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갈수기 붕어낚시 솔루션]

2_저수율의 함정

오래 묵은 고지(古池)와

양수형지의 두 얼굴

이영규 기자

배수 상황은 낚시에 있어 최악의 악조건이다. 어떤 미끼와 채비를 써도 붕어의 경계심 자체가 강해지기 때문에 웬만해선 붕어가 입을 열지 않는다. 따라서 낚시터를 선정할 때는 가급적 배수를 않는 곳 또는 물을 퍼 올리는 양수형저수지를 찾는 게 유리하다. 다만 그런 곳이라고 해서 늘 조황이 안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자칫 수위 변동이 잦은 낚시터만도 못한 결과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살펴본다.

케이스1_평소 배수 안 하는 낚시터

변화 없는 물속 여건 탓에 낚시 덜 되는 곳 많아

낚시를 하다보면 낚시인들의 기대와 반대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배수기가 되면 많은 낚시인들이 수위 변동 없는 낚시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막상 그런 곳에서 낚시해보면 좋은 조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강과 수로는 예외).

좋은 예가 20~30년간 물을 빼지 않았다거나 아예 저수지 축조 후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곳들이다. 장시간 물도 안 뺐고 축조 후 마른 적도 없다면, 언뜻 붕어가 득실거리고 4짜 5짜도 많이 서식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런 곳은 붕어 자원도 많지 않고 입질도 활발하지 않으며 심지어 씨알마저 굵지 않다.

그 이유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붕어가 빨리 성장하고 체구가 커지려면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많아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해야 몸이 건강하고 근육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물속 변화(수위, 흐름 등등)가 없으면 붕어는 현재 서식여건에 안주해 활동을 최소화한다.

특히 이런 낚시터 대부분은 수초가 찌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식처로는 너무 아늑해서 붕어들이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체색만 진해질 뿐 성장도 더딘 편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 낚시해보면 밤새 한두 번 입질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커야 때글때글한 8~9치가 주종이며 월척도 드물다.

따라서 그곳이 조황이 좋았던 저수지라면, 왜 평소에는 안찾다가 배수기나 갈수기 때 이름이 오르내리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전북 김제시 봉남면에 있는 옛 사금채취장 둠벙.

오랜 동안 물을 빼지 않고 있지만 터가 세서 낚시가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다.

케이스 2_양수형저수지

너무 잦은 수위 변화, 이질적 수온 변화가 악영향 미칠 수 있다

양수형저수지란 말 그대로 저수지 외의 지역에서 물을 끌어다 담는 곳을 말한다. 보통은 강이나 수로 또는 저수지 인근 관계수로를 흐르는 물을 끌어 쓰는 곳이 많다. 그 덕분에 양수형저수지는 수위가 줄었다가도 금방 차오른다.

그러나 이런 곳도 의외로 낚시는 썩 잘 되지 않는다. 잦은 수위 변화와 이질적인 외부 유입수 영향이다.

양수형저수지는 아무 때나 물을 끌어다 담지는 않는다. 저수지 수위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물을 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양수를 멈추는 것이다. 수위가 내려가면 다시 물을 담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이 자주 반복될수록 붕어들이 느끼는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나흘 사이 5cm만 수위가 줄어도 붕어가 입을 다무는데 수시로 수위가 오르내리니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수위가 내려가도 천천히 지속되거나 완전히 빠져 장시간 안정된 상태가 붕어낚시에는 더 좋은 여건일 수 있다.

이질적인 수온과 물의 성분(?)도 붕어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며칠간 물 유입이 없어 적서수온이 형성된 상황에서 갑자기 또 다시 외부 유입수가 들어오면 수온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상황에 따라 맑고 차가운 물 또는 불필요하게 탁하고 따뜻한 물이 유입되는 것도 안정됐던 기존 저수지 물에 변화를 가져와 악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양수형저수지로 출조할 때는 새물이 유입된 지 며칠이 지나 수위와 수온이 모두 안정된 시점에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그만큼 그 낚시터에 대한 정보 정확해야 된다.

대표적인 곳이 철원 안터지, 대호 삼봉지, 군산의 부곡지 같은 곳이다. 세 곳 모두 여름 배수기와 갈수기 때는 낚시인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평소에는 썩 인기를 끄는 곳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북 군산시 나포면 부곡리에 있는 부곡지.

금강 물을 끌어다 쓰는 양수형저수지다.

양수가 멈춘 후 사나흘 뒤에 찾아야 좋은 조황을 거둘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

수위 변동 잦은 곳이 낚시도 잘 돼

최규민 전주 스마트조우회 총무

전주시 삼천동 쓰레기 매립장 옆에 마산지라는 소류지가 하나 있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20년 이상 물을 뺀 적이 없는 곳인데 배수기 때마다 생각이 나 낚시를 해봤지만 갈 때마다 6~7치급 잔챙이만 올라와 지금은 발길을 끊었다.

이곳은 연까지 밀생해 있는데 큰 놈들은 연 밑에 숨은 건지는 몰라도 지금껏 월척 이상급 붕어를 낚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지와 반대로 물을 빼기 시작하면서 낚시가 잘 되는 곳도 있다. 김제시 봉남면 화봉리에 소재한 금판지다. 금판지는 과거 사금을 채취하던 곳인데 지금은 용도가 사라져 방지된 커다란 소류지다. 수초가 거의 없고 수심이 엄청나게 깊어 낚시가 잘 되지 않는 곳이며 배스가 유입된 이후 한방터로 자리를 잡았다. 워낙 터가 세 장마철 외에는 찾지 않던 이곳이 몇 년 전 바로 옆에 양어장낚시터가 생기면서 마릿수터로 변했다. 양어장에서 금판지 물을 끌어 쓰면서 수위가 줄자 그때부터 붕어의 입질이 활발해진 것이다. 어떤 연유인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7~8치급도 마릿수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오래된 저수지는

붕어도 많다는 생각은 오류

수십 년간 물을 빼지 않았으므로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일 것 같다는 생각은 오류다. 어떤 생명체든지 한정된 공간에 장기간 서식하게 되면 자체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20여 년전 수원의 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저수지에서 부영양화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낚시대회를 연 적이 있으나 결과는 몰황으로 끝났던 적이 있다. 붕어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던지면 물 정도로 넘쳐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