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인천 연평도 농어루어
점박이 녀석들 파워는 여전
이영규 기자
▲“조금만 더 살이 찌면 손맛 대단하겠습니다.”
가지여에서 73cm급
점농어를 올린 서울의 김민호 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1온스 지그헤드와 섀드웜을 꿴 루어로 모이도 여밭에서
70cm급 점농어를 올린 유튜브
기술자TV 진행자 김종호 씨.
▲대연평도에서 가까운 모이도.
사리물때 간조 때는 사진의 왼쪽으로 길이나 본섬에서 걸어올
수도 있다.
▲대연평도 최고의 대물 포인트인 가지여.
작은 간출여다.
인천 연평도 농어 루어낚시 열기가 올해도 뜨겁다. 연평도에서 낚이는 농어는 90% 이상이 점농어로 일반농어(민농어)에 비해 체구가 크고 파워도 강한 것이 매력이다. 특히 매년 1m20cm에 육박하는 대형급이 솟구쳐 농어 루어낚시인들에게는 기록경신의 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연평도 농어 루어낚시를 다년 온 것은 2015년으로 이후 많은 낚시인들이 출조해 놀라운 조과를 거뒀다. 2015년 취재 때도 동행한 낚시인이 1m2cm를 낚는 등 80cm 이상급 점농어가 하루 10여 수 가까이 올라왔다.
이후 매년 1m10cm가 넘는 씨알들이 본지의 월간최대어상 후보에 올랐다. 이쯤 되니 연평도는 단순 농어 루어낚시터가 아닌 기록경신을 열망하는 낚시인의 꿈의 필드로 떠올랐고 매년 5~6월은 낚싯배 예약이 힘들 정도가 됐다.
낚시인 중에는 “농어는 워낙 씨알이 큰 놈이니 미터급은 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터급이라고 부르는 씨알들을 막상 실측하면 80cm 중반 또는 90cm 초반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그만큼 낚시인들이 ‘진짜 미터급’을 자주 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연평도 농어 루어낚시의 ‘클래스’가 다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점농어라는 희소성이다. 인천, 강화도 일대 서해북부에서는 민농어보다 점농어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점농어는 민농어와 달리 먹이사냥 습성도 약간 다른데, 민농어가 전 수심을 고루 유영하며 먹잇감을 사냥한다면 점농어는 중하층, 특히 바닥층에서 먹이사냥 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특히 조류 빠른 여밭에서는 루어로 바닥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무거운 루어는 필수다. 그래서 연평도에서는 1온스 이상의 무거운 지그헤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연평도와 구지도 사이의 수중 여밭 능선에서 농어를 걸어 파이팅을
벌이는 김종호 씨.
▲촬영 둘째 날 모이도 여밭에서 70cm 점농어를 올린 김민호 씨.
▲엔에스의 농어 미노우와 바이브레이션 플러그.
▲김종호 씨의 지그헤드 채비.
웜은 에코기어 파워섀드 4인치, 지그헤드는 1온스, 쇼크리더는 테크니션 탑라인 5호를 썼다.
▲구지도 여밭을 공량 중인 촬영팀.
수심이 얕은 구지도 여밭에서는 미노우가
잘 먹혔다.
1박2일, 오후와 오전낚시로 출조 진행
지난 5월 29일, 부산에 사는 김종호 씨가 멀리 인천까지 올라왔다. 유튜브 기술자TV를 진행 중인 김종호 씨는 거의 모든 바다낚시에 능통하며, 특히 루어낚시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주로 가거도, 태도 등지에서 농어 루어낚시를 즐겨온 그는 작년부터 나에게 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나도 근황을 살펴볼 겸 취재 계획을 짜던 중이라 일정을 맞추게 됐고 서울에 사는 김종호 씨의 선배 김민호 씨도 동행하게 됐다.
연평도 출조 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날씨 때문이었다. 취재 3일 전까지만 해도 주의보급 강풍과 비가 예보돼 있었다. 다행히 출발하는 날은 보슬비만 내려 여객선을 탈 수 있었다.
참고로 연평도는 날씨가 너무 좋아도 이 시기에는 출조가 어려울 수 있다. 날이 맑고 따뜻한 서해의 5~6월에는 어김없이 해무가 끼기 때문이다. 높은 파도는 뚫고라도 갈 수 있지만 해무가 짙게 끼면 아예 출항이 금지된다. 그런 이유로 올해 5월에도 여러 팀의 일정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전 8시에 인천여객선터미널을 출발, 2시간 정도의 항해 끝에 대연평도에 도착했다. 예약한 경주민박의 봉고차로 숙소로 이동한 후 민박집앞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출조에 나섰다.
연평도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출조가 이루어지다보니 보통은 1박2일로 출조 스케줄이 짜인다. 첫날은 오후낚시, 둘째 날은 오전낚시만 하고 철수하는 방식. 이런 식의 1박2일 대절료는 70만원이다(개인별로도 손님을 받지만 보통은 독선으로 사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 농어루어 전용선인 부경호는 2톤짜리 선외기로 보통은 3명, 많게는 5명이 낚시할 수 있다. 오전과 오후지만 이틀에 걸쳐 낚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비싼 선비가 아니라는 게 낚시인들의 목소리다.
물때에 따라 어떤 날은 대연평도항에 도착하자마 출조에 나서야 될 때도 있다. 이때는 낚시장비 이외의 짐은 민박집 차량에 실어 보내고 곧바로 바다로 나간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5물로 오전 11시경이 간조였다. 초들물이 제대로 흐르려면 오후 1시나 돼야 했지만 선장이 보채 서둘러 점심을 먹고 바다로 나갔다. 첫 목적지인 구지도와 대연평도 사이 여밭까지 가려면 얕은 물골을 건너야 하는데 들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파도가 높아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일 사용한 장비.
낚싯대와 릴은 엔에스의
씨배스 에디션, 베링 4000번이다.
▲"이 녀석은 함 좀 쓰는데요!"
김종호 씨가 점농어를 히트하자 조철휘 선장이 뜰채로 걷어내고 있다.
최고 명당 가지여에서 만난 점농어들
초들물경 찾아간 포인트는 구지도 방면에서 밀려온 들물이 능선을 타고 솟구쳤다가 다시 깊은 여밭으로 떨어지는 유형이었다. 조류가 능선을 타고 흐르는 ‘벙벙한’ 수면을 공략하는 것이 요령이다. 농어는 이런 곳에서 조류의 상단을 향해 있다가 강한 조류에 밀려 내려오는 먹이고기를 사냥한다. 낚시인들이 농어의 사냥 습성을 역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첫 포인트에서는 달랑 50~60cm급 두 마리만 올라와 아쉬웠다. 연평도라고 잔챙이가 전혀 안 낚이는 것은 아니지만 체구에서 이상이 느껴졌다. 평소 연평도 점농어는 50~60cm만 되도 빵이 대단해 보기가 좋은데 이 녀석들은 너무나 홀쭉했기 때문이다.
부경호 조철휘 선장은 “확실히 예년보다는 시즌이 더디게 전개되는 느낌입니다. 시작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먹이고기인 멸치 떼 입성이 늦은탓인지 농어의 활성이 약하고 입질도 더딘 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영향이 씨알에도 미치는지 올해는 미터급 점농어 출현도 드물다고 말했다.
물때가 중들물로 치닫자 이번에는 구지도 여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만조 때도 수심이 2m 이하로 얕아 지그헤드보다는 미노우가 유리한 곳이다. 미노우로 릴링과 스테이를 지속하며 농어를 노리면 80cm 이상급이 낚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날은 높은 파도와 강풍 때문인지 입질이 뜸했다. 결국 철수길에 들른 모이도(사리물 때 간조 시 대연평도 남쪽과 연결된다) 남쪽 여밭에서 50~70cm급 4마리를 추가하며 첫날 낚시를 마쳤다.
둘째 날은 기상이 좋아져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가지여를 노려보기로 했다. 가지여는 구지도 서쪽에 있는 30~40평 규모의 간출여로 연평도 최고 명당이자 대물 포인트로 꼽힌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아직 썰물 조류는 느리게 흐르는 상황. 낚시하기에는 좋지만, 이 포인트는 지그헤드를 가라앉히기 힘들 정도로 조류 흐름이 셀 때 대물이 붙는 특성이 있다. 특히 초썰물 때도 수심이 3~4m에 불과함에도 1온스 무게의 지그헤드로도 쉽게 바닥을 찍기 어려울 만큼 조류가 센 곳이다.
초반에는 감을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중썰물경 김종호 씨가 올린 70cm급 점농어를 기점으로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조류의 상단을 향해 멀찌감치 캐스팅 후 카운트 5 정도를 센 뒤 릴링을 시작했고, 바닥을 스치듯 루어를 끌어주자 점농어가 히트됐다.
이런 식으로 가지여에서만 2시간 동안 셋이 7마리 정도의 농어를 낚았고 가장 큰 놈은 김민호 씨가 올린 75cm였다. 이놈 역시 평소 같으면 90cm에 육박하는 빵빵한 체구를 자랑했겠지만 아직 먹이고기가 많지 않아서인지 민농어보다도 홀쭉했다.
▲대연평도 현지 포인트낚시점에서 판매 중인 1온스 지그헤드.
12개에 1만5천원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았다.
▲민박집에서 가까운 송림식당.
안주인의 손맛이 좋기로 유명한 식당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요리 외에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봄 씨알 피크는 마감, 9월에 또 한 번 대물 찬스
이틀간의 출조를 마친 김종호 씨는 연평도 점농어 루어낚시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밑걸림이 심해 고생했지만 철저히 바닥권을 노릴 때 입질 확률이 높았던 점농어의 독특한 습성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김종호 씨는 “남해안에서는 무거워야 2분의 1온스 정도의 지그헤드와 웜 세팅으로 낚시하는데 연평도에서는 1온스 지그헤드로도 공략이 어려운 포인트가 많더군요. 수심이 얕은데도 말이죠. 남해안에도 연평도와 유사한 특성의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한 번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대연평도 점농어낚시는 6월 한 달까지가 최고의 씨알 피크이나 올해는 대물이 드물고 농어들의 체구도 크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둘째 주에 통화한 부경호 조철휘 선장은 “6월 들어 마릿수는 여전하지만 씨알이 아쉽다. 그래서 8월까지는 생미끼를 이용한 외수질로 농어와 광어를 노리는 낚시를 할 예정이다. 찬바람이 부는 9월이 되면 다시 점농어 씨알이 굵어지기 때문에 루어낚시 마니아라면 그때 예약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근황을 알려왔다.
문의 010-3344-6352(부경호 조철휘 선장), 포인트 낚시점 010-2263-3006
▲취재일 낚은 점농어로 식사를 즐기는 김종호(왼쪽)와 김민호 씨.
▲취재일 낚은 점농어로 식사를 즐기는 김종호(왼쪽)와 김민호 씨.
▲"가을에 또 한 번 도전해 미터급을 낚아보겠습니다."
연평도항으로 철수한 김종호(왼쪽)
씨와 김민호 씨가
둘째 날 오전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FISHING GUIDE
●여객선 운항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30분에 출항해 소연평도를 경유하고 대연평도에 낮 12시에 도착한다. 대연평도에서는 낮 12시30분과 오후 3시30분에 인천으로 출항하므로 낚시 상황에 맞춰 철수 시간을 결정하면 된다. 운임은 왕복 10만9천100원. 문의 고려고속훼리 1577-2891
●적정 물때
사리물때에는 뻘물이 강해 간조와 만조 때만 잠시 입질이 들어오므로 가급적 죽는 물때를 전후해 찾는 게 좋다. 11물~4물이 출조 적기이다. 이 물때에 찾으면 대연평도 농어 루어낚시의 최고 타이밍인 초썰물부터 노릴 수 있어 유리하다.
●숙박과 식사
현지에 민박집과 식당이 여러 곳 있다. 민박은 1실에 5만원 선. 식당 중에는 송림식당이 음식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경주민박 010-9204-9487, 송림식당 010-2785-8851
●장비와 루어
루어대와 릴은 다른 지역에서 사용했던 장비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미노우를 원투하기 위해 1.2~1.5호 PE라인을 감는 게 좋다. 미노우는 무게가 20g 이상 돼 30m 이상 원투가 가능한 타입이 좋다. 지그헤드는 1온스 정도(30~35g)가 필수이며 웜은 미꾸라지를 닮은 섀드웜 5인치가 적당하다. 최근에는 웜 안에 맛을 내는 향료가 든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