 갑오징어, 밤에는 무늬오징어

부산 낚시인 박상욱(HDF 필드스탭) 씨와 대구에서 온 신재완 씨와 함께 14일 정오에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도로 들어갔다. 아직은 피서철이 아니라서 주말임에도 거제도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목적지는 거제도 일운면 망치리에 있는 망치방파제(망치항). 거제권은 동쪽과 남쪽에서부터 갑오징어와 무늬오징어가 붙는데 특히 장승포, 구조라, 지세포 등을 기점으로 동쪽에 포인트가 주로 형성되기 때문에 우리는 거제도 동쪽에 있는 망치방파제를 선택했다.

오후 2시쯤에 망치방파제에 도착하니 많은 낚시인들이 있는 것이 보였고 낚시인들의 채비를 보니 대부분 갑오징어낚시채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른 방파제로 진입해 방파제 초입 좌측에 자리를 잡았다. 박상욱 씨는 “방파제 콧부리를 바라보고 좌측이 갑오징어 포인트입니다. 우측은 수심이 얕고 암초가 너무 많아 밑걸림이 심해 낚시를 하지 않습니다”하고 말했다.

채비는 수평스테와 10g 봉돌로 다운샷채비를 만들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보통은 봉돌을 묶은 줄보다 스테를 묶은 줄을 조금 짧게 하는 편이지만 박상욱 씨는 스테를 묶은 줄과 봉돌을 묶은 줄의 길이를 거의 비슷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차피 수평에기는 물에 뜨기 때문에 조금 더 자연스러운 액션을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금 더 바닥에 가깝게 노리려면 줄을 길게 묶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오징어가 낚이는 방파제 좌측 연안으로 몽돌해변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

▲무늬오징어를 낚기 위해 찾아간 와현유람선선착장.

▲“갑오징어 산란철이라 씨알이 대단히 좋습니다.”

거제도 망치방파제에서 갑오징어를 낚은 신재완 씨.

초장타 캐스팅이 필요하다

채비를 꾸리고 시간이 지나자 방파제에는 점점 낚시인이 늘어갔다. 채비를 던지면 아슬아슬하게 주변 낚시인 것과 걸릴 듯 말 듯한 간격을 유지했다. 이런 곳에서 과연 갑오징어의 입질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박상욱 씨는 주변 낚시인들에 비해 20m 정도 더 긴 비거리를 뽐내며 여유 있게 더넓은 구간을 탐색하고 있었다.

주변 낚시인들은 7ft 내외의 일반 루어대를 사용하기도 하고, 스테를 여러 개 달아서 비거리가 줄어드는 반면, 박상욱씨는 8.6ft 에깅 전용대에 에기 하나만을 달아 로드와 봉돌의 무게 밸런스를 최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박상욱 씨의 캐스팅을 본 주변 낚시인들도 “어떻게 그렇게 멀리 캐스팅을하냐”고 물어볼 정도의 압도적인 비거리였다.

그 결과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상욱 씨가 히트! 올려보니 신발짝보다 큰 갑오징어가 올라왔다. 연이어 함께 출조한 신재완 씨도 비슷한 씨알로 갑오징어 손맛을 보았다. 입질 형태는 스테를 쭉 당겨가는 느낌이 아닌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 로드를 살짝 당겼을 때 초리를 통해 무게감을 느껴야 할 정도로 산란철 갑오징어의 입질은 예민했다. 우리는 두 마리를 끝으로 갑오징어낚시를 마무리하고 밤에는 무늬오징어낚시를 하기 위해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산란철 무늬오징어낚시에 필수인 보라색 계열의 슈퍼섈로우 에기.

▲박상욱 씨가 무늬오징어를 노리다가 낚은 귀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방파제마다 오징어 먹물

옮긴 장소는 와현모래숲해수욕장이 있는 외도유람선선착장.

이곳에는 방파제가 두 개 있는데 여객선이 닿는 큰 방파제는 콧부리 주변이 출입금지며 초입에서만 낚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변이 시작되는 지점의 작은 방파제는 규모가 작아서 한두 명만이 낚시할 수 있지만 해변을 포함해 넓은 구간을 노릴 수 있다. 그 외 선착장 연안에서도 낚시가 가능한데, 무늬오징어의 경우 어디에서 입질을 할지 알 수 없으므로 자신이 낚시하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우리는 작은 방파제 콧부리에 자리를 잡았고 콧부리에서 선착장 바깥쪽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사용한 에기는 3.5호 슈퍼섈로우 타입. 1m 가라앉는데 6~7초 걸리는 에기로 얕은 수심을 느린 속도로 노릴 때 사용한다. 선착장 주변을 에기로 탐색해보니 잘피가 걸려 나왔고 해수욕장 전역은 무늬오징어 산란 장소로 적합해보였다.

해가 지기 직전부터 계속해서 잘피가 걸려 나오는 주변을 노렸다. 내항에서 낚시한 낚시인들이 갑오징어를 한 마리 낚아 올렸고 그 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오후 9시가 되자 중들물이 지나면서 또 한 번 입질이 왔는데 무늬오징어가 아닌 귀오징어가 걸려 나왔다.

산란철 무늬오징어낚시는 몸에 해롭다는 말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능성 하나만 보고 같은 장소에서 끊임없이 루어를 던져야 한다. 심지어는 무늬오징어가 눈에 보여도 입질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해롭다는 말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큰 씨알의 무늬오징어를 낚는다면 보람은 몇 배가 되기 때문에 산란철 무늬오징어낚시를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와현해수욕장에서는 귀오징어 한 마리를 낚고 철수를 해야했지만 방파제 곳곳에 먹물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늬오징어 시즌은 이미 시작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마릿수 시즌이 시작되면 활성도 높은 수컷과 암컷이 연안으로 들어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가을에는 보기 어려운 1kg이 넘는 씨알도 낚을 수 있을 것이다.

내비 주소 일운면 망치리 434-12(망치방파제) / 일운면 와현리 6199(와현방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