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친구 두리가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선물

함안 양정지 55.3cm 붕어

김기영 경남붕어사랑방, 천하대물팀 회원, 닉네임 케미스나이퍼

▲함안 양정지에서 낚은 55.3cm를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는 필자.

올해는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늦게 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다.

5월 13일 금요일 오후부터 천하대물팀 정출지에서 조우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새벽에 일을 하러 가야했기에 조용히 대를 접고 경남 밀양으로 갔다. 5월 15일 일요일, 일을마친 오후 며칠 전에 4짜와 허리급을 만난 소류지에 다시 가보니 낚시인 두 분이 있었다. 내가 낚시했던 최상류 자리가 비어있었으나 배수로 인해 수심이 얕아 보였다.

함안 양정지로 출조한 강재갑(오짜선배님) 대물팀 출조팀장님에게 전화를 하니 제방이 자리가 비었다고 한다. 도착해보니 중류에서 상류까지는 많은 낚시인들이 앉아 있었다. 경남 함안군 칠원읍 용정리에 있는 양정지는 3천평 수면적의 소류지로 대물터로 잘 알려져 있다.

강재갑 팀장님에게 음료수를 건네고 현재 조황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건너편 최상류 포인트가 눈에 들어와 가보았다. 마름, 말풀, 물수세미, 청태, 어리연이 어우러져 있었다.

협소한 자리여서 옆의 낚시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받침틀 절반을 분리하여 여섯 대만 편 뒤 수심을 체크해보니 1.2~1.5m.

물색은 바닥이 다 보이는 상태였다.

▲필자가 55.3cm 붕어를 낚아낸 함안 양정지 최상류와 낚시자리.

▲필자가 55.3cm 붕어를 낚아낸 함안 양정지 최상류와 낚시자리.

▲계측자에 놓인 55.3cm 붕어.

▲필자가 55.3cm 붕어를 다시 방류하고 있다.

손잡이대까지 휘는 엄청난 기운과 무게감

주말꾼이어서 대물이 자주 출현하는 소류지에서 하룻밤 낚시하는 것도 행복한데 물색쯤이야~! 대편성을 끝내고 발밑의 흙을 뒤적여보니 작은 산지렁이가 많이 보여 미끼용으로 채집해놓고 5짜조사의 꿈을 꾸며 간만에 파라솔도 없이 전투낚시를 했다. 입질 없이 밤이슬을 맞으니 어깨가 시리고 발판이 없으니 다리와 무릎이 저려왔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역시 대물터는 쉽게 대물을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생각하면서 산지렁이 두세 마리를 바늘에 갈아줄 때의 시각은 오전 6시 30분경. 좌측 두 번째 3.8칸 대 찌가 잘들어가지 않아 우측으로 1m쯤 옮긴 후 투척하니 바닥에 안착되었다.

그렇게 5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3.8칸 대 찌가 갑자기 한마디가 올라왔다. 예신이라고 생각하고 의자에서 내려 받침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찌를 주시하는데 서서히 올라왔다. 정점을 찍을 때 챔질! 덜컹거리는 느낌과 함께 낚싯대가 손잡이대까지 휘어지는데 엄청난 기운과 무게감이 전해왔다.

빨래판 같은 붕어가 시야에 들어왔다.

맥박이 뛰고 호흡이 가팔라졌다. 그렇게 어리연 사이로 올라온 붕어를 뜰채에 담아 올려보니 꿈에서나 그리던 5짜 붕어! 그것도 5짜 허리급 대물이었다. 잠시 후 선후배님들과 계측을 해보니 길이는 55.3cm였다. 내 생애에 이런 대물을 만날 줄이야. 축하해주고 응원해준 선후배님들에게 지면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제는 더 큰 꿈을 가져보겠습니다.”

지난해 물가에서 하늘나라로 먼저 간 친구 두리야. 보고 있나. 다음해 시즌 되면 5짜 붕어 만나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네가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할게. 고맙다. 친구야.