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83]



녹조현상의 원인과 피해

비가 많이 오면

수질이 나빠지는 이유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호수의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현상.


매년 여름이면 많은 저수지에서 물이 녹색으로 물드는 녹조현상이 나타난다. 녹조(綠潮)현상이란 남조류(藍藻類)라는 플랑크톤이 증식하여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호수의 식물플랑크톤으로는 규조류, 남조류, 녹조류, 와편모조류 등 다양한 종류가 출현하는데 종에 따라 물이 갈색이 되기도 하고 녹색이 되기도 한다.


남조류는 연녹색을 띠는 미소 광합성 생물인데 수면에 떠 있는 찌꺼기, 스컴(scum)을 형성하기 때문에 강한 녹색을 보인다. 남조류는 세포 내에 기포를 가지고 있어 수면에 떠오르는 특성을 가지며 유난히 높은 밀도로 눈에잘 띈다. 녹조류 플랑크톤도 비슷하게 녹색을 띠지만 좀 더 짙은 녹색이며 스컴을 만들지 않고 수중에 흩어져 있어 남조류와 쉽게 구별된다. 출현빈도를 보면 남조류가 월등히 많아 호수가 녹색으로 물들었다면 거의 다 남조류 때문이다.


남조류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청색 색소를 가지고 있는데 세포가 죽어서 터지거나 건조하면 청색 색소가 나타난다. 그래서 영어 이름은 청록색 조류라는 뜻의 ‘bluegreenalgae’이다. 이를 일본에서 번역하여 한자어로 남색조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하수의 인 제거를 위한 3차 처리공정.

화학적 처리로 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녹조를 유발한다.


호수 녹조의 원인은 거의 다 남조류 때문

남조류는 식물플랑크톤 가운데 가장 많이 연구되는 종류이다. 그 이유는 독소를 생성하기 때문인데 상수원 저수지에서 독소를 만들면 음용수로 사용하는 데에 장애가 있으므로 수질관리의 측면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다.


간세포를 파괴하는 독소를 만들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을 만들기도 하여 가축을 방목하는 호주와 같은 국가에서는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고 가축이 죽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브라질에서는 사람이 죽은 사고도 있었다. 호수물을 처리 없이 음용수로 사용한 나라에서는 간암 발생이 증가하기도 하여 우려를 낳았으나, 다행히 고도정수공정에서 독소가 제거되는 것으로 밝혀져 수돗물을 마시는 지역에서는 음용수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물고기 내장의 독소 우려는 아직 남아 있고 야생동물의 피해도 크다.


그러면 남조류는 어떤 곳에서 증식하는가? 남조류 증식의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은 정체된 수체와 영양소이다. 수면에 떠서 사는 플랑크톤이므로 당연히 흐르는 물에서는 떠내려간다. 물의 정체와 함께 조류가 먹고 살 수 있는 인(燐)이라는 영양소도 많이 있어야 한다. 남조류는 다른 조류에 비하여 인의 농도가 낮으면 경쟁력이 약해서 규조류에 점령당한다. 그외에 높은 수온과 강한 햇빛도 남조류 증식을 돕는 조건이다. 우리나라 호수의 절반 정도에서 녹조현상이 나타나는데 녹조현상의 발생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인의 농도이다.


인이 식물플랑크톤을 좌우하는 이유는 모든생물에게 꼭 필요한 원소인데 호수에서 농도가 낮아 늘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물 세포의 주요 구성원소는 탄소, 산소, 수소, 질소이며 인은 다섯 번째로 필요한 원소로 생물체의 약 1%를 차지한다. 인은 필요량은 적지만 유전자를 만들고 세포막을 만드는 필수원소이므로 인이 없이는 어떤 생물도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인은 담수에서 용해도가 작고 토양에 잘 흡착하기 때문에 하천과 호수의 저질토에 흡착되어 수중에서는 늘 고갈 상태에 있다. 식물플랑크톤은 인결핍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가 인이 유입하여 농도가 증가하면 이에 비례하여 플랑크톤이 증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호수의 플랑크톤 밀도는 인의농도에 비례한다.


▲축산농가의 소.

축산분뇨와 퇴비는 인의 함량이 높고 폭우 시 유출되면 녹조현상을 유발한다.


인의 농도가 높으면 남조류 번식

그러면 인의 근원은 무엇인가? 가장 큰 근원은 동물의 배설물이다. 모든 생물체와 동물의 먹이에는 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동물은 인을 소량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광석이 생산되지 않고 사료를 대부분 수입하므로 많은 인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셈이다. 인이 배출되는 가장 큰 근원은 도시에서는 생활하수이며 농촌 지역에서는 축산분뇨와 비료이다. 사람의 식량에 포함된 인은 하수를 통해 배출되고, 축산분뇨에 함유된 인은 직접 배출되기도 하고 퇴비로 만들어져 배출되기도 한다. 인은 분해되어 제거되는 원소가 아니므로 퇴비를 부숙시켜도 제거되지 않고 끝까지 남으며 부숙할수록 퇴비 중 인의 함량은 높아진다.


인의 근원으로서 하수와 퇴비의 상대적 기여도는 호수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토 중앙부에 산맥이 있어 상류에는 인구가 적고 강 하류에는 도시가 있고 인구밀도가 높다. 그러므로 상류 호수에서는 인의 근원이 농경지 퇴비이고, 하류 호수에서는 하수의 기여도가 크다.


인의 근원은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계절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하수는 연중 일정한 양이 발생하지만 퇴비와 축분의 유출은 폭우 시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강우에 따라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시기가 다르다. 하류의 호수에서는 초여름 6-7월의 갈수기에 유량이 줄어들면서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체류 시간 증가와 하수로 인한 인농도의 증가라는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충족되기 때문이다.


경사진 농경지에서는 토사와 퇴비가 많이 유출되어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의 문제점

근래 많은 하수처리장이 건설되어 대부분의 하수가 처리장을 거치므로 녹조현상을 막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수처리는 1, 2, 3차 처리로 구분하는데, 2차 처리를 거치면 수중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낮추고 하천의 산소고갈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인이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에 하수처리장방류수가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 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제거 3차 처리가 추가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인 제거시설이 없는 하수처리장도 많고 인 제거 시설이 있더라도 인의 제거율이 충분하지 않아 방류수의 인농도가 부영양화 방지 기준의 5~30배 이상으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홍수가 나면 하류 하천의 남조류는 떠내려가고 상류 댐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한다. 산간지방에는 인구밀도가 낮아 하수의 배출량이 적으며 농경지의 퇴비와 비료가 인의 주요 근원이다. 가뭄 시에는 인의 유출이 거의 없다가, 폭우 시에 인을 흡착한 미세토양과 퇴비가 다량 유출되어 호수로 들어간다. 농촌지역의 하천은 비가 오면 표토와 퇴비가 유출되어 혼탁하고 인의 농도가 매우 높아진다. 농경지에 비료와 퇴비로 투입된 인은 대부분 토양에 흡착되고 5~10%만 유출되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호수를 부영양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대형 댐에서는 7-8월에 폭우가 내린후에 녹조현상이 발생한다.


도시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면 하천 수질이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상류댐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