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동해 울릉도 노인바위
최고의 긴꼬리
명당이 틀림없군!
김종호 유튜브 기술자TV 진행자
6월 2일, 대망의 울릉도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나의 첫 울릉도 조행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창수 스승님과 함께한 20년 전쯤 가을로 기억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울릉도에 대한 정보가 없어 벵에돔낚시를 가긴 했지만 벵에돔은 잔 씨알만 낚았을 뿐 얕은 여밭에서 40cm 후반급 감성돔만 여러 마리 낚고 즐거워했었다. 이후 낚시인들 사이에 울릉도 벵에돔낚시 시즌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지금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국내 최고의 벵에돔낚시터로 성장한 상황이다.
이번 출조는 평소 울릉도 낚시 경험이 풍부한 한국프로연맹 경북지부 손웅형 씨의 가이드로 이루어졌다. 마침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북지부 회원들의 출조도 잡혀 있었다.
▲“대낮에도 이런 씨알이 퍽 퍽 물어주는군요.”
원정 첫째 날 노인바위에 오른 필자가 오후 4시경
올린 47cm와 48cm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오후 4시에 찾아온 괴력의 입질
6월 1일 저녁 11시50분에 포항에서 출항하는 카페리를 타고 출발하니 다음날 아침 6시20분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편안하고 아늑한 침실에서 밤새 휴식을 취하니 약 7시간에 걸친 운항 시간이 전혀 지겹지 않았다.
오전에는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2시쯤 출조에 나섰다. 한국프로연맹 경북지부 회원들과 함께 움직인 나는 6번째로 포인트에 내릴 순서였는데 낚싯배가 노인바위에 다가갈 즈음 경북지부 회원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내가 내릴 순서가 아닌데도 나에게 포인트를 양보한 것이다.
“김 프로님, 울릉도에서 가장 유명한 자리니 촬영 잘해보세요”라는 응원 속에 멀리 완도에서 온곽영준 씨와 함께 노인바위에 하선했다. 가슴이 설렜다.
1.5호대에 원줄 1.7호, 목줄 1.7호, 토비 제로(0) 구멍찌를 세팅해 낚시를 시작했다. 이곳 노인바위는 썰물 때 입질이 활발한 곳으로, 저동항 방면에서 흘러든 조류가 죽도 방향으로 뻗을 때 입질이 활발한 곳이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낚시했지만 입질은 없었다. 오후는 물때가 안 맞나 싶어 상심하고 있는데 오후 4시경 갑자기 원줄을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강력한 입질이라 처음에는부시리라고 생각하고 풀리는 드랙을 바라보고만 있는데 어느 정도 나가다가 서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부서리가 아니다! 긴꼬리벵에돔이다’라는 직감이 바로 왔다. 바로 대를 세워 제압에 들어갔다. 그러나 1.75호 목줄이 힘겨워질 때 쯤 목줄이 터져 버렸다. 바늘 위가 끊긴 걸 보니 긴꼬리벵에돔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울릉도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노인바위.
지대가 높고 발판은 좋지 않지만 꾸준한 조황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필자가 사용한 엔에스 알바트로스 VIP PRO 릴대와 토비 구멍찌.
목줄은 테크니션JH의 탑라인을 사용했다.
원정 첫수가 48cm 긴꼬리라니…
긴장한 나는 목줄을 한 단계 더 높여 묶은 후 다시 낚시에 돌입했다. 5시쯤 되었을까? 죽도 방향으로 흐르는 조류는 더욱 강력해졌다. 긴꼬리벵에돔낚시도 너무 센 조류는 썩 좋지 못하기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류를 바로 노리지 않고 채비를 약간 왼쪽으로 빗겨 던져 앞으로 들어오는 일명 ‘맞조류’를 공략했다.
두 번째 캐스팅 때 찌가 잠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드랙이 풀려나갔다. 드랙을 살짝 조이며 챔질하자 바늘에 걸린 놈은 ‘내 갈길 가겠다’는 듯 더욱 강력한 저항으로 드랙을 풀고 나갔다.
한참의 저항 끝에 올라온 녀석은 무려 48cm 긴꼬리벵에돔! 이번 원정 첫 조과가 5짜에 육박하는 긴꼬리벵에돔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대박이었다. 일본 남녀군도에서는 60cm에 육박하는 긴꼬리벵에돔도 낚아봤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쁨이었다.
“영준아 긴꼬리도 국산이 좋네~ 빵도 훨씬 좋고~”
뜰채를 대준 영준이도 울릉도 벵에돔의 튼실한 체구에 놀란 표정이었다.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방송 멘트로 시간을 잡아먹은 후 채비를 던지니 어느새 흐름은 바뀌어 있었다. 역시 ‘고기는 물 때 낚아야지 좋은조류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내 신조는 맞아 떨어졌다. 이날은 조류가 무심하기만 했다.
다시 심기일전하고 조류를 유심히 살폈다. 오후 5시가 되자 다시 죽도방향으로 흐르는 조류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맞바람이 세지면서 낚시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번에 필자가 개발한 토비 제로찌는 자중 13.75g으로 무거워 바람을 뚫고 원투가 가능했다. 이처럼 벵에돔낚시는 예민성도 중요하지만 맞바람도 쉽게 뚫을 수 있는 충분한 자중을 갖춘 구멍찌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상 지점으로 토비 제로찌가 들어가자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금 전 낚은 48cm와 비슷한 무게감이 낚싯대로 전해졌다. ‘이 녀석도 4짜 중반은 되겠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역시 노인바위, 구관이 명관이었다.
▲원정 기간 동안 죽도에서 4짜 긴꼬리벵에돔 손맛을
즐긴 대구피싱투어 신준협 대표.
▲원정 기간 동안 죽도에서 4짜 긴꼬리벵에돔 손맛을 즐긴 대구피싱투어 현성기 회원.
▲대물 포인트가 많은 죽도.
▲갯바위에 상륙 중인 낚시인들.
대물 긴꼬리 피크 6월을 놓치지 마라
이튿날은 노인바위가 왼쪽으로 보이는 콧부리에 내렸으나 4짜 긴꼬리벵에돔은 낚지 못했고 30~35cm급 긴꼬리벵에돔만 대여섯 수 낚는 데 그쳤다. 생각보다 활성이 좋지 못한 것인지,아직 시즌이 이른 건지는 알 수 없었는데 다른 낚시인들의 조황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명당으로 꼽히는 죽도 1번자리와 바로 옆 째진 자리에서만 4짜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낱마리로 올라왔다.
당시의 입질 패턴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긴꼬리벵에돔 입질이 수심 8~10m에 들어왔고 상층까지는 잘 뜨지 않았다. 이 수심은 울릉도 벵에돔(긴꼬리벵에돔 포함)이 가장 잘 무는 수심인데 최고 호황기인 6월 이후로도 깊이 무는 패턴에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울릉도 현지에는 낚시점이 있고 밑밥과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나는 도동항의 울릉호텔에 머물며 독도낚시의 낚싯배를 이용했는데, 낚싯배를 타는 저동항에 민박과 낚싯배를 함께 운영하는 세진민박도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진민박에서도 밑밥을 취급한다.
본격 관광철이 되면 관광객들이 몰려 여객선 표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최고 씨알 피크인 6월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출조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원정에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북지부 회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문의 054-791-3335(독도낚시), 010-9707-0606(세진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