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제주 우도 벵에돔낚시

고사리장마 끝나니 긴꼬리 세상

이영규 기자

▲촬영에 동행한 낚시문화연구회 강병철 회원이 직벽 아래로 내리꽂는 긴꼬리벵에돔을 제압하고 있다.

취재일 강병철 씨는 오후에만 혼자 12마리의 굵은 긴꼬리벵에돔을 낚아냈다.

▲강병철 씨가 초들물에 올린 35cm급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 벵에돔낚시 1번지 우도에 긴꼬리벵에돔이 떼로 붙었다. 제주도 동쪽 성산포항에서 진입하는 우도는 벵에돔 포인트의 전형이자 전유동낚시의 시발지로 불리는 곳이다. 초대형급 출몰 확률은 범섬이나 지귀도가 앞설지는 몰라도 벵에돔낚시 본연의 아기자기한 묘미는 우도가 단연 최고다.

우도는 긴꼬리벵에돔보다 일반 벵에돔이 잘 낚이는 곳으로 알려졌던 곳이다. 물론 장마철에는 제주도 어느 섬에서나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이지만 과거 우도는 장마철을 제외하곤 일반 벵에돔 소굴이었다. 이유는 서쪽 차귀도, 남쪽 범섬과 지귀도 등에 비해 평균 수온이 낮고 쿠로시오 난류 영향도 약간 덜 받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실제로 우도는 겨울 벵에돔낚시가다른 섬보다 일찍 마감되고 한겨울낚시는 확실히 덜 된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보면 그런 얘기도 옛말이 돼버린 느낌이다. 최소 5년 전부터는 연중 긴꼬리벵에돔이 낚이고 씨알도 남쪽 섬들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릿수 조과에서는 제주권톱이라고도 볼 수 있어 앞으로는 긴꼬리벵에돔 소굴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우도에서 제1회 정기대회를 연 팀블랙홀 회원들의 기념촬영.

▲팀블랙홀 김진혁 회장과 원성조 자문위원이 우도 작은동산에서 거둔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팀블랙홀 정기대회에서 입상한 회원들의 기념촬영.

▲우도 직벽 포인트에서 마릿수 긴꼬리벵에돔 조과를 거둔 낚시문화연구회 강병철 회원.

▲윤태현 회원이 직벽 안통에서 올린 벵에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코지 포인트에 낚시인을 내려놓고 있는 우도피싱호.

새삼 실감한 제로찌 매듭낚시의 위력

이번에 우도를 찾게 된 것은 팀블랙홀 회원들의 정기출조가 우도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고사리장마도 막 지나갔고 우도에서의 여름 벵에돔낚시를 취재할 계획이었는데 마침 팀블랙홀회원들의 정기대회가 예정돼 있어 동출해보기로 했다.

팀블랙홀은 회장인 김진혁 씨, 엔에스 프로스탭인 원성조 씨가 발기해 결성한 벵에돔낚시클럽으로 작년 10월에 창단했다. 회장 김진혁 씨는 “이미 제주도에는 많은 벵에돔낚시클럽이 있지만 조과 위주의 경쟁 분위기가 만연해 모임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선후배 간 정도 쌓고 조황과 테크닉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는 클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팀블랙홀을 창단하게 됐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대회일은 5월 28일이었지만 나는 하루 먼저 우도로 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대회때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기에 원하는 그림을 잡는 게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급하게 함께 낚시할 취재원을 물색했고 제주시에 사는 강병철 씨가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벵에돔낚시클럽 낚시문화연구회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강병철 씨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테크니션 중 한 명이다. 이미 수많은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 예리한 낚시 감각을 지닌 기교파로 불린다.

▲작은동산에서 벵에돔을 걸어 파이팅 중인 원성조 자문위원.

5월 27일에 강병철 씨와 내가 내린 포인트는 삼각여를 마주보는 ‛직벽’ 포인트. 우측으로 직벽 안통과 코지가 연달아 이어진 곳이다. 발판이 높아 간조 때는 6m짜리 뜰채를 대야 할 만큼 지대가 높지만 그만큼 찌 보기는 편한 포인트다.

우리가 상륙한 오후 1시 무렵은 끝썰물에서 초들물로 바뀔 시점. 원래 이 자리는 왼쪽 뒤편의 콧구멍에서 밀려오는 썰물이 코지 방향 우측으로 흘러들 때 입질이 활발한 곳이다.

채비를 꾸려 채비를 던지자마자 강병철 씨가 35cm급 긴꼬리벵에돔을 뽑아냈다. 첫 입질에, 그것도 대낮에 35cm 긴꼬리벵에돔이 낚이자 내가 더 흥분됐다. 유튜브 촬영 장비를 세팅하는 사이 강병철 씨는 두 번째 입질을 받았고 이번에도 비슷한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첫 번째 입질은 썰물 본류에 채비를 태워서, 두 번째 입질은 조류가 발밑으로 밀려들어올 때 미끼를 받아먹었다.

그런데 들물 시작과 동시에 바람이 터지며 낚시 여건이 나빠졌다. 우리가 내린 직벽 포인트는 발판이 높다보니 원줄이 바람에 날려 뒷줄 관리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철수 때까지 15마리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는 찌밑 수심을 4m 고정한 반유동낚시였다. 우도낚시 경험이 풍부한 강병철 씨는 몇 번의 캐스팅으로 벵에돔의 입질 수심층을 파악해냈고, 찌스토퍼 위 10cm 지점에 나비매듭을 묶은 제로찌채비로 연속 입질을 받아냈다.

반면 찌매듭을 묶기 귀찮아 투제로 전유동채비를 고수했던 나는 강병철 씨가 7마리 낚을 때까지 단 1마리도 낚지 못하다가 강병철 씨가 8마리째 낚는 순간 채비를 교체해 결국 연속 3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우도 직벽 안통 포인트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팀블랙홀 회원들.

뒤로 보이는 포인트가 전날 강병철 씨와 낚시한 직벽 포인트다.

▲윤석환 회원이 절터에서 올린 65cm급 참돔.

긴꼬리벵에돔 유영층에 채비 수심을 정확히 맞춰야

이 과정에서 나는 제로찌 반유동낚시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있었다. 나는 원줄을 끊고 찌를 교체하는 게 귀찮아 찌는 투제로를 그냥 쓰고 찌매듭만 추가, 찌매듭이 찌에 닿아 채비가 잠기면 살짝살짝 위쪽으로 당겨주는 식으로 수심을 고정시켰는데 이게 패착의 원인이었다. 여전히 입질은 처음부터 끝까지수면 위에 둥둥 잘 떠 있는 강병철 씨의 제로찌 채비에만 들어왔기 때문이다(긴꼬리벵에돔은 일반 벵에돔과 달리 수직 왕복보다는 수평 유영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그 유영층이 강병철 씨의 채비 수심 4m 수심과 맞아떨어진 듯했다).

이유는 미세한 공략 수심의 차이였다. 제로찌를 사용한 강병철 씨의 채비는 찌스토퍼 1m 아래에 G5 봉돌을 달아 채비가 수직에 가깝게 늘어진 반면, 목줄에 봉돌을 달지 않은 나의 채비는 조류에 크게 밀리며 미끼가 3m 내지 3.5m 수심층에서 노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나는 목줄을 3.5m를 사용했기에 ‘내 채비는 투제로 채비니까 50cm만 더 가라앉히면 미끼가 4m 수심에 도달하며 입질이 들어오겠지’라고 판단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목줄에 봉돌이 달리지 않은 만큼 실제 4m 수심을 공략하려면 원줄을 6m 이상 더 풀어줬어야 했기 때문이다(조류가 잘 흐를수록 채비가 물속에 휘는 각도가 더욱 완만해져 미끼와 입질층과의 높낮이 차이는 더 커지게 된다).

사실 내가 강병철 씨가 7마리째 올릴 때까지 채비를 바꾸지 않고 고집을 피운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당시 조류가 너무 멋졌고 찌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계속 잠방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미끼의 위치는 강병철 씨가 연타로 입질을 받은 수심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패착의 원인이었다.

이날 낚시 과정은 벵에돔낚시는 투제로찌 잠길낚시 또는 저부력전유동낚시가 가장 강력할 것으로 생각하는 낚시인들에게 반유동 매듭낚시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케 만든 좋은 사례였다.

강병철 씨는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이날 출조한 낚시인 중 가장 많은 마릿수는 물론 큰 씨알도 가장 많이 낚아 부러움을 샀다. 철수 때 강병철 씨가 내게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벵에돔낚시는 제로찌 매듭낚시가 기본이면서 어려운 낚시입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그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습니다.”

▲4위를 차지한 한태현 회원은 직벽 포인트에서 마릿수 조과를 거뒀다.

▲원성조 회원이 사용한 알바트로스VIP PRO 릴대와 알바트로스 밑밥주걱.

▲대회 당일 벵에돔 조과를 자랑하는 팀블랙홀 회원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웅재, 이지형, 김민준, 윤석환 회원.

▲절경이 뛰어난 우도 삼각여 일대 모습.

▲강풍이 부는 관계로 준결승과 결승전은 성산포항 뜬방파제에서 열렸다.

팀블랙홀 정기대회 첫 우승자는 김민준 회원

이튿날은 팀블랙홀의 정기출조에 참여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관전하며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총 40여 명의회원들은 성산포에서 출항하는 우도피싱호와 이어도호에 분승해 2인1조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렀다.

첫날 예선전에서는 그런대로 많은 벵에돔이 낚여 경기가 흥미롭게 진행됐다. 나는 원성조 선수와 함께 이동하며 경기를 취재했는데, 첫날 3라운드 포인트 이동에서는 전날 낚시한 직벽포인트 바로 옆인 직벽 안통에 내려 대회를 취재했다. 전날처럼 이날도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해 낚시 여건이 갈수록 나빠졌다. 직벽 안통은 그나마 서풍에 의지됐지만바람을 맞받는 직벽은 적잖은 애로가 예상됐다.

그러나 나의 우려에도 불구 직벽에 내린 한태현 선수가 30~35cm급 긴꼬리벵에돔을 4마리나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 외에도 바람 영향이 적었던 오전에는 각 포인트마다 승부를 낼만한 벵에돔이 낚여 흥미로운 결과가 예상됐다. 특히 절터에 내려 예선전을 치른 윤석환 선수는 65cm급 참돔을 걸어 큰손맛을 보기도 했다.

둘째 날 예정된 4, 5라운드는 강풍으로 우도 출조가 어렵게 돼 성산포항 뜬방파제에서 대회가 치러졌다. 그 결과 2022년 첫정기대회의 우승은 김민준 회원에게 돌아갔다. 2등은 김웅재회원, 3등은 양창현 회원, 4등은 한태현 회원이 차지했다.

팀블랙홀은 1년에 두 차례 정기대회를 치룰 예정이다. 일단 제주도 내 회원들로만 팀을 정비해 클럽의 내실을 다진 후 타 지역 낚시인들까지로 참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문의 010-3698-4118(팀블랙홀 경기위원장 원성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